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김정일 찬양 영화 잇달아 상영 물의
"영화통한 북한 이해"주장에 "북한실상 왜곡한 정치선전용" 전문가 비판
통일부가 김정일체제 찬양을 내용으로 한 북한영상물을 상영, 물의를 빚고 있다. 광화문에 위치한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이하 북한자료센터)는 ‘북한실상에 대한 이해증진과 바람직한 통일관 형성 및 통일 후 남북한의 이질화 극복을 위해’90년 3월부터 북한영화상영을 시작했는데, 최근 북한정치선전용 영화들을 잇달아 상영하고 있다.
북한자료센터가 지난 22일 문익환목사추모기념사업회(이사장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 이하 문익환사업회)에 출장상영하고, 오는 2월 25일 북한자료센터에서 정기(定期)상영예정인 영화 ‘심장에 남는 사람’은 대표적인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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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서 발간된 `조선영화` 90년 2월호에 실린 `심장에 남는 사람`에 대한 화보 /이승재 기자 fotolsj@ |
89년 제작된 ‘심장에 남는 사람’은 주인공 원학범이 김정일 친견(親見) 당원교육을 받고 와 타이어공장의 초급당비서로 배치돼 “조선로동당 결정이 생명보다 귀중하다”며 당 결정을 주도하고 타이어공장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자료센터가 지난 28일 북한자료센터에서 정기(定期)상영한 ‘축복합니다’와 기타 단체상영 및 출장상영한 영화들도 대체로 김정일 및 당에 대한 충성과 사회주의건설을 주제로 한 내용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 미화의 일관된 주제
대표적 정치선전용 영화로 지적되는 ‘심장에 남는 사람’은 “당 결정은 목숨으로 담보돼야 하네”“입으로는 당과 운명을 함께 한다면서 실천이 안 되고 있다”“우리도 당 결정을 목숨으로 지킵시다”“당이 준 사명을 목숨 바쳐 지켜나가자”“당 결정은 생명이라 했는데 누가 목숨을 걸고 있나?”는 등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조선로동당의 결정을 위해 생명을 바쳐야 한다는 일관된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또 주인공 원학범은 영화 스토리가 일종의 긴장상황에 처할 때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김정일)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당 사업을 해 볼 생각이네”“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께서는 불필요한 형식주의를 타파하라고 가르치셨다”“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군중의 심장에 문을 두드리는 당 일꾼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다”“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우리 혁명1세대는 동지를 하나 얻기 위해 목숨을 버렸다”는 등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이 영화는 또 소금생산량에 대한 ‘당 결정’을 완수하기 위해 소금밭에 쓰러져 죽음을 맞이한 ‘염전처녀’에 대한 회상, 기관지출혈을 해가면서도‘당 결정’을 완수하는 타이어공장 노동자의 장면 등이 아름답게 묘사돼 있다.
북한에서 발간된 영화평론지 ‘조선영화’ 90년 2, 3월호는 ‘이 영화는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를 만나 뵙고 가르치심을 받은 당일군인 주인공 원학범이 형식주의적 사업방법을 없애고 군중 자신의 것으로 되는 당 결정을 채택하기 위해 적극 투쟁하는 모습을 생동한 화폭으로 펼치고 있다’며 ‘영화는 당 정책 관철에서 당원들과 일군들이 절대성 무조건성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을 훌륭하게 형상한 것으로 하여 커다란 실효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정치적 성격으로 접근하면 볼 것 없다(?)”
문익환사업회 측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영화상영을 학교나 단체별로 정례화시킬 예정이고 “영화매체를 통해 북한을 이해시키는 활동이 통일맞이(문익환사업회) 사업의 한 부분”이라며 상영취지를 밝혔다.
한편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의 송승섭 선임사서는 북한영화상영목적은 영화매체를 통한 북한의 이해라며 문익환사업회 측 관계자와 같은 취지의 설명을 했다.
그는 또 ‘영화주제선정에 문제점이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북한영화는 원래 적은 돈으로 김일성주의를 의식화하자는 데 있다”면서 “따라서 북한영화는 단순히 예술작품으로 봐야지 정치적 성격으로 접근하면 아무 것도 볼 것이 없다. 이적성여부를 떠나 북한자료를 보는 것이다”는 애매한 답변을 했다.
“북한 바로 알기 아닌 잘못 알기”
그러나‘북한을 이해하기 위해 영화매체를 상영한다’는 통일부관계자의 주장과 달리 북한전문가들은 ‘심장에 남는 사람’과 같은 정치선전영화 상영은 북한의 실상(實像)이 아닌 정치적으로 왜곡된 허상(虛像)을 인식케 해 줄 뿐 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한다.
김승철 북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심장에 남는 사람은 당의 결정을 목숨 걸고 지켜야한다는 주제 아래 김정일체제를 선전하는 A+급의 정치적 영화”며 “굳이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임거정, 처녀운전수 등 비정치적 영화를 통해 북한주민의 생활과 문화를 감상할 수 있겠지만, 심장에 남는 사람 같은 영화는 북한주민의 생활과 문화와는 무관하게 김정일 체제를 미화하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탈북민 출신으로 남한에서 영상사업을 벌이고 있는 Y씨는 “심장에 남는 사람은 북한주민들의 처참한 현실을 왜곡하고 김정일체제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정치선전물”이라며 “이런 식의 매체를 통해 북한을 인식하는 것은 북한바로알기가 아니라 북한잘못알기”라고 말했다.
Y씨는 “남한사람들은 사실을 왜곡해서 전달하는 이런 영화들을 통해 정치적으로 폭압당하고 경제적으로 굶주린 북한주민들의 실상을 알게 되는 대신 김정일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북한이 살 만한 나라라는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욱 기자 (미래한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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