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날」 인터넷의 '老티즌 군단'
지난주에는 강원 횡성에 다녀오면서 인터넷으로 지역 정보·식당 위치 등을 미리 알아보고 갔다. 안창호(57·서울 봉천동)씨는 동네에서 ‘디아블로 할아버지’로 통한다. 2년 전 아들의 PC방에서 일을 돕다 게임 ‘디아블로2’에 재미를 붙여 실력을 쌓으면서 명사가 됐다. “봉천동에 디아블로 고수가 있다”는 소문이 퍼져 지방에서도 “한 수 배우러 왔다”며 찾아오기도 한다. 요즘 안씨는 게임을 하며 노획한 무기 아이템들을 아이들에게 선물처럼 나눠주는 것을 낙(樂)으로 삼고 있다.
젊은 세대들의 독점물처럼 여겨지던 인터넷 공간에서 노인들의 바람이 거세다. 노인들이 PC방에서 젊은이들과 섞여 정보를 수집하고 이메일을 서로 교신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됐다. 이른바 ‘인터넷 그레이(Internet Gray)’ 현상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중이다. 정보통신부가 집계한 장년층(만 50세 이상) 인터넷 이용 인구는 올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6월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주최한 3회 실버정보검색대회에는 전국에서 1000여명이 넘는 55세 이상 ‘실버 네티즌’이 몰려들었고, 정통부가 지난 여름 방학 기간을 이용, 전국 80여개 대학에서 개설한 노인 정보화 강의는 신청을 받기가 무섭게 마감, 노인들의 높은 정보화 욕구를 반영했다.
정통부는 장년층 인터넷 이용률이 올해 13%(추정)에 달하겠으며, 이는 전체 950만명 중 120만명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수치는 1999년 2.9%에서 2000년 5.7%, 2001년 8.7% 등 꾸준히 늘어 지난해 9.3%까지 이르렀다.
지난 2000년부터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정보화 교육을 해온 실버넷운동본부는 지난해까지 11만명의 실버 네티즌을 배출했으며, 노인전문 인터넷신문 실버넷(silvernet.ne.kr)이 이를 통해 출범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실버넷은 올해 2기 기자 후보군 38명을 선발, 교육 중이며 1기 기자 변노수(62) 할아버지는 “꼬박꼬박 매일 4시간씩은 인터넷 서핑을 한다”고 말했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사는 강순복(63) 할머니는 온라인게임 ‘라그하임’을 통해 인천에 사는 딸 가족들과 교신한다. ‘족발전사’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강 할머니는 “온라인상에서 보는 손녀 재롱은 색다른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회원수 180만명에 이르는 온라인 게임 ‘레드문’에서 난다긴다는 10~20대를 제치고 최고 점수를 획득한 양선희(64) 할머니, 국내 최대 온라인게임 ‘리니지’ 안에서 ‘백발마녀’로 명성을 날리는 이경숙(67) 할머니도 사이버 세계의 실버 파워를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상명대 문헌정보학과가 지난해 서울 시내 노인종합복지관 60세 이상 노인 2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56명 중 21.5%인 55명이 인터넷을 이용해 본 적이 있으며, 이 중 48명은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인터넷과 함께한다고 대답했다.
정보통신부는 올해 10억원을 투입해 4만여명 노인들에게 정보화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보건복지부와 합동으로 10만명에 이르는 노인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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