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리는 이미 핵 보유국"
김계관 부상, 방북 美의원단에 밝혀
북한의 고위관리가 지난 11∼14일 방북한 미국 하원 의원단에게 북한은 이미 핵 보유국임을 천명했다고 방북 단장인 커트 웰든 하원 군사위 부위원장이 19일 밝혔다. 이같은 사실은 세계일보가 21일 단독 보도함으로써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웰든 의원은 이날 워싱턴 DC 인근 국방 관련 민간회사인 디사이시브 애널리틱 사무실에서 미 국방부 북한 담당관 등 정부 관리들과 세계일보 기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방북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웰든 의원은 북한에서 미 의회 대표단이 백남순 외무상,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함께 회담을 할 때 김 부상이 “우리는 이미 핵 보유국(nuclear state)”이라고 천명한 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방어용으로만 사용할 것이고 영구적으로 보유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자들과 관영 언론매체들은 지금까지 북한이 핵 억지력(nuclear deterrence)을 갖고 있다고 모호하게 표명해 왔으나 미 의회 대표단에게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미국 등을 겨냥해 북핵 문제를 둘러싼 위기감을 고조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웰든 의원은 이날 김 부상 등의 발언을 기록한 메모지를 공개하면서 “김 부상의 말은 북한이 명백하게 핵폭탄을 이미 갖고 있다는 뜻이었다”며 “현재 미 정보기관도 북한이 2∼8개가량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부상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해 미국의 공격을 당했기 때문에 우리는 방어용으로 핵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웰든 의원은 “백 외무상이 북한의 최종 목표는 비핵화”라며 이 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백악관의 스콧 매클렐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이 6자회담에 매우 일찍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미 정부는 한국과 일본의 대북지원을 허용했던 지난해 6월 제안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우리가 6자회담으로 다시 돌아갈 때는 그 제안을 어떻게 현실적인 방법으로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미국이 일단 회담이 재개되면 전향적인 새 제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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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커트 웰든 미 하원 군사위 부위원장 등 하원의원 6명으로 구성된 미 의회 대표단과 톰 랜토스 민주당 의원의 방북을 이용해 미국의 새 외교 안보팀에 상반된 2가지 메시지를 전달했다.
북한은 우선 6자 회담에 곧 복귀할 수 있다는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북한은 이와 동시에 북한이 이미 핵 보유국이라고 천명함으로써 미국 조야의 관심을 끌기 위한 강수를 던졌다.
북한의 6자회담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웰든 의원 일행과 면담할 때 북한이 기존에 사용했던 핵 억제력이라는 표현 대신 핵 보유국이라고 밝힌 것은 지극히 계산된 발언이라는 게 워싱턴 정가의 반응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미국 정부 관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표성이 떨어지는 미국 하원의원들에게 북한이 이미 핵 보유국이라고 주장한 것은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을 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려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는 주장을 통해 위기감을 고조시켜 6자회담이 속개될 경우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속셈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 방문을 마치고 18일 미국으로 돌아온 웰든 의원은 19일 미국 정부관리 등에게 약 2시간에 걸쳐 미 의회 대표단과 북한 고위 당국자간 대화 내용을 상세하게 브리핑했다. 북한의 김 부상은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고 주장한 뒤 미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웰든 의원이 전했다.
김 부상은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짓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피그미 등으로 부른 데 대해 격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웰든 의원은 “북한이 핵 개발을 강행하면 미국도 의회가 잠시 중단시킨 벙커버스터 폭탄 개발을 재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고 말했다.
미 하원 군사위 획득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웰든 의원은 “북한이 지난 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막기 위해 매년 100억달러의 예산을 들여 미사일 방어망(MD) 구축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미 양측이 미 의원단 방북을 통해 서로 탐색전을 벌였다”면서 “부시 대통령 취임식과 오는 2월2일 국정연설이 끝나면 양측이 보다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기사제공: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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