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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한 마리의 방문

“깊이 잠든 우리의 정체성을 깨울 한 마리 참새의 출현이 필요하다”

Written by. 곽정부   입력 : 2015-01-21 오전 9: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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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년末, 눈이 꽤 내린 3일째 되는 날 아침이다. 〔옛적에는 눈 온 뒷날, 초가지붕 양지바른 처마 밑엔 거지들이 모여앉아 옷 벗고 이 잡는 푹한 날씨라 했으나〕요즘은 시대가 달라진 탓인지 기온조차 변해 三寒四溫이란 말이 무색하게 연일 강추위가 몰아 닥쳤다.

 오늘은 거실 창밖으로 제법 널찍한 광장이 생겼다. 평소는 주차장이었으나 이런 강추위엔 승용차도 얼까봐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고, 텅 빈 광장주변의 소나무들이 흰 눈을 덮어 쓴 게, 마치 수백 개의 크리스마스트리 군락을 이룬 것 같아, 아주 환상적인 설경이 됐다. 오늘아침 길바닥은 빙판으로 변해 노인들은 미끄러져 낙상하기 딱 맞는 강추위 冬將軍이다.

 “몹시 추운 날이 군” 혼자 중얼대며 거실한 쪽에 놓인 어항속의 열대어에게 먹이를 주는데 거실 창 밖에는 재빠르게 날아온 물체가 방범철재 위에 앉았다. 그 깜찍한 실루엣은 유리창 안의 거실을 염탐하고 있었다.

 그건 한 마리 작은 참새였다. 참새 하나가 거실 창밖 방범철대에 앉아 유리창 너머로 집안을 들어다보고 있다.

 예고 없이 찾아 온 작은 참새의 방문은 반가웠다. 혹시나 움직이면 놀라 달아날까 싶어 몸은 꼼짝도 안했으나 머리 한편엔 생각이 대굴대굴 굴렀다.

 “저 참새가 왜 왔을까?” 작년 겨울 눈 온 뒤에 먹이 찾기 어려운 새들을 위해 잡곡 10kg를 뿌려줬으나 올해는 깜박했더니 그걸 기억하고 먹이 채근하러 온 모양이다.

 잠시 그렀게 있던 참새는 곧 어디론가 날아갔다.

 “별일 아니야 그냥 날아다니다 잠시쉬려고 앉은 것일 뿐이야?”

 애써 잊어버리려고 책장 정리를 다시하다 잠시 창밖을 내다보니 아까 그 작은 참새가 어디선지 다시 날아왔다. 역시 그 자리에 앉아 날 말끄러미 쳐다본다.

 〔간이 배 밖에 나온 참새로군〕여태 이런 일은 없었다.

 “저 작은 참새가 정말 배고파 왔을까?”

 그러지 않아도 눈 덮인 산하의 숲속 새들은 뭘 먹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판인데 작은 참새의 출현은 뭔가 급박한 구조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즉시 하던 일은 멈추고 연장통을 끄집어내 열었다. 헌 책장을 뜯어 낸 판자조각이 베란다 한쪽에 쌓아 둔 게 불현듯 생각났다. 눈이 쏟아져도 괜찮을 지붕 씌운 전천후 참새식당을 만들자? 설계도 없이 눈대중으로 대충 만들자니 작업은 한 시간 넘게 걸렸다.

 화분(花盆)받침, 플라스틱 접시를 빼내 잡곡을 담아 참새식당 아래위 두 칸에 넣고 거실창밖의 나뭇가지에 매달았다.

 잠시 뒤 창밖을 내다보니 참새식당은 박새종류 큰 새가 차지했고 참새 떼는 땅위 눈 바닥을 이러 저리 옮겨 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나무 가지 위의 너희 참새 식당에는 왜 가지 못하는 거니? 애써 만든 공을 생각하니 답답했다.〔애들은 땅위에 먹이를 먹는 습관에 길들었구나.〕

 할 수 없었다. 참새 떼가 있는 곳에 신문지를 깔고 잡곡을 뿌렸다. 그사이 나무 위로 피했던 참새들이 다시 내려와 신문지 위 잡곡을 열심히 먹었다.

 요즘도 참새식당은 비들기와 공용이 되나, 대부분 참새 떼는 땅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새들을 관찰하다 알게 된 것은, 참새건 비들기건 간에 모든 새들은 먹이를 먹고 난 뒤 나무 가지위로 날아가 나무 가지에 열심히 부리를 비벼 닦는다. 그만치 부리 청소는 중요한 모양이다.

 내게 찾아온 그 작은 참새는 아마 선각자일 게다. 한겨울 아침 일찍 찾아와 게으른 나로부터 먹이를 얻어 동류를 굶기지 않았으니 先覺者참새가 분명하다.

 어떤 사회고 간에 선각자의 사명은 위대하다. 하얼빈 역을 울린 안중근 의사의 총성 한방에 6억 중국인의 심장을 깨워〔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것처럼, 깊이 잠든 우리의 정체성을 깨울 한 마리 참새의 출현이 필요하다.〔우리도 주권을 사기당하지 않고 자유인이 될 수 있다〕고 깨우는 작은 참새의 이른 아침 방문이 진실로 시급하다. (Konas)

곽정부 (네티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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