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들의 이전투구
최근 국내-외 상황을 보노라면, 안보에 위협이 되는 징후가 너무도 많은 탓에 안보에 관해 질문 하시는 분들에게 뭐라고 할 말이 없어진다. 일부에만 문제가 있다면, 이러한 것을 가지고 설명이라도 가능하련만 지금의 위기 상황은 말 그대로 총체적 내우외환이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나라의 많은 언론과 정부 관료, 정치권은 모두 한 두 가지의 이슈만을 보도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겉 모양에 대해서만 왈가왈부하고 있다.
최근 해외 상황들 중 우리가 주의 깊게 생각해야 할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 주한미군 철수 시한의 연장과 주한미군 기지 이전 시 C4I 업그레이드 비용 부담요구
주한미군의 전략적 효용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착각을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가치를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과 그 화력으로 보고 있다. 반면, 주한미군은 자신들의 가장 큰 전략적 가치를 우리나라 군에는 부족한 C4I 능력을 본다. 주한미군의 C4I 장비는 그냥 줘도 예산과 기술 상의 문제로 인해 한국군이 운영하기 어려운 장비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점을 보면 주한미군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절대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의 판단이 어떤 수준인지 알 수 있다.
- 주일미군에 1군단 사령부 설치 계획 및 태평양 사령부의 개편 계획
앞서 말한 부분과 함께 미국은 더 이상 해외주둔 미군을 위험한 상황에 두지 않고자 한다. 또한, 인명피해로 인한 작전 능력의 하락을 막기 위한 개발 계획이 향후 미 군사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참고하면, 이를 반영한 새로운 군사전략의 적용을 위한 행동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한반도 유사시와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생각한다고 해도 한국 보다는 일본이 더욱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 김영남 북한 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중국 언론 보도
북한 제도에 따라, 공식적인 국가원수의 지위를 지닌 김영남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북핵 문제와 이에 연계된 것으로 판단되는 인권법안 발효에 대한 대응책, 이에 대한 중국과의 조율 등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영남 위원장의 방중 이후 중국의 원조 지속 발표는 북핵 문제가 앞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중국 경제 상황과 세계 상품거래 시장, 선물시장, 유류 시장 동향의 관계
최근 수 개월 간의 유가 급등과 원자재, 상품 시장의 가격 추이로 가장 큰 압력을 받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중국과 미국의 세계 전략과 북핵 문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라크 전쟁 이후 각종 원자재, 상품, 선물, 유가증권 등의 시장 추이는 중국과 미국, EU, 러시아, 일본 간의 관계를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 북한 인권법안 발효 및 미국 행을 시도하던 탈북자가 몽고에서 체포된 것
얼마 전 몽고에서 체포된 탈북자가 오늘 국내로 송환되었다고 한다. 이들이 몽고 공항에서 보안 요원들에게 체포된 경위가 위조 한국 여권 소지 혐의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 미 대선 직전 시기의 파월 국무장관의 아시아 방문
미국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경제 활성화, 이라크 전쟁, 대테러 활동, 북핵 문제이다. 이들에 대한 것 중 북한의 문제는 대테러 활동, 핵무기 문제 등에 모두 연계되어 있어, 민주-공화 양 측 간에 첨예한 대립을 가져오고 있는 이슈이다. 그리고, 주한미군, 주일미군의 재배치 문제 등도 북한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은 미 정부의 행정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므로 지금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상황 설명은 물론, 지면 상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것이고, 실제로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 중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뭐니뭐니해도 북한이다. 북핵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매우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북한 자체의 능력에서 오는 문제이기 보다는 주변 국가들 간의 복합적 이해관계에서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것이 문제다. 즉, 주유소에서 라이타 들고 장난치고 있는 불량 청소년과 이에 대치하는 경찰, 주유소 직원이 있는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상의 상황들을 현실적으로 조합-분석하면 현재 한반도를 중심으로 수 많은 이상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와 정치권만 그걸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경제 불황 문제, 지역간 분열, 세대 간 분열, 이념 갈등이 심화되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현실적인 국제감각이 없는 한국은 배제된 채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 되고 있으며, 신뢰 문제로 인하여 한미 동맹이 가지는 기존의 가치와 지위까지도 위협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지금 우리 정부의 수뇌부들은 다른 건 다 놓쳐도 개혁만 이뤄지면 민생경제, 국제정치문제, 안보 문제 등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의 말들을 쏟아내면서 자신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언론과 식견 있는 사람들을 옥죄며 정말 다른 문제들은 모두 내팽개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100 여 년 전의 우리 나라와 80년대 레바논이다. 특히, 구한말 수구 세력들과 사대 세력들의 이기적 행태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던가? 지금은 단지 이름만 바뀌어 이미 세계적으로 폐기되고 있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전체주의 사고를 고수하려는 수구세력과 이러한 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등에 모든 것을 기대 새로운 기득권을 차지하려는 기회주의 세력이 서로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을 뿐이다. 지금의 상황이 구한말과는 전혀 다르다고 누가 감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이미 세상은 변했다. 그리고, 9.11 이후 지금까지 새롭게 변하고 있다. 이런 세계에서 안보의 문제는 더 이상 군과 안보 기관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안보는 경제, 문화, 사회 등의 유연한 요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연동하고 있다(왜 전세계의 강대국들이 안보 문제 연구에 복잡계 이론을 응용하여 연구하는 지를 생각해 보라)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안이한 국제적 시각과 주먹구구식의 국정운영만이 옳다고 주장할 것인가? 안보 문제보다는 개혁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것인가? 최근 주가가 연일 하락하는 이유, 정부의 통계와 실제적인 체감 경기가 유리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왜 북핵 문제가 EU 등 다른 국가들에 의해 UN의 주요 이슈가 되었겠는가?
가장 기본적인 현실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않으려 하면서 7천만 민족을 책임지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상과 떨어질 수 없는 체제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큰 그림을 보지 못한 채 우물 안에서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을 보노라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비난에는 야당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안보 위협에 대해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국내 정치, 경제 분야에서 뭔가 확실한 행동이나 4대 개악법의 입법 추진에 대해서 제대로 된 대안 하나 내지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공격만 당하고 끌려 다니기만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정말 야당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혹시 자신들의 지지자가 많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현실은 지금 당장에 특별한 대안 세력이 없기 때문에 지지했던 것일 뿐이다)
이처럼 현재 정치권들이 실망스러운 모습밖에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면, 아마도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현실 감각을 가지고,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진짜 진보-말장난 같은 지금의 자칭 진보가 아닌-적인 정당을 애국 세력들과 국민들이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 국내외에서 총체적인 위험 증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을 막는 것이 어렵다면, 하다 못해 국민들에게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들은 지금이라도 우물 안 개구리들의 이전투구와 같은 행태를 그만두고 시급한 문제들에 대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언론들은 지금까지와 같이 몇몇 주요 외신을 찾아 번역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 또한 안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과 우리 가족들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안보라는 것은 지키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일순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konas)
전경웅(코나스 고정칼럼리스트,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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