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을 한달 여 앞으로 남겨둔 상태에서 여야가 서로 당내에서부터 명분과 주도권 놓고 경쟁하며 기(氣)싸움에 여념이 없다. 새누리당은 상향식 공천권을 주요 이슈로 친박과 비박 간 치열한 드잡이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당은 호남을 사이로 ‘통합’과 ‘연대’를 놓고 설전과 논쟁이 가열되는 등 지지층이나 비지지층을 막론한 유권자들로 하여금 썩 유쾌한 인상을 보이고 있지 않은 시점이다.

 그러나 여당은 여당대로, 야권은 야권대로, 공천을 위한 현역 의원과 예비 주자들의 신경전은 치열하고 공천관리위원회의 심의 기준과 향배에 따라 공천에서 배제된 개별 예비 후보들의 탈당과 ‘중대결심’(?) 공언들도 하나의 변수로 작용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지난 13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여론조사와 그 결과를 종합 분석해 20대 총선을 전망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특히 이 날 열린 세미나는 역대 총선을 앞두고 각 여론조사기관들이 예측과 전망한 여론조사 통계치를 전체적으로 분석해 4.13 총선을 전망함으로써 관련자들은 물론 보수나 진보, 우파와 좌파 유권자들에게 큰 관심을 기울이게 할 것으로 보여진다.

 8일 아침 서울과학종합대학원(총장 김일섭)은 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호텔에서 ‘큰 그림으로 본 제20대 총선 전망’을 주제로 이영작 전 한양대 석좌교수를 초청해 [aSSIST FORUM 조찬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날 강사로 나선 이영작 교수는 지난 4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김대중 정부시절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이 지난달 한 종편 TV방송에 출연해서 “개성공단 폐쇄를 DJ는 반대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DJ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자 스스로 영원한 비서실장이라고 자칭하지만 박 의원이 DJ의 철학과 원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DJ가 박근혜 대통령의 조치에 찬성했을 것으로 본다”는 자신의 글을 인용하며 각 정권의 총선 과정에서 슬로건(메시지)과 말 한마디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공감하게 했다.

 이영작 교수는 강연의 서두에서 ‘20대 총선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라는 가장 핵심적인 화두를 던짐과 함께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점쟁이가 아니기 때문에 모르지만 그래도 궁금한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그 궁금한 이유가 바로 “불안해서 궁금한 것 아니냐?”로 정곡을 찌르며 여론조사 결과 통계 수치를 제시했다.

 그 자신이 전자공학(서울공대)을 전공한 통계학 박사이기도 한 이 교수는, “점쟁이가 아니어도 통계수치를 통해서 알 수 있고, 그래서 통계를 믿는다”는 말과 함께 과거 투표 성향으로 본 20대 총선 예측을 우선 유권자들의 성향 분포를 40-20-40으로 봤다. 즉 40%는 우파, 또 40%는 좌파성향 유권자다. 그리고 나머지 20%를 ‘삐딱한 우파’로 칭했다.

 따라서 이 ‘삐딱한 우파’를 ▲ 대체적으로 정치 냉소적이고 정치 불신주의에 찬 우파성향의 유권자 내지 비판적 우파 ▲ 대체적으로 좌파에 미 투표 ▲ (그럼에도) 선거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세(勢)로 믿어진다고 분석하고 이들은 주로 대선에서 제3의 후보(14대: 정주영, 15대: 이인제, 17대: 이회창지지 추정)를 선호하는 유권자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최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도발에 따른 대북제재 조치와 연계, 우리나라는 남북대치 상황이어서 북한의 변수가 크다며 “정당의석 분포보다는 남북대치 상황에서 좌 ‧ 우파 의석분포가 중요하고, 동시에 60%의 유권자가 우파인 우리나라에서 우파가 60%이상 의석을 차지하면 승리로 보아야 할 것”이라며 13〜16대 총선에서의 퍼센티지를 비교, 오는 20대 총선 예상을 “우파가 평균 59%, 좌파가 41%를 차지해 새누리당이 60% 가까운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지난 19대 총선에서의 여론조사와 선거결과의 차이를 ‘리얼미터’ ‘리서치뷰’ 의 통계치를 제시해 조사평균 새누리당(35.1%), 민주통합당(32.9%), 자유선진당(2.4%), 통진당(5.8%), 진보신당(1.3%) 순으로 이를 득표율과 연계하면 새누리당(43.3%), 민주통합당(37.9%), 자유선진당(2.2%), 통진당(6.0%), 진보신당(1.11%)으로 여론조사 결과와 득표율이 비슷하며 우파가 우세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여론조사와 선거결과의 차이를 우리나라의 경우 유권자의 분포가 우파와 좌파가 비슷해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rich-cracy(부유층 통치) 효과로 우파유권자의 투표율이 높아지고 선거에서 우파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선거의 승패는 지지층의 투표율에 따라서 결정돼 우파 정당 입장에서는 ‘삐딱한 우파’를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좌파 정당은 ‘삐딱한 우파’가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때문에 선거에서의 관건은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고,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금년 총선을 앞두고 지난 1월과 2월 ‘리얼미터’, ‘갤럽조사’ 등 여론조사기관의 여야 정당별 조사 결과를 제시해 유권자들의 선호도가 일관됨을 전하면서 “20대 총선의 가장 중요한 관전포인트는 호남 유권자의 향배”라고 했다. 즉 “호남 유권자와 수도권의 호남 유권자는 연동하며 인구의 20%를 차지한다”며 1988년 평화민주당(DJ)이 통일민주당(YS)을 누르고 제1야당이 된 사실을 언급하고, “20대 총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13대 총선에서 보인 투표행태를 보인다면 20대 국회는 대한민국 정치구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당의 사정을 들여다보면서 “거의 2, 3년을 거치면서 친노에 등을 돌린 호남이 더민주로 복할 것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움이 있다”며 “국민의 당이 현재 저조하지만 더민주를 선택할 수 없는 호남은 국민의 당을 선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호남 유권자의 더민주로부터의 이반 내지 야-야 분열은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평했다.

 그는 또 선거에서는 항상 ‘이슈’가 있게 마련이라며 ‘우파 유권자를 움직이는 이슈’로 최근의 테러방지법, 사드, 북한인권법, 개성공단 중단 등을 예로 들며 “좌파는 한미관계와 안보관련 이슈에서 반민친북북 적이고, 우파는 친미반북 적 이었다. 유권자 특히 우파 유권자는 안보 이슈에 예민하며 안보에 결집된다”며 “좌파들의 반미친북 적 태도는 우파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할 것”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우파 유권자를 가장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안보관련 ‘공포’고 이런 현상은 곧 투표율과도 연계된다고 주장했다.

 1997년 대선에서 ‘준비된 대통령’ ‘준비된 후보’론을 주창한 것으로 알려진 이 교수는 이 날도 선거와 전략, 특히 메시지 전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선거에서 이기고 있으면 확실히 이기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지고 있으면 이기기 위한 전략을 세운다. 그러나 확실하게 이기는 선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기도 있는 선거도 선거 전략과 메시지의 잘못으로 패배하기도 하고 반드시 이겨야 할 선거도 패배한다. 질 것 같은 선거를 이기는 것도 전략과 메시지”라고 설파하며 강의를 마무리 했다.

 이영작 석좌교수는 오하이오 주립대 통계학 박사로 미 워싱톤 소재 한국인권문제연구소와 김대중 평화재단 미국지부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저서로 ‘이영작 리포트’와 ‘대통령 선거전략 보고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은 매월 1회 국내 ‧ 외 비즈니스 트렌드와 경제전망, 인문학을 통한 경영전략과 통찰력 등을 주제로 [aSSIST FORUM 조찬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