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의 '안보관', “한반도는 준전시상황”
국가 경영과 최고 지도자를 꿈꾸고 열망하는 대권 도전자들은 무엇보다 안보와 관련한 자신의 기본적 소양과 토대가 어디에 있는가를 분명히 해야
2017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정치권의 지형이 꿈틀대고 있다. 소위 대권(大權 · 나라의 최고 통치권자인 국가의 원수가 국토와 국민을 통치하는 헌법상의 권한)을 향한 주자들의 상호 견제와 발언, 사실상 공약을 발표하고 나서는 주자들에서 예비 잠룡들에 이르기까지 소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을 불사르겠다’며 국민의 감성을 깨우는 이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같이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 군에서 아직은 온도차가 다른 후보 군들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다르게 언론에 성함 석자를 오르내리며 나름 출사의 변을 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1월12일 인천공항을 통해 많은 지지자들의 환영 속에 귀국했다.
그리고 오자마자 거침없는 발걸음을 하고 있다. 대권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의 귀국과 함께 대권 출마를 기정사실화로 보는 야권에서는 연일 반 전 총장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 듯 보인다. 벌써부터 23만 달러 수수 의혹 등 이런 저런 얘기를 통해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시일이 가면 갈수록 그 수위는 커질 것이며 각종 음해공작과 왜곡, 과장, 날조 등 네거티브는 도를 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2017년 대통령 선거가 그러했고, 그에 일천한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각종 선거가 이를 대표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반기문 전 총장의 귀국과 함께 이어진 행보에서 우리는 대략적인 가닥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밋밋하게 비쳐지던 그의 성향이 확고하면서도 진일보한 모습으로 비쳐진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과거 김영삼 정부에서 수행한 외교안보수석으로서의 역할인 ‘안보’에 큰 비중을 실으면서 역대 대통령이 잠들어 있는 현충원 묘역을 방문해 국민통합과 화합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런 일련의 행동은 귀국 전 그를 따르던 지인과 지지자 중심으로 지난해 결성된 팬클럽 반딧불이 모임이나 1월10일 창립대회를 가진 글로벌시민포럼의 정책제안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한 시각은 여러 면으로 대비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건국 이후 가장 큰 국제사회의 대표적 기구인 유엔사무총장이라는 막중한 직함을 가진 지도자로서, 또 가장 큰 일꾼으로서 분쟁의 해결사 역을 다했으며, 가난하고 소외된 국가와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고 도움을 이끌어 낸 성공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난제들을 풀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풀게 하는 점도 그가 지닌 장점이라는 시각이다.
어떻게 보면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국내 정치무대 진입은 시기적으로 가장 험난한 때 이뤄진 점도 있다. 김정은 정권 등장 후 북은 2012년에 이어 2016년 1월과 9월 세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강행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현재진행형이다. 6차 핵실험도 가시권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통칭되는 대통령 부재 사태와 총체적인 난맥상은 우리 사회가 경험하지 못했던 일로 국민의 분노는 촛불민심으로 이어졌다.
이런 시점에서 국제적 감각을 온몸으로 체득한 반 전 총장의 등장은 ‘국가의 지도자는 위기 속에서 나타나며 빛이 난다’는 금언(金言)처럼 국민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10년 동안 중동에서, 아프리카에서, 아시아와 기타 지역에서 수없이 파생된 분쟁 현장과 각지에서 일어난 테러 참상을 확인하고 각 국의 정상들과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면서 그만큼 한반도가 처한 위협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인물이 반 총장이라 할 것이다.
그러기에 그는 14일 고향 충북 음성에서 “한반도는 아직 준전시상황”이라고 단언했다. 6·25전쟁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정전상태 하에서, 북한 김정은 집단에 의해 자행된 2010년 3월26일 천안함 피격과 같은 해 11월23일 연평도 포격도발, 2015년 7월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및 포격도발 등 일촉즉발의 위기국면에 있는 우리의 상황을 감지한 채 자신이 유엔사무총장으로서 배우고 보고 느끼고 몸소 실천한 경험을 공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15일 천안함 전사 장병 참배 시에는 사드(THAAD)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안전을 지켜줄) 방어형 무기”라며 “한반도는 준전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사드 배치 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고 했다. 전 날 발언에 이어 현 대한민국이 처한 위중한 상황을 재 강조한 것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의 반발과 무역 보복 조치로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반 전 총장의 사드 배치 지지 발언은 여타 정치인들의 발언과는 그 궤적이 달라 보인다.
모름지기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국가가 처해있는 제 상황이 어떤 것인가를 깨닫고 그에 합일되는 처방을 내려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며, 귀국 일성(一聲)으로 했다는 점에서 지지 또는 반대하는 찬 · 반 입장을 떠나 마땅히 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세라 보여 그의 안보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북한 김정은은 2015년 8월4일 목함지뢰 도발을 일으킨 뒤 20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북한군의 완정무장을 명령했다.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당시 한반도를 감쌌다. 이에 반기문 당시 유엔사무총장은 “관련국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더 이상 해선 안 된다”고 긴급 발표했다. 그러면서 양 당사국의 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새해 1월1일 육성으로 밝힌 신년사를 통해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했다. 또한 2017년을 ‘싸움준비 완성의 해’로 규정했다. 3대 세습 남북분단 70여 년을 지속해 오면서 어느 한 해 이 땅의 안보상황이 엄중하지 않은 시기가 없었다. 그럼에도 세 번의 핵실험을 강행하고 20여차례 이상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고 있는 광폭집단 김정은의 對 남한 인식, 나아가 정권교체 과정의 미국을 향한 추파와 강온 전략전술 전선을 대선 정국으로 파묻어 버린채 소홀히 하고 만다면 차후 그 참화로부터 다시 벗어나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국민을 앞장서 이끌고 국가를 경영하겠다며 최고 지도자를 꿈꾸고 열망하는 대권 도전자들은 무엇보다 안보와 관련한 자신의 기본적 소양과 토대가 어디에 있는가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광화문광장을 수놓은 촛불이 마치 내 안의 보고(寶庫), 금맥으로만 생각하는 것 또한 배제해야 할 것이다.(konas)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 수필가(holeekva@hanmail.net)
- 관련기사보기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