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전교조·노동단체는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

우리는 참으로 엄청난 사건의 연속선상에서 살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 4·15총선의 열풍이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그러나 김선일씨의 비참한 죽음이 불거져 나오면서 잠시도 숨돌릴 겨를도 없이 국민은 또 다시 시민단체의 ‘촛불시위’와 전교조(全敎組)의 이른바 ‘계기수업’ 그리고 노동계의 ‘하투(夏鬪)’에 직면하고 있다. 명분은 모두 그럴 듯 하지만 ‘이라크 파병 철회’를 정치이슈화 하고자 하는 촌극(寸劇)들이다.
이 무더운 여름에 국민은 경기침체 속에서, 날로 좌향좌(左向左)하는 불안한 시국 속에서 자녀를 그 의도가 불순한 ‘반전(反戰)평화수업’에 맡겨야 하고, 거리는 ‘촛불’들에게 점령당한 채 길 밖으로 내몰려야 하며, 취업난(就業難)이 더해 가는 고통 속에서 한여름의 짜증을 더해주는 귀족노조원들의 ‘파병 철회’ 외침에 시달려야 한다. 한시도 바람 잘 날 없는 ‘이 어지러운 세상- 어찌 살까’ 싶다.
이라크 파병은 이미 정해진 국론(國論) 아닌가. 어렵게 결론을 본 사안(事案)이였다. 우리는 그간 서방 민주주의국가들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공동선(共同善) 추구과정에서 남북(南北)대치의 특수상황을 들어 ‘예외적’인 수혜를 누려왔다. 그러나 ‘선진국 티켓’인 OECD에 가입되어있고 경제규모 세계 11위에 올라있는 상황에서 이제 더 이상 무임승차(無賃乘車)를 바랄 수는 없다.
더욱이 이라크파병은 전투가 아닌, 이라크의 ‘전후복구’와 ‘평화구축’이 주목적이다. 주한미군의 감군(減軍) 개연성과도 연계된 이슈이기도 하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원유확보 이권(利權)’을 고려한 전략적 의도도 계산되어있다. 우리는 그간 도움을 받는데 익숙할 뿐, 도움을 주는 일에 더 없이 인색했었다. 당장의 불이익만을 면탈하고자 하는 근시안(近視眼)적 사고로 판단할 일이 아닌 것이다.
상황이 그러한데도 시민단체,전교조,민주노총의 움직임은 예사롭지가 않다. 김선일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먹이사냥에 나선 새가 ‘호재(好材)를 만나기라도 한 듯이 진정한 애도(哀悼)의 의미는 저 멀리 던져두고 ’자신들의 정치적 의도‘ 충족을 위해 좌판을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의 반전(反戰) 시위를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가.
그들이 표방하는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 국민행동'이라는 명칭부터가 거창하기 이를 데 없다. 이들이 앞세운 '351개 시민·사회·종교단체'의 공동연대(共同連帶)라는 것도 '시민운동' 간판을 내건 단체만도 전국적으로 수만 여 개에 이르고 있고, '시민이 없는 명칭만의 시민단체'도 부지기수이다. 많은 단체들이 공동연대 형식을 취해 퍼포먼스 성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어디에도 시민의 뜻은 없고 일부 그룹의 도그마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들은 시민단체의 움직임을 국민이 '정치권을 지원하는 홍위병' 정도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전교조(全敎祖)의 이른바 '계기수업'이라는 것은 어떤 성격인가. '김선일씨 추모주간'이라는 명분은 허울뿐이고, 반전․평화를 주제로 한 수업이라지만, '이라크 파병은 부당하다'는 편향된 인식을 심어주기가 목적이다. 계기수업 자료는 초중고생에게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무참하게 숨진 김씨를 애도하자는 의도는 어디에도 없고 ‘국군의 이라크 파병 반대와 철회’를 주장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학생을 볼모 삼아 정치적 슬로건을 교실로까지 확대 연장하여 학교를 정치투쟁의 장(場)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역연하다.
전교조의 이른바 ‘계기수업’은 연례행사가 되어 버렸다. 지난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반대투쟁을 벌였을 때도 ‘정보인권 수업’을 실시했고, 탄핵 문제가 불거졌던 3월 ‘총선수업’시에는 탄핵규탄 운동을 벌였던 그들이다. ‘반전(反戰)수업’ 역시 전교조의 정치적 행보 및 운동 방향과 맞물린 정치색이 짙은 수업이다. 그 뒤안길에는 ‘학부형들의 한숨’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괴이한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정치색에 오염되고 균형감각을 상실한 교육 현실은 ‘오늘의 대한민국 교육현장의 현주소’를 잘 말해주고 있다. 어느 모로 보나 2세 국민을 위한 건강한 교육현장 모습이 아니다.
노동계의 하투(夏鬪) 역시 모양새 사납기는 마찬가지이다. 연례적인 춘투(春鬪)만으로는 해갈(解渴)이 되지 않는다는 모습이다. 민주노총이 이 달 7일까지 시한부로 벌이기로 한 ‘이라크 파병 철회 총력투쟁’이 바로 그것이다. 자동차노조를 비롯하여 금속․서비스․화학섬유․공공연맹노조 등이 동참하고 있다고 들린다. 참여노조원만도 자그만치 10만여명에 달한다고 예고했었다.
“정부가 외교자주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이라크 파병 철회를 총력투쟁의 전면에 내걸었다. 노동운동의 본령과는 거리가 먼 명분이다. 노동자 근로조건의 개선이나 근로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겨냥한 파업이 아니다. 이라크 파병 반대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결집된 의사로 태동한 민주노동당이나 뜻을 함께 하는 시민단체의 몫일 뿐, 노동계에 주어진 임무나 역할이 아니다.
노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정치사회적 거대담론(談論)을 총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이다. ‘노동자 패권(覇權)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 같은 느낌이다. 이 사회 어느 누구도 박수를 보낼 리 없다.
그러지 않아도 ‘때아닌 좌파(左派)이념의 홍수’로 온 국민이 적(敵)과 아군(我軍)으로 양분되어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가는 ‘대한민국 호(號)’가 표류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국민이 점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전교조·노동계의 일거수 일투족에는 ‘국가안보의 미래’를 염두에 둔 사려 깊은 혜안(慧眼)을 읽을 수가 없다.
모두가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본분(本分)과 원칙 중시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진정한 시민사회의 뜻을 담은 시민운동’ ‘2세교육의 엄중한 책임을 절감하는 교육’ ‘경제성장과 호흡을 함께 하는 수위(水位)의 노동운동’이다. 더 이상 국론분열과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행위는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konas)
정준(코나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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