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인 동아시아평화회의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로 소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ㆍ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 “한ㆍ일 두 나라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과 해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전직 국무총리와 국회의원 등 공직자 출신과, 문화예술인, 종교인, 학계, 언론인, 시민사회단체장 등 80여 명으로 아시아평화회의는 이날 ‘한일관계의 위기를 넘어 동아시아의 평화로’란 제목의 ‘8․15 74주년 특별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특별성명에는 원로회원 67명이 서명했다.

 성명은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과 일본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사실상 최악의 관계를 맺고 있다”며 “아베 일본 정부가 주도한 한국에 대한 무역 보복과 평화헌법 폐기 노력, 그리고 재무장 공언으로 동아시아 평화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일평화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일본 정부는 평화헌법을 개정해선 안된다”며 일본 국민과 정부가 이를 지킬 것을 촉구했다.

 성명은 이어 “한반도 평화 없이는 동아시아 평화도 없고, 동아시아 평화 없이는 한반도 평화도 없다”며, 한일 정부는 갈등과 대립을 확대하는 자세를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핵 위기 역시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경제-평화 관계마저 닫힌다면 앞뒤가 막히는 형국이 될지 모든다며, 남북 평화관계 못지 않게 한일 평화관계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1998년 10월 8일 도쿄를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채택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이어 나갈 것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인들에 가한 고통과 비극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과의 자세를, 한국 정부는 일본인들의 전후 경제 발전과 동아시아 평화 기여에 대한 인정과 화해의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성명은 또 일본 정부가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 간 나오토 총리 담화의 역사인식을 계승하기를 촉구하고, 상호 인정과 존중 속에 ‘미래’를 응시한 과거 정부들의 자세로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원로들은 성명에서 양국 정부에 네 가지 자세를 주문했다. 먼저, 양 정부는 앞으로 갈등과 대립을 확대하는 자세를 극도로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는 조치들을 철회하고, 양 정부는 다방면의 직접 대화를 즉각 재개하며, 과거 협정과 약속들이 해석의 차이와 모호성을 안고 있다면 일치와 접근을 향한 성숙하고 진지한 직접 대화와 지속적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성명은 마지막으로 “우리는 일본 국민이 레이와(令和) 시대를 평화의 시대로 열망한다고 믿는다”며 “아베 정부가 새 시대를 이웃나라와의 적대로 시작한다면 일본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며 세계를 크게 실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은 류종열 흥사단 이사장과 이현숙 여성평화외교포럼 명예회장이 발표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