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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한 홍구 교수를 비판한다

Written by. 전용덕   입력 : 2004-07-10 오후 10: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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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 유공자와 남파간첩  
 
비전향 장기수가 민주화에 기여한 인사라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의문적인’ 결정과 그러한 결정에 대한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의 옹호 발언은 인간과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에 대한 혼란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의문사위원회의 결정과 한 교수의 발언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오류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결정과 발언에는 많은 쟁점이 내포되어 있지만 여기에서는 주요한 몇 가지만 다루고자 한다.



첫째, 민주화를 위하여 독재에 맞서 싸운 사람과 남파간첩이나 빨치산은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달랐다. 반독재 투쟁에 참여했던 사람은 독재 정권을 타도함으로써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남파간첩은 친북한 또는 공산당 독재 정권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당시의 독재 정권을 타도하고자 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했다.

독재에 항거한 민주화 인사와 남파간첩은 목표와 과정에서 이렇게 전적으로 달랐다. 예외적으로, 독재 정권의 타도라는 중간 단계의 목표가 민주화 인사와 남파간첩 간에 동일한 것이지만 말이다. 아마도 이 점으로 인하여 의문사위와 한 교수가 중대한 잘못을 범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남파간첩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민주정부도 전복하고자 한다는 점은 민주화 유공자와 빨치산을 구분하는 중요한 잣대이다.



그러므로 독재 정권의 타도라는 보이는 현상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민주화에 기여한 인사와 비전향 장기수의 궁극적인 목표와 전체적인 과정을 비교해야만 두 집단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남파간첩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라는 우리사회의 헌정질서와 기본 가치를 파괴하고자 한 폭도라면 민주화 유공자는 독재정권을 전복함으로써 그런 질서와 가치를 회복하고자 한 운동가이다.



둘째, 한 교수의 주장처럼 민주주의 또는 민주 사회에서 사상의 자유는 어떤 자유보다도 기본적인 것이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의사결정 방법이기 때문에 사회나 집단에서 무엇이 최고의 가치인가는 토론과 논쟁을 통해 모색하고 찾을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민주주의가 그 자체로서 궁극적 가치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가 그러한 가치에 대해 한 마디도 말해주거나 지시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상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무엇이 최고의 가치인가를 찾을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마치 암흑 속에서 항해하는 배와 같다. 그리고 개인도 논쟁과 토론을 통하여 자신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사상의 자유가 그토록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사상의 자유는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를 깔아야 한다. 더 엄밀히 말한다면, 인간에게 있어서 최고의 가치는 인간 자신의 생명과 재산(인간은 음식으로 생존해야 된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 점에서 재산은 생명과 표리의 관계에 있다)이기 때문에 사상의 자유는 인간의 생명과 재산(사상 그 자체는 재산의 일부이다)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결코 그것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다만 그 자체로서 매우 높은 가치임에는 틀림없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어떤 자유도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만약 자유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파괴하거나 빼앗는다면 그것은 자유라는 이름의 탈을 쓴 약탈일 뿐이다(이 점에서 민주주의는 분명 문제가 있는 제도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존중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전제되어야 한다). 자유는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생명과 재산에 버금가는 중요한 수단임은 재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민주 사회의 시민은 누구나 자신의 이상을 사상으로 구현하여 타인을 설득할 수 있다. 그러한 설득을 통하여 모든 사람이 원하는 이상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 그렇기 하기 위하여 사상의 자유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러나 타인에게 무력으로 그것을 강요하거나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파괴하거나 침해해서는 안 된다.



민주 사회에도 좌파나 사회주의자는 존재하고 그들은 토론과 논쟁을 통하여 타인을 설득할 수 있다. 유럽의 좌파나 사회주의자가 좋은 예이다. 이 과정에서 사상의 자유는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다. 그러나 북한이 남파한 간첩은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 사회의 건설이라는 이상을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파괴함으로써 이룩하고자 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이 점이 민주 사회내의 좌파 또는 사회주의자와 북한의 비전향장기수를 구분하게 한다. 한 교수가 비전향 장기수를 민주화 인사로 둔갑시킨 의문사위의 결정을 사상의 자유를 들어 옹호한 것은 인간에게 최고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망각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한 교수는 사상의 자유만 강조했을 뿐으로 남한과 같은 민주 사회에서의 사회주의자와 북한과 같은 독재 사회주의 사회 또는 공산주의 사회에서의 사회주의자가 어떻게 다른가를 구분하지 않았다.



셋째, 비전향 장기수는 자신들이 적극적으로 반독재 투쟁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궁극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하여 활동하다가 당시의 정부에 잡혔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하여 오랜 기간 동안 영어의 몸이 되었다(또는 심지어 죽기도 하였다).



반면 민주화 인사는 반독재 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 동안 영어의 몸이 된 것은(또는 심지어 죽기도 한 것은) 비전향 장기수와 같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목표와 수단에서 비전향 장기수와 분명히 달랐다. 두 집단이 독재 정권으로부터 매우 유사한 취급을 받았지만 지향하는 바가 달랐다는 점을 의문사위와 한 교수는 부인한 것처럼 보인다.



결론적으로, 비록 민주정부라 하더라도 자국민, 더 나아가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파괴하는 인사를 체포하거나 적절한 벌을 가하여야 할 것이다. 비록 그런 인사가 남파간첩이 아니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폭력적으로 공산주의 사회를 이룩하고자 하는 남파간첩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용덕 대구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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