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턱없이 부족하다.
자주국방엔 국방비 GDP 대비 3.2%~3.5% 필요
평화를 보장하는 적정 국방비
인류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할 만큼 끊임없이 전쟁을 겪어왔으며 앞으로도 인류역사가 지속되는 한 전쟁은 계속될 것이
다. 러시아의 군사이론가 니콜라이 타브노프에 따르면 인류는 유사 이래 약 1만 4,500여회의 크고 작은 전쟁을 치렀으며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약 36억 명이고 파괴된 자산의 총 가치는 세계 인구에게 수천 년 동안 일용품을 지급할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까지 총 930여회의 외침을 받았다. 근래에는 국권을 상실했던 치욕의 역사적 경험과 민족상잔의 쓰라린 전쟁을 겪기도 했다. 또한 냉전이 종식된 이후 10년 이상이 지난 이 순간에도 세계 각지에서는 80여건의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역사적 경험을 근거로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는 ‘당신이 전쟁에 관심이 없더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했고, 로마의 베제티우스는 ‘그대가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금언을 남겼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가가 존재하는 한 국가안보는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절대적 명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면한 안보상황과 국가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볼 때, 스스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국방비가 과연 적정한 수준인지, 또 우리에게 필요한 적정 수준의 국방비는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80년대 초반까지 GDP 6% 유지
우리나라 국방비는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GDP(국내총생산)대비 6% 수준 또는 정부재정의 30% 이상을 유지해왔다. 이후 1980년대 중반부터 정부재정 및 GDP 대비 비중이 차츰 감소하기 시작해 2003년도 현재 정부재정의 15.6%, GDP 대비 2.7% 수준까지 낮아졌다. 특히 지난 IMF 금융위기 때는 국방비가 대폭 삭감(’98년 추경시 8,275억 원 삭감 및 ‘99년 본예산 편성시 510억 원 추가 삭감)됐다.
IMF 금융위기 극복 이후 정부의 다른 부문은 IMF 금융위기 이전 또는 그 이상으로 회복됐으나 국방비만 계속 축소해 지금까지 긴축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1997부터 2003년까지 정부재정은 67.0% 증가했으나 국방비는 26.3% 증가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 23%를 고려할 때 현재 국방비의 실질적인 구매력은 1997년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수준의 국방비로는 현상유지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국방비의 하향배분이 우리의 안보상황에 전혀 진전이 없는 가운데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우리의 남북 화해협력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남 적화전략을 고수하면서 핵 미사일 등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주요전력의 70% 이상을 평양∼원산을 잇는 선 이남에 집중배치하고 있어 언제든지 기습공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특히 장사정포와 미사일 등으로 우리 수도권은 물론 한반도 전체가 북한군 포화(砲火)의 사정권에 노출돼 한반도 안정과 지역평화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또한 일본·중국·대만 등 동북아 지역에서는 군비경쟁이 날로 가속화하고 있어 안보 불안요인은 더욱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는 아직도 세계에서 안보위협이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지만 우리의 국방비 부담률(GDP의 2.7%)은 세계 각국과 비교해보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주요 분쟁국은 물론이고 세계 평균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매우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영국의 국제전략연구소(IISS)에서 발간한 <‘밀리터리 밸런스 2002∼2003’>에 따르면, 2001년 기준 세계평균 국방비 부담률은 GDP의 3.5%로 우리의 2.7%보다 약 1.3배나 높고, 세계의 주요 분쟁국 대치국의 평균 국방비 부담률은 무려 6.3%로 우리나라 보다 2.3배나 높은 수준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GDP대비 국방비 부담률은 전 세계에서 66위로 우리가 처한 안보위협 수준과 GDP 기준 세계 13위인 우리 경제력 정도를 고려해볼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민 1인당 국방비 부담액도 우리나라는 세계 30위 수준인 252달러(2001년 기준)에 불과하지만, 이스라엘은 1,673달러, 미국 1,128달러, 싱가포르 1,044달러, 대만 472달러, 일본 310달러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우리 군도 경제력에 걸맞는 국방비 지출이 당연하지만 경제 우선정책에 밀려 국방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의 안보위협 정도에 비해 너무 적은 국방비가 배분되는 동안, 우리 군의 복지환경은 1960∼1970년대 수준으로 낙후돼 있고 미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국방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자위적 방위역량 구축에 심각한 곤란을 겪고 있다.
먼저 내무실 목욕탕 등 병영기본시설은 일반 사회와 비교해볼 때 너무나 열악하기 짝이 없다. 최첨단 정보화 사회에 적응된 신세대 장병들이 낙후된 병영 환경에서 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면 30여명 기준의 소대급 내무실에 40여명이 생활하고 있는 현재의 내무실은 ‘생활’ 공간이라기보다는 ‘수용’ 공간에 가깝다. 병사 1인당 주거공간이 0.7평으로 미국의 3평, 일본의 3평의 1/4수준에 불과한 실정이고, 목욕탕, 화장실 등은 절대적으로 수량이 부족하거나 노후화로 기본적인 위생관리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병영 기본시설 박물관 수준

군 간부들은 잦은 이사와 별거생활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됨은 물론 자녀 교육문제로 불안정한 생활을 지속하는 등 그 어떤 직업보다도 열악한 여건에서 복무하고 있다.
이러한 복무 특수성에 상응하는 사기복지수준이 매우 미흡해 군인의 자긍심 및 직업으로서 매력이 저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25년 이상 복무한 중견간부의 38%가 15평 이하 노후 협소관사에 거주하고 있어 부대 전출입에 따라 이사할 때 책이나 가재도구 등을 풀지 못하거나 많은 가구를 폐기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또 독신간부의 32%가 5평 남짓한 독신자 숙소 1실당 2∼3명씩 거주하고 있어 충분한 휴식과 개인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해 부대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병사들의 봉급은 ‘국민 의무’라는 명분으로 공공 근로자의 일당 28,000원 수준도 안 되는 월평균 24,400원으로 최소 경비인 월 8만 원에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의 병사들이 가정송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병사들 사이에는 빈부격차에 따른 위화감이 조성될 우려마저 있는 등 우리 군의 사기복지문제는 ‘충성심’만으로 인내와 희생을 더 이상 강요하기 곤란한 수준이다.
국방비 부담률의 축소는 우리 군의 전투준비태세 유지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전투긴요 장비는 정비가 지연 적체돼 성능발휘가 제한되는가 하면, 일부 편제장비의 보유수준 저조 노후화, 유류보급부족으로 인한 기동훈련 제한, 훈련장 부족 및 민원 증가 등으로 군 지휘관들은 실전 훈련보다 오히려 민원예방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국방비의 하향배분과 함께 전력증강에 소요되는 전력투자비도 1999년 국방비의 38.0% 수준에서 2003년에는 32.9%까지 떨어져 핵심전력 획득사업이 축소 순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 투자 부족으로 인해 핵심군사기술의 대외종속화 및 방산물량 축소로 방위산업 기반의 붕괴마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군이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물론 미래 잠재적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주적 선진국방 구현이 필요하다.
첫째, 열악한 장병의 사기복지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사기충천한 정예강군’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병사들의 봉급을 최소 경비 수준인 월 8만 원 수준으로 조속히 현실화하고, 내무실 목욕탕 등 병영시설과 군 숙소 및 독신자 숙소의 노후 협소 부족문제를 사회발전 추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시급히 해결하는 특단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둘째, 21세기형 첨단 군사력을 기반으로 하는 ‘자위적 방위역량’을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지향하는 첨단 군사력 건설에는 10∼20년의 장기간 전력화 선행기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신형무기의 고가화 등으로 인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재원의 국방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 공군이 보유한 F-16전투기 가격은 426억 원 이지만, 2005년부터 확보 예정인 F-15K 전투기는 1,000억 원 수준이고, 해군이 보유한 3천톤급 구축함(KDX-I)은 2,200억 원인 데 비해, 앞으로 획득할 7천톤급 구축함(KDX-III)은 1조 460억 원 정도가 소요되는 등 신형 무기체계의 획득비용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또한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의 도래와 함께 국방정보화·과학화 및 전문인력 양성 소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교육훈련 강화, 환경보전시설, 국민권익보호사업 추진 등을 위한 각종 소요도 증가 추세에 있다.
이러한 국방비 소요를 종합해보면 현재 우리의 적정 국방비는 적어도 GDP 3.5% 이상은 돼야 할 것으로 판단되며, 2004년 국방예산은 최소한 IMF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GDP 3.2%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 정도의 국방비 규모는 우리의 안보환경이나 국가 경제력에 비추어볼 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동서고금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평화란 원한다고 대가없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으며 오로지 그것을 지키려는 ‘의지’와 ‘힘’을 가졌던 민족과 국가에게 허용했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군이 미래의 불확실한 안보환경 속에서 민족의 생존권과 국익을 수호하려면 국민들의 확고한 안보의지와 실질적인 투자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가의 평화번영정책을 ‘힘’으로 고 장차 어떠한 안보위협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주국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G뒷받침하DP 대비 3.2∼3.5% 수준의 국방비가 장기간에 걸쳐 매년 안정적으로 배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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