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구 전투는 유엔군의 주축으로 참전한 미군이 대대적으로 벌인 첫 전투였다. 한강 방어선이 붕괴된 이후 미 제24단은 남하하던 북한군의 주력을 대전에서 저지하려고 했다. 한미연합전선 체제 구축, 후속부대 편성과 배치를 위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금강방어선을 담당하게 된 미 제24사단은 모든 교량을 폭파하고 경부국도가 통과하는 대평리에 방어중점을 두면서 가능한 한 오래 지연하는 작전방침을 세웠다. 대전비행장에 사단지휘소를 설치하고 대평리와 공주 지역에 각각 1개 연대의 병력을 배치하여 금강에 연한 방어진지를 구축하였다. 미 제24사단은 1950년 7월 16일 금강 방어선이 붕괴된 이후 사방에서 대전을 포위해 들어오는 북한군 제105전차사단과 제4사단에 대항해 결사적인 지연작전을 펼쳤다. 

▲ 대전시 중구 보문산에 위치한 대전지구전적비 ⓒkonas.net

 북한군 제4사단은 7월 18일부터 논산에서 대전 남쪽으로 우회하기 시작하였다. 7월 19일 북한군의 대전 총공격으로 7월 20일이 되기 전에 완전히 미 제24사단이 포위되었고 윌리엄 딘 사단장은 야간을 기하여 철수하기로 하고 주간에 대전시에서 시가전을 감행하였다. 이 때 전쟁 발발 후 최초로 보급된 대전차 화기인 3.5인치 로켓포를 이용해 적 전차를 공격했다. 

 딘 사단장은 북한군이 금산가도에서부터 북상함에 따라 곧 시가전을 중단하고 7월 20일 오후 3시 30분부터 사단을 영동 지역으로 철수하도록 하였다. 이 과정에서 딘 소장이 실종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하였다. 영동으로 집결한 24사단은 미 제1기병사단에 작전책임지역을 인계하고 왜관 일대로 철수하여 부대정비에 들어갔다. 

 사흘간의 격전에서 미 제24사단은 수백 명의 적군을 사살하고, 전차 15대와 대포 21문을 파괴하는 전과를 올렸으나 제24사단 병력의 30%와 장비의 65%를 잃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 전투를 계기로 미군은 북한군의 전투력을 재평가하여 새로운 대비책을 강구하게 되었으며, 북한군은 국군과 유엔군이 유기적인 전선을 형성하기 전에 대구 지역으로 남하하기 위하여 경부 축선 상으로 그들의 전투력을 집중하게 되었다.

▲ 대전지구전적비 뒷면에 새겨진 전사문 ⓒkonas.net

 뼈아픈 패배로 끝난 대전지구 전투였지만 적의 진격을 상당기간 지연시키는 작전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낙동강 전선에서 적의 공격을 방어함과 동시에 반격의 기회를 도모하는 데 공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 제24사단은 인천상륙작전 성공 이후 낙동강 전선에서 총반격하여 대전을 탈환할 때, 최선봉에서 지난날의 패배를 설욕하기도 했다.

 대전지구전적비는 대전 중구 대사동 산 3-71 보문산 야외음악당에 위치하고 있다. 전적비 앞 동상은 직접 3.5인치 로켓포를 들고 T-34/85를 격파한 윌리엄 F. 딘 소장을 중심으로 제24사단 병사들의 위용을 표현하고 있다. 

 대전지구전투 당시 장병들이 치른 혹독한 희생을 추모하는 비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자유의 햇빛이 눈부신 언덕 
영광의 탑은 거룩히 섰나니
1950년 6월 25일 
붉은 무리들이 성난 밀물처럼 
밀려오던 날
유엔기 높이 들고 달려온 
미 제24사단 
자유의 이름으로
최후까지 한밭들에서 싸웠나니 
그대들의 피는 이곳에 뿌려졌으나
그대들의 함성은 지금도 들려오네
자유의 사도 
평화의 기수 
그대들의 이름은 
이 겨레의 가슴마다 
깊게 깊게 새겨지리“

차가운 겨울을 맞아 방문한 대전지구전적비!
자유대한민국을 위해 격전을 벌인 치열했던 그날들을 기리며 가슴 뜨거워지는 현장체험이었다.(konas)

향군 대학생 인턴기자 정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