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반도 전문가들, "철저한 감시 전제 대북 수해 지원 필요성 공감"
VOA, 전문가 25명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전문가 18명, 국제사회의 인도적 구호 활동에 찬성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북 수해 지원의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철저한 분배 감시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2일 VOA는 설문조사에 응한 전문가 25명 가운데 18명이 이같이 수재민 구호 필요성에 공감하고 국제사회의 인도적 구호 활동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대부분은 무조건적 지원에는 난색을 표명하면서 엄격한 사전 조건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설문에 응한 미국 기업연구소(AEI)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식량 등 지원품이 철저한 감시 아래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는 조건을 최우선 관심사로 제시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지원 단체나 국가가 수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취약계층의 상황을 파악한 뒤 어떤 물자가 필요한지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분배 감시가 허용되지 않는 곳이 있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즉, 북한 관계자들이 지원품을 분배하고 있고, 외부 요원이 감시하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고든 창 씨는 “반드시 외국인 국제 요원이 구호물자를 분배하고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구호물자가 북한 군인이나 관계자들에 의해 분배되면 북한 당국이 구호물자를 제공한 것으로 잘못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첼 리스 前 국무부 정책기획 실장도 “한국어를 구사하는 국제 요원이 직접 물자를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식량이 다른 곳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 국방정보국 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벡톨 안젤로주립대 교수는 “과거 대북 지원의 상당수가 군부로 전용됐던 사례가 있었다”며 “모든 분배 현장에 대한 접근이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대표는 “탈북자나 과거 대북 지원에 동참했던 국경 없는 의사회 등 지원단체들에 따르면 고난의 행군’ 시절, 국제 감시요원이 분배 현장을 떠나면 북한 군이 트럭으로 식량 등 지원품을 회수하거나 빼앗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북한 주민들이 지원된 식량 등 구호품을 직접 소비, 사용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철저한 감시 없는 지원은 결국 북한 정권만을 이롭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구호물품이 장마당이나 군대로 빼돌려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지원이 유엔을 통해 현금이 아닌 주민들이 바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현물’ 위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래리 닉쉬 객원연구원은 “수해 지원품은 의료기기나 약품, 의료인 교류 등에 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식량 등은 군대나 엘리트 계층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어 지원해선 안 되며, 수해 복구가 끝난 뒤에는 의료기기와 사용하지 않은 의약품을 다시 돌려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외교정책 포커스의 존 페퍼 소장은 지원이 외부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플럼피 너트’ 같은 영양식을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플럼피 너트’는 땅콩과 설탕, 분유, 비타민과 무기질을 섞어 만든 영양식으로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에게 효과적이므로, 전용될 위험이 없다는 설명이다.
설문조사에 응한 25명 가운데 4명은 대북 수해 지원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前 국무부 한국과장은 “국제사회가 북한보다는 아이티나 인도 같은 나라 지원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주의 지원을 위한 자원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을 돌보지 않는 북한 보다는 자국민의 건강과 안위에 더 신경을 쓰는 인도나 아이티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 정권이 핵무기나 미사일, 사치품에 쏟아 부은 돈을 주민들을 위해 쓴다면 대북 구호가 필요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단호히 밝혔다.
특히,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 일본 등에 대한 계속된 군사 위협이 이들의 대북 지원 중단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설문조사에 응한 전문가 25명 가운데 3명은 유보적이거나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의 오공단 책임연구원은 “대북 지원은 각국 정부 지도부에 달린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윤선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이 문제는 정답이 없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북한에 대한 지원은 결국 정권에 도움이 될 것이고, 그렇다고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주민들은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Konas)
코나스 강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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