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무기 보유국' 사실인가
김계관 부상 발언에 전문가 반응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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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든 의원이 방북한 시점은 북한이 제2기 부시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에 대북 적대정책을 평화공존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던 시기로, 김 부상의 발언은 이를 위한 `계산된 초강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김 부상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것이 방어용이고 영원히 보유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은 이같은 의도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남 상임위원장도 웰든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핵개발 계획을 장기적으로 계속 유지할 뜻은 없다며 미국과 우방으로 지낼 날을 기대한다고 밝혔고, 백 외무상도 한반도 비핵화가 최종목표이며 북한의 핵 포기과정은 투명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북한이 성명이나 정부 대변인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핵무기 보유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유엔에서나, 북ㆍ미 양자 간 접촉 때, 또는 개별적으로 방북한 외국 인사들에게 핵무기 보유를 밝힌 적은 몇차례 있었다.
지난해 6월 제3차 6자회담 중 이뤄진 북ㆍ미 양자협의에서 북한측 관계자는 "우리는 핵 억제력의 폐기 의지를 보다 명백히 하기 위해 핵무기를 더 이상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이전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을 핵 동결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댔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무기를 더 이상 만들지도'라는 대목은 글자 그대로 보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또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는 최수헌 북한 외무성 부상이 연설하면서 "부득이 핵 억제력까지 갖추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은 현 미행정부가 우리를 `악의 축', 핵 선제공격대상으로 정하고 우리를 제거해 버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부상은 기자들과도 만나 "이미 8천대(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해서 무기화했음을 선포한 바 있다"며 말해, 2003년 10월 2일 "재처리로 얻어진 플루토늄을 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용도를 변경시켰다"는 외무성 발표를 뒷받침했다.
또 지난해 1월 미국 방문단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등을 돌아본 것과 관련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은 우리로 하여금 핵 억제력을 마련하도록 했는데 우리는 이것을 이번에 보여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방북단의 일원이었던 핵무기 전문가인 전 로스앨러모스 핵연구소장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플루토늄을 추출ㆍ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말하는 `핵 억제력'에 대해 핵무기로부터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 또는 핵무기 제조 기술 및 제조능력, 핵탄두를 실어나르는 운반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추정하고 있다.
北 `핵무기 보유' 발언에 대한 전문가 반응
국내 전문가들은 김계관의 핵무기 보유 발언이 북한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북ㆍ미 핵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선언적ㆍ정치적 의도가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내세워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버리고 체제보장을 약속하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데에는 견해를 같이 했지만, 북한이 실제 핵무기를 보유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다음은 김 부상의 핵무기 보유 발언에 대한 전문가 분석이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실장 =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김계관 북한 부상의 핵무기 보유 발언은 북한이 6자회담을 앞두고 핵무기 보유사실을 기정사실화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 같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현재 북한의 핵무기 개발 여부를 확인할 수단이 없다. 플루토늄을 추출, 재처리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렇다할 핵실험이 없었기 때문에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이 북핵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북한은 핵카드를 활용해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 경제지원, 관계정상화를 얻으려는 입장이다. 김 부상의 발언은 북한과 핵협상 채널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함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강정민 서울대 원자력센터 박사 = 북한은 이미 1980-90년대 수차례 핵무기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고폭실험(기폭장치에 대한 실험)을 해 핵무기를 개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기술수준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구형 핵무기로 공격용보다는 전쟁발발 후 보복용, 즉 주한미군 기지 공격 등 한반도용에 가깝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왔지만 김 부상의 말은 보다 공식적으로 선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 김 부상의 발언은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 선언이라기보다 핵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재처리된 플루토늄을 핵무기로 만들 수 있음을 강조해 향후 대미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미국 하원은 양국 간 중재자로서 역할은 할 수 있지만 북핵문제 해결에는 주도적인 역할은 할 수 없다. 결국 이번 발언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완화하려는 정치적 계산에서 나왔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말은 이미 여러 차례 했다. 그 내용 자체는 중요치 않으며 '명백히 갖고 있다'는 선언적 의미가 있을 뿐이다. 현재로선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추정 수준이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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