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죽음으로 강력한 구심점을 잃은 일본의 강성 보수주의는 세력재편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가 일본의 보수화를 이끌어온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점이 이유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태주 박사는 연구원이 11일 발행한 이슈브리프 371호 ‘아베 전 총리 사망과 변화의 기로에 선 일본 정국’에서, 아베 전 총리의 급작스러운 죽음은 향후 일본 정국에 커다란 변동성이 나타날 것을 예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아베 사망이 향후 일본 정국에 나타날 변화의 가능성을 △일본 내 보수화의 방향성 △자민당 내 파벌 세력 구도 △기시다 정부 정책 측면 등 세가지 측면에서 살폈다.

 김 박사는 첫째, 포스트 아베 시대에도 아베의 정치적 유산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그동안 아베가 일본의 보수화를 이끌어온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죽음은 강성 보수화의 추동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았다.

 10년 집권기간 동안 아베는 자신의 확실한 파벌세력과 당 내외 정치적인 네트워크를 수립하였고 위기마다 압도적인 표차로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그의 사후 아베의 계승자로 불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대중적 지지도와 정치적 파워 그리고 보수이념을 가진 인물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그동안 보수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아베의 죽음은 보수정치의 재편을 불가피하게 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베는 기시다 정부에서도 헌법개정, 미사일 사거리 연장, 3대 방위문서의 개정을 통한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 방위비를 GDP의 2%대로 증액, 적기지공격능력 법제화, 미국과의 적극적인 협력, 방위력 증강을 주도해 왔지만, 장기 집권을 원하는 기시다 총리가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의 압도적인 승리를 바탕으로 리더를 잃은 아베파벌과 다른 소수 파벌들을 자신의 우군으로 확보하려고 할 것이고, 당내 지지 세력의 확대를 통해 아베와의 차별성을 서서히 시도할 것이란 분석이다.

 셋째로 김 박사는 기시다 정부의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 조용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아베와의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았다.

 먼저 경제적인 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지출을 요구하는 GDP의 1%에서 2%까지 방위비를 확대하는 방안은 당분간 실현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김 박사는 헌법 개정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예견했는데,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정부는 평화헌법 개정을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켰고 개헌 세력이 참의원 3/2 확보에 성공하였지만, 헌법 개정의 내용에 대한 자민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등 각당의 입장이 다르고, 자민당 내부에서조차도 이시바 시게루 등 온건 보수 세력은 헌법 개정론에 신중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김 박사는 아베의 부재가 단기간에 한일관계의 진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당분간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기시다는 한일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의 당내 정치적 리더십을 확고하게 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이고, 그러기 위해서 당내 아베파와의 갈등보다는 오히려 아베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활용하면서 당내 정치적 우군을 확대한 후에 서서히 기시다 자신의 색깔 있는 보수 리더십으로의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