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국가행위'와 '國憲 문란행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누군가가 밥그릇에 재를 뿌린다면 우리는 그 재를 걷어내고 밥을 먹을 수는 있다. 그러나 밥그릇을 엎어 깬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자(前者)가 '국헌(國憲) 문란행위'라면, 후자(後者)는 '반(反)국가행위'이다.
헌정질서 문란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의 건국정신과 '역사적 정통성' 및 '이념적 정체성(正體性)'을 인정하지 않는 집단이 '반(反)국가단체'이고, 그런 행위가 '반(反)국가행위'인 것이다.
여권(與圈)이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국보법 대안(代案) 최종안을 제시했다. 형법 보완 3개안과 대체입법안 등 네 가지 국보법 폐지 대안 중 제1안(내란죄 개정안)을 수정을 가해 최종안으로 내놓았다.
여당이 제시한 최종안에는 북한을 현행 형법 87조 내란죄를 일부 보완하여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國憲)을 문란하고자 폭동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結社)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한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대안에서는 국보법에서 북한을「'반(反)국가단체'로 규정한 조항」이 없다.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 '불고지죄' 등 주요 내용이 대부분 없어지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반(反)국가단체' 또는 '반(反)국가행위'라 함은 문자 그대로 대한민국의 건국정신과 '역사적 정통성' '이념적 정체성(正體性)'을 인정하지 않고 국가전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그런 의도가 예비되어 있는 행위를 뜻한다.
'국헌(國憲)문란 정도'와는 근본적으로 대비(對比)가 되지 않는다. 1990년 박노해씨 등이 남한 내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하겠다며 '남한 사회주의 노동자동맹(社勞盟)'을 만든 사건 등이 그런 발상에서 나온 대표적인 반(反)국가단체행위였다.
지금까지 북한 관련 간첩행위 처벌은 거의 모두 국보법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었다. 국보법 4조(목적수행)는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반(反)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형법 98조에 규정된 행위(간첩)를 하거나,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하거나 중개한 때'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 최종안(案)대로 형법 98조의 '간첩죄' 조항 중 '적국을 위하여'를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하여'로 수정할 경우 북한은 헌법 3조(영토조항)에 비추어 반국가단체일 뿐, '외국이나 외국인의 단체'로 볼 수 없어 북한을 위한 간첩죄를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어지게 된다.
국보법을 폐지하고 형법에 안보 관련 내용을 반영키로 하고도 정작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분명한 근거 조항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결국 국가안보에 중대한 허점이 뚫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여권 일각에서는 "형법 90조의 내란 예비 음모 조항과 102조 준(準)적국 조항 등으로 북한측을 위한 간첩행위를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고 억지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야권(野圈)의 반응은 다르다.
검찰 공안통(通)이었던 장윤석 의원은 "여당안(案)에 따를 경우 북한을 외국이나 준(準)적국으로 보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대법원에서 과거 북한을 준(準)적국으로 해석했던 판례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 판레도 '북한 괴뢰집단을 하나의 불법단체로서 국가로 인정할 수 없으나...'라는 단서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반(反)국가단체' 조항의 삭제는 반미좌경단체에 '친북활동을 공공연하게 펼칠 수 있는 합법적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이자 편법이다. 북한을 '반(反)국가단체'가 아닌, '내란목적단체' '준(準)적국' 또는 '외국'으로 간주하자면 우리 헌법의 영토 규정 개정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공산화되지 않은 것은 분명 기적(奇蹟)이다. 국내외의 끈질긴 공산세력의 책동을 이겨내고 찬란한 경제번영과 민주주의를 만든 것 역시 기적이다. 그런 위협적이고도 불안정한 상태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준 것은 바로 국보법이었다.
국보법은 우리에게 지난 20세기에 세계인들로부터 칭송받는 바로 그 기적을 잉태할 수 있는 지반(地盤)을 제공한 법이었다. 국보법 허물기는 지난 반세기 이상 4,8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법적 울타리를 걷어내고 적진(敵陣)앞에 서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보안법이 완전무결할 수는 없다. 모든 법이나 제도가 그렇듯이 오남용 소지는 얼마든지 있었다.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는 특히 그러했다. 그러나 지난 91년 7번째 개정 이후로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는 사실상 사라졌다. '인권' 빙자는 '국보법 허물기'를 위한 구실일 뿐이다.
과거 권위주의정권 시절의 잘못된 법 운용사례 몇 가지를 들어 법 폐기를 주장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국보법 개폐는 일부 정치인들이 '한(恨)풀이'로 농간할 사항이 아니다. 몇몇 정치인들만의 전유물(專有物)도 아니다. 4800만 국민이 그 법(法)의 주인 아닌가.
우리가 거센 공산주의 바람 앞에서 대한민국을 곧게 세워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국보법 덕분이다. 국보법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이념적 정체성을 지켜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법이었다. 이 점이 우리 국보법의 세계사적 의의인 것이다. (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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