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장관 아시아안보회의 참가 성과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지난달 29~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4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하고 6월 1일 귀국했다. 기간 중 한 장관은 한·일 국방장관회담,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 한·미 국방장관 회담 등을 가졌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 아래 매년 개최되는 샹그릴라 대화(IISS Shangri-la Dialogue)에는 미국,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 등 28개 국가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안보전문가 등이 참가한다. 올해는 영국, 독일의 국방장관과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연사로 참석하는 등 유럽 국가들도 이 회의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일 국방장관회담
한 장관은 지난 30일 오후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대신과 4년4개월 만에 한·일 국방장관회담을 했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일본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때 한국 정부의 요청과 동의가 필요하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세부적인 논의를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 장관은 나카타니 방위대신이 최근 북한 미사일기지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라며 “(북한 미사일기지 공격 시에도) 우리의 사전 협의와 동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한 장관은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 또는 美증원군의 한반도 전개와 관련한 문제는 한미 연합방위체제와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미간에 논의되고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고 분명히 했다.
실무급 협의는 한·미·일 3자 안보토의(DTT)를 비롯해 한·일 국방정책실무회의,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등 기존 협의 채널을 활용하기로 했다. 실무협의에서 한반도와 관련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를 다룰 경우 구체적인 군사적 상황을 가정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적 상황의 범주에는 △ 한국 내 일본 민간인 소개(疏開) △ 주일미군과 괌 기지, 美본토로 날아가는 北탄도미사일 요격 △ 주일미군과 美증원전력, 유엔사 회원국 지원과 해상 호송작전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한·일 양국 간 국방 교류·협력의 기반은 잘 갖춰져 있으나 과거사 문제로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며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관계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카타니 방위대신은 한·일간 상호군수지원협정과 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제의했다. 하지만 한 장관은 “지난 협의과정을 되돌아보면 여건이 충분히 조성돼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전달했다. 또 한 장관은 나카타니 방위대신의 한·일 국방장관회담 제의에 대해서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만 답했다.
한 장관과 나카타니 방위대신은 오는 10월 일본 측이 주최하는 국제관함식에 한국 함정이 참가하고, 양측이 참가하는 해상수색·구조훈련(SAREX)을 하는 것에 합의하는 등 국방분야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호혜적인 측면에서 대(對)해적작전 훈련 실시, 이어도를 포함한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 구역에서 우발사고 방지를 위한 협의 진전, 유엔 평화유지활동(PKO)과 재해·재난 구호활동 등 인도주의 차원의 협력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한·미·일 국방장관회담
한·일 회담에 이어 한 장관은 나카타니 방위대신,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을 진행했다. 한·미·일 회담에서 3국 장관은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평가하고 이 지침이 제3국 주권 존중을 포함해 국제법을 준수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이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또 북한의 위협을 심도 있게 평가하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더불어 3자 간 정보공유약정으로 점증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3국 간 상호이해와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한·미 국방장관회담
이어진 카터 장관과의 회담에서 양국 장관은 “최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중사출시험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 행위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심각한 위협”이라며 “북한의 위협과 도발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카터 장관은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로 탄저균이 배송된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사과 의사를 표명하고 조사 결과를 한국 측과 신속히 공유하고 책임자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할 것도 약속했다. 주한미군 탄저균 배송 사건이 알려진 지 불과 이틀 만에 미국 국방장관이 공식 사과하고 후속 대책을 약속한 것으로, 이번 사건이 양국 간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한·중 군사 접촉
한민구 장관은 31일 쑨젠궈(孫建國)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한국의 합참차장)의 예방을 받았다. 쑨 부총참모장이 한 장관에게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에 관해 우려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우리의 국익과 안보 이익을 고려해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문제에 관해) 미국 정부가 협의 요청을 하면 우리 정부는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문제에 관한 정부의 원칙적 입장을 천명하면서 중국 정부의 간섭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번에 쑨 부총참모장이 사드 문제를 재차 거론한 것은 최근 한미 양국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속도를 내는 양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북한의 SLBM 개발을 비롯한 핵·미사일 위협을 언급하며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을 위해 중국의 특별한 노력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쑨 부총참모장은 “전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한다”며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과 한반도에서 전쟁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양측은 양국 국방부간 직통전화 가동을 위한 기술협력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등 국방협력을 강화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한 장관은 쑨 부총참모장에게 양국군의 대(對)해적훈련을 위한 실무급 협의를 제의했으며 중국을 올해 서울안보대화(SDD)에 초청하기도 했다.
성과에 대한 평가
국방부는 한민구 국방부장관의 회의 참석 결과에 대해 일본과는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와 관련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 때 한국 정부의 요청과 동의가 필요하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미국과는 최근 오산기지에 탄저균이 배송된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받는 등 다양한 군사외교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한 장관은 식사시간을 제외하곤 15~30분 단위로 시간표를 쪼개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많은 성과를 냈다.
그러나 아쉬움 점이 없지 않다.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이 나날이 증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일본과의 군사분야 협력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런데 한 장관은 4년4개월 만에 열린 회담에서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며 나카타니 방위대신이 제안한 한·일간 상호군수지원협정과 정보보호협정 체결, 한·일 국방장관회담 개최를 사실상 거절했다.
모처럼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리고 중국군 부총참모장이 우리 국방장관에게 내정 간섭성의 발언(사드관련)을 한 것은 군사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에 대한 대응이 미온적이다.(Konas)
김성만 예비역해군중장(재향군인회 자문위원, 前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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