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미사일방어 관련 유럽의 사례
탄도미사일방어(BMD)와 관련된 논란은 우리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유사 사례가 유럽에도 있었다. 지금은 미국과 이란 간에 핵 협상이 타결돼 과거의 일이 돼가고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이란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면서 이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의 우려가 증대됐다.
이에 미국이 터키·루마니아·폴란드 등지에 레이더 및 요격자산을 배치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유럽형 단계적·적응적 접근법(EPAA)의 일환이다. 이란 핵미사일 대비를 위한 방어체계를 동유럽에 구축하려고 하니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 유사하다. 폴란드·루마니아·터키 등에서는 러시아의 압박을 두려워한 나머지 탄도미사일방어를 위한 미국 자산 배치에 대해 국내적 반대도 있었다. 2005년 폴란드가 탄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허용하려 하자 러시아 군참모총장 유리 발루옙스키는 폴란드 유력 일간지에 기고해 ‘앞으로 당신들 머리 위로 무엇이 떨어질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실제로 러시아는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했다. 칸트의 고향인 칼리닌그라드는 폴란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폴란드에 큰 위협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폴란드 사례는 사드 배치 반대 논리로 많이 활용된다.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 외에도 반대 논리는 다수 제기됐다. 미군 기지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란, 탄도미사일방어 지휘통제체계의 문제, 핵미사일 요격 시 발생할지 모르는 방사능 낙진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 등이다. 따져보면 오해와 정치적 의도가 깔린 논리들이다.
결론적으로 동유럽 각국은 미군 자산의 자국 배치로 발생하는 미국의 안보공약 강화 효과, 미국과의 양자관계 증진 등의 효과가 지대했기 때문에 대부분 원래 계획대로 추진했다. 국민도 대다수가 찬성했다.
체코의 경우는 특이하다. 부시 행정부 시절 논의된 자국 관련 BMD 계획이 오바마 행정부 들어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서운함을 표시하면서 EPAA에서 탈퇴한 것이다. 당시 체코 국방장관은 “체코는 미국의 BMD에 참여하기를 원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체코 정계가 “미국이 체코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는 실망감을 표출했음은 물론이다. 터키의 경우는 미국에 레이더 기지를 제공하면서도 중국과 미사일방어 관련 접촉을 하는 다소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터키와의 협력을 통해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 관련 기술과 정보를 획득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미국은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독자들은 ‘이게 다 무슨 소리인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요점은 이렇다. 탄도미사일방어와 관련한 국가 간의 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제정치의 가장 은밀한 핵심이 돼가고 있다. 자,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전략연구실장)
* 국방일보 6월5일 18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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