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있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자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한국 사회가 걸어온 지난 70년에 대한 평가가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광복 70주년 : 위대한 여정, 새로운 도약’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우리가 지나온 과거 70년의 역사를 위대한 여정으로 규정하고, 7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삼으려는 제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도 ‘70년 인생, 70인의 이야기’라는 주제 하에 국가건설, 경제발전, 민주화의 길을 걸어온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한국인이 걸어온 지난 70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와 발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활발한 평가가 각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1948년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 출범한 대한민국이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흔치 않은 국가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력으로 볼 때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 12위 내지 14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정치적으로도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에서 발표한 민주주의 척도에 의하면 미국이나 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민주주의의 수준이 높은 나라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한국만이 ‘완전한 민주주의’ 수준에 이른 나라로 칭송되고 있다.
이렇듯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일각에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여전히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폄하하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북한이 오늘날 여전히 경제적으로 최빈국에 머물러 있고, 민주주의 수준도 최하위에 머물러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나라였다느니, 독재로 점철돼 있다느니, 소수만이 경제적 부와 자유를 누리고 국민 대다수는 허덕이는 국가라느니 하는 평가가 그것이다. 이런 어이없는 평가는 아마도 사회의 발전이 단숨에 이뤄질 수 있다는 조급한 인식의 발로이거나, 현대사를 친일파와 저항세력의 투쟁의 역사와 같이 하나의 잣대로만 해석하는 편협한 단편적 시각 때문일 것이다.
사회 발전은 과거와의 급격한 단절이나 극복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서서히 변하는 점진적 과정을 거친다. 또한 사회 발전은 하나의 잣대가 아닌 복수의 잣대를 가지고 봐야 한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와 경제가 그것을 뒷받침해줄 정도로 성장해야만 가능하다. 즉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참여적 정치문화가 성숙돼야 하고, 민주주의를 물질적으로 뒷받침하도록 어느 정도 경제가 발전해야 한다.
그런데 성숙한 민주주의 체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에는 많은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가 60년대 초반까지 가난에 허덕이고, 또 80년대 중반까지 엄청난 권위주의 체제에서 신음하지 않았던가? 이런 면에서 국가 건설 시기, 권위주의적 경제 발전 시기, 그리고 민주화 시기를 거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이뤄진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제부터는 우리를 괴롭히던 과거의 난관을 끈질기게 극복해온 우리 자신에게 자부심을 갖고, 또 대한민국이 이뤄온 오늘날의 모든 것에 대해 균형 있고 긍정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김왕식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관장)
* 국방일보 6월15일 17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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