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안보의 기본개념을 재정립할 때
북한의 대남선전이 ‘내정간섭’ 수준을 넘어서서 본격적인 남한의 기본 국가안전망 무너뜨리기 선전·압박공세에 돌입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가 북한의 기본주장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거니와, 이제는 “친북사이트를 차단하면 남북관계가 파탄될 것”이라는 등 구체적인 억지 주장을 하고 나온다.(노동신문, 11.25 “용납못할 북남관계 차단책동”' 제하 논평) 북한은 이번에도 「6·15공동선언」을 근거로 대남비난을 전개하고 있다. 곧 친북사이트 차단을 “6·15시대에 역행하는 행위이자, 반민족적 범죄”라는 주장이다.
차제에 우리는 김정일정권의 대남전략·전술이 변한 것이 없고, 변한 것이 있다면 위장과 은폐를 통한 2중전략과 「6·15공동선언」으로 포장한 새로운 선전공세로 인해, 그들의 의도를 간파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한반도 위기가 북한의 핵개발 때문이 아닌 미국의 핵억지 강경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국민, 지도층이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이 점은 여실히 증명된다. 그만큼 김정일정권의 위장전략과 억지주장이 우리사회에 먹혀들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듯 명분전과 선전전에서의 남한의 수세(守勢)는 어디로부터 연원하는 것인가? 멀리는 「7·4공동성명」, 가까이는 「6·15공동선언」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7·4공동성명」은 일반인이 인식하는 것과는 달리,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합의사항이 말해주는 것처럼, 그 실상에 있어서 한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원칙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대북 회담·협상상의 일대 패작(敗作)이었다. 뒤늦게 깨달은 한국정부가 이를 무시했던 것이 다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6·15공동선언」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그야말로 한국의 대북·통일정책을 근본적으로 왜곡시킨 이적문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자주·외세 배격 조항은 말할 것도 없고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안 수용과 ‘남북경제공동발전’ 항목이 이를 잘 말해 준다. 그리하여 북한에서는 이들 두 문서를 「조국통일 3대장전」에 포함시켜, 대남선전과 명분의 근거로서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중히 여기고 있다.
이제, 북한의 대남선전공세의 기본 틀, 기본 준거를 무너뜨려야 할 때이다.북한이 주장하는 자주, 민족, 평화, 통일의 허위의식을 깨뜨리고, 그 자리에 한반도 평화·안보의 기본개념들을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 곧, 자주는 바람직하나, 4대강국으로 둘러싸인 한반도 현실에서 한반도에 사활적 국가이익이 없고 자유·인권을 존중하는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서만 실현 가능하며; 민족의 범주는 김정일 독재정권을 제외한 북한주민을 지칭하는 것이며; 평화란 국방·안보태세 없이 결코 이루어질 수 없고; 통일은 자유체제에 기초한 통일 이외 논의의 여지가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일으켜 세워야 한다.
난무하는 북한의 대남 선전공세에 우리의 젊은이들을 무방비 노출시켜서는 안되며, 위의 代案을 통해 이들의 국민윤리 교육 공백을 메워주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개념을 재정립한 후, 우리의 대북정책은 변화무쌍한 한반도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그 기본방향은 (1)안보태세의 확립과 (2)김정일체제 붕괴에의 준비가 될 것이다. 만의 하나 북한의 대남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김정일정권 붕괴 내지 교체·전복과 같은 한반도 돌발상황에 대처함으로써, 예기치 않게 다가올지 모르는 통일기회를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다.
아울러, 상기 언급한 북한의 대남 기본자세를 파악한 이상, 남북관계에 지나치게 연연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정일정권이 말하는 남북대화, 평화, 민족, 통일 개념은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남북회담 기본자세가 변하지 않는 이상, 남북대화에 지나치게 집착해서는 안될 것이다. (konas)
# 홍관희(통일연구원 평화안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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