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전문가,정치권 모두 미군 감축안 통보에 `우려'
보수단체는 "안보불안", 진보는 "동북아 긴장고조"
미국이 주한미군 병력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2천500명을 내년 말까지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해온 데 대해 7일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보수단체들은 한반도 안보불안을 걱정한 반면 진보단체측은 미군 감축이 오히려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찬성 북핵저지시민연대 대표는 "주한미군 3천600명을 이라크로 차출하는 것도 대통령이 만류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밝혀졌고 지금 이 사안도 한국의 외교라인이 미국 계획에 일방적으로 순응하는 게 국가안보의 최선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주한미군을 가능한 한 인계철선으로 확보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잘못된 대처로 미군을 철수하게 해 국민들에게 안보 불안을 주고 있다"며 "북한-중국-러시아의 혈맹관계는 굳건한데 우리 쪽 혈맹만 멀어지는 게 외교의 바른 방향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창현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은 "이 사안엔 두 가지 측면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며 "한편으론 미군을 감축해도 좋을 만큼 한국의 자주국방 능력이 향상됐다는 것이고 다른 한편에선 반미 기류나 동맹이 흐트러지는 과정에서 일종의 `앙갚음'으로 추진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후자의 경우 국방.외교에선 동맹이 느슨해지면서 통상에선 여전히 대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경제 부분에서 통상 압력 등 국내 경제에 주름살을 지게 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유영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무처장은 "감군으로 인한 안보 공백 운운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잘못 보는 것"이라며 "주한미군 감축의 본질은 군사력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고 그 대상 역시 북한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로 확대시키는 것이라 오히려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쪽으로 흐를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감축시기 조절, 남북 군사신뢰구축 주문
전문가들은 당장의 안보공백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정부에 대해서는 대미 협상을 통한 감축시기조절을 주문했다.
또한 주한미군 감축으로 인한 안보위협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 군사적 대치상태를 해소해야 하는 만큼 남북간 군사회담을 통한 군사적 신뢰구축에더 한층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섭 한국국방연구원 미국연구실장은 "미군이 이라크에서 보여준 것처럼 군사력 전환 효과 같은 것을 전제로 하면 미국이 얘기하는 것처럼 병력의 숫자가 아니라 능력이 중요하다. 우리도 이미 미군감축을 예견했기 때문에 1만2천여명이 빠져나가도 당장의 안보공백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면서도 감축시기를 걱정했다.
박실장은 "감축시기가 2005년 12월이면 앞으로 1년 반정도 남았는데 촉박하다. 앞으로 대미 협상에서 감축시기를 조정하고 한국군의 현대화 등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한미군의 동북아 지역군 역할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그 시기와 범위가 중요하다. 북한군의 비대칭 위협에 대응하고 우리가 주도적 작전을 수행할 여건이 되면 그때가서 생각해볼 문제다. 또한 미군 1만2천여명이 빠져나가더라도 항공여단과 포병전력, 통신.정부 부대는 상당기간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박사는 "미국의 1만2천500명 감군 통보는 조지 부시 행정부 출범시부터 구상해 온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의 일환으로 우리의 의지로 막을 수 없는 것인 만큼 이를 현실로 인정하면서 '안보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박사는 "우선 미국에게 '철군작업을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조치 구축 정도에 맞춰 이행하고 1만2천500명 감군은 불가피하더라도 완전한 평화체제를 갖출 때까지 더 이상의 감군은 안된다'는 점을 강력히 주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당혹스런 반응 속 발언 자제
정치권은 7일 미국측이 주한미군을 내년말까지 1만2천500명 감축하겠다고 공식 통보한 데 대해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고,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발언을 자제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미국측의 주한미군 감축계획이 통보 단계이고 향후 협의를 앞두고 있는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여론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부의장 선출이 진행되는 도중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와 만나 감축계획 통보 소식을 듣고는 얼굴이 굳은 채 "알았다"고만 짧게 답한 채 입을 열지 않았다.
당내 `실용파'로 알려진 홍재형(洪在馨) 정책위의장은 "그렇게 한꺼번에 많이 빼내면 국민들 우려가 클 것"이라며 "대북 억지력을 감안, 미국과 다시 협의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16대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미군의 군 편제가 바뀌기 때문에 우리 군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충분한 협의 기간을 확보해야 하며, 그래야만 안보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충격적이고 놀라운 일"이라면서 그동안 한미간 논의된 감축협상의 전말을 공개하고 한반도 안보공백에 대한 대책을 밝힐 것을 정부측에 촉구했다.
또 현 정부가 지난 해부터 주장해 온 `자주국방론'이 한미동맹을 약화시켜 주한미군의 감축을 재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미국이 전체 주한미군의 3분의 1을 감축한다는 것은 한반도 안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된 협상과정을 공개해야 하며, 안보 불안 해소를 위해 `자주국방'이라는 수사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안보통인 박 진(朴 振) 의원은 "한국 정부와의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 주한미군 감축 논의는 국민의 한반도 안보공백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가중시킬 뿐"이라면서 "정부는 한반도 안보공백 발생을 차단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정부의 대책없는 자주국방론이 주한미군 감축을 오히려 가속화한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면서 "충분한 사전협의없이 일방적 통보 형식으로 이뤄지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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