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의 '과거사정리' 발언, 軍의 대응에 촉각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군 과거사 정리' 발언의 참뜻이 무엇인지를 놓고 군 내부와 예비역 단체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11일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 김종환(金鍾煥) 합참의장 등 군 주요지휘관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해방을 맞으면서 그 이전 역사가 정리되지 않았고, 군사정부 시절의 잘못된 역사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며 "우리 군은 과거에 문제가 됐던 일들을 스스로 적극적으로 밝히는 자세를 갖고 정리해 나가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들은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최근 정치권의 '정체성' 논란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심기와 무관치 않다고 추론하면서도 앞으로 군의 과거사 정리에 대한 청와대의 구상이 어떤 식으로 구체화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군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일본군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이 창군과정에 개입했고 일부 정치군인들이 주도한 5.16 쿠데타와 12.12 쿠데타를 비롯해 아직까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는 군내 의문사건 등을 아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 일본군에 복무했거나 일본 육사를 나온 인사들이 창군을 주도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권위주위시대의 고질적인 '군사문화'가 아직도 잔존하고 있고 군내 무기도입 비리, 인사비리 등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치권 일부에서 최근들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민간인이 국방장관을 맡아 현역 중심의 국방부를 개혁하고 진정한 문민통제를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와 무관치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군의 과거사를 놓고 보면 분명 청산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지만 이를 전면 부정한다면 군의 정통성을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군내에 일제시대의 잔재와 하나회 같은 사조직이 일소됐고 '국민의 군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마당에 새삼 과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군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사기를 해칠 수도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재향군인회의 한 관계자는 "일부 친북성향의 시민단체에서는 항일 독립군이 많이 포진한 북한의 인민군이 국군보다 더 정통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마당에, 지금 이 시기에 정치권의 압력에 의해 군의 과거사를 모두 들춰 낸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고 지적하고 "현재 정치권에서 검토 중인 6.25전후 민간인희생자명예회복 법안이나 4.3진상규명 등에 대해서도 예비역 단체가 반발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크게 일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의 한 관계자도 "우리 군이 국민의 군대로 자리를 잡기까지 곡절의 역사가 있었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한다. 군이 잘못된 과거사를 정리하고 근절하는 것은 전적으로 군 자체적으로 이뤄져야지 외부의 입김에 의해 인위적으로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군이 남북 대치 속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고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해 온 역할을 보다 강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우기 국가안보의 3대 축 중에서 주한미군은 이미 감축이 진행 중이고, 국가보안법은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인데 최후의 보루인 국군의 정통성과 사기마져 무너뜨리는 작업이 지금 진행된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국민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는 것이 군과 예비역단체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노 대통령의 '군 과거사 정리' 주문에 군 당국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지가 주목된다. 특히 예비역단체가 군의 대응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군 과거사 문제는 현역보다는 예비역들에게 해당되는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12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군의 과거사 정리' 발언이 여권의 '과거사 캐기' 프로그램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군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konas)
- 관련기사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