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통과한 '북한인권법'은 北정권 와해의 신호
'북한인권법' 미 하원서 만장일치 통과..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미국 의회는 '불량국가'로 지목한 나라들에 대해 미국 국내법으로 해당국가에 대한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켜왔다. '이라크 해방법', '이란 민주화법', '쿠바 자유연대법' 등이 그것인데 이 법으로 미국이 정한 '불량국가'들은 그에 대한 상응한 '응징'을 받아왔다.
이번에 미 하원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2004 북한인권법안(이하 북한인권법안)'도 그와 유사한 맥락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 정권과 한반도에 미칠 영향과 파장이 클것으로 보인다.
북한인권법안의 제정 목적은 "첫째, 북한내 기본적인 인권의 보호와 존중, 둘째 탈북자들의 곤경에 대한 보다 지속적인 인도주의적 해결책 촉진, 셋째 북한내 인도주의적 지원 및 제공의 투명성과 접근성, 감시도 향상, 넷째 북한 안팎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흐름 촉진, 다섯째 민주적인 정부체제하에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 쪽으로 진전 가속화 등"이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에 따르면, "▲북한주민 인권신장을 위해 미 정부는 대통령이 2005년 회계연도부터 2008년 회계연도까지 매년 200만달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은 투명성, 감시도, 취약한 계층에 대한 접근도 등의 향상을 조건으로 하고 미국 이외 대북 지원을 제공하는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하도록 권고해야 하며 ▲탈북자들이 한국 헌법에 따라 한국민이 될 수 있는 법적 권리 때문에 미국 내에서 난민지위나 망명자격을 얻는 데 방해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김근식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적대국가에 대해 특별법을 만들어 자국의 정책을 입법화 해왔다"며 "이 법은 미국의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힘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무서운 법"이라고 논평했다.
김 교수는 "이 법안은 부시 미 대통령이 대북강경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북한의 민주화와 정권교체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라며 "최근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인권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증대하는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졌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미 상원에 제출됐던 북한자유법안에 비하면 훨씬 완화된 편이기는 하나 북한이라는 특정국가에 대한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1단계가 시작됐다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말하고 "이 법안은 대북 정권교체와 붕괴를 위한 입법화의 첫 번째 시도"라며 "이 법안이 발전하게 되면 향후 외교압력이나 군사봉쇄 등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고 밝혔다.
재향군인회 안보연구소 박동형 박사는 "북한 주민의 고통과 자유, 인권의 탄압은 이미 세계가 다 알고 있을만큼 심각한 상황인데 그 근본 원인은 김정일 독재정권에 있다"며 "따라서 그 근본을 치유하지 않고는 북한의 자유와 인권개선은 한낱 구두선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 미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북한인권법안'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인권을 북한 땅에서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고 환영했다.
이 법안이 통과된 후 국내 정치권에서도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재야 출신의 열린우리당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22일 “북한인권법안은 북한의 내정을 명백히 간섭할 뿐 아니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북한 인권문제 해결에도 실질적인 도움은커녕 오히려 문제만 악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이들 소장파 의원들이 이 법안에 대해 ‘북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북한 내 정치범과 탈북자 등 인권(人權) 차원에서 접근하면서 북한의 정책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이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물자에까지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도, 인도주의를 내정간섭에 이용하려 든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과 정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 하원의 법안처리에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한 외교부와 정부 당국의 안이한 자세에 대해 자성과 반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 등은 미국 상원에서 북한인권 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국회 결의안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할 말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이젠 이런 문제를 제기한 미국까지 비난하는 것이냐”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23일 “북한 주민의 인권보다 더 챙겨야 할 소중한 것이 과연 어디 있는가”라고 역문하며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북한 주민의 인권도 남북대화를 위해 희생시킬 수 있다고 말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언제나 버릴 수 있는 카드로 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지 의심케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중순 미국에서 열린 ‘한·미(韓·美) 의원 외교협의회’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우려의 시각이 많다. 북한 인권문제와 북핵 6자 회담을 연계한다면 핵문제의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미국을 비판한 반면,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 의회의 노력에 감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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