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8.15광복절 제79주년 기념일과 한반도 안보정세
다가오는 8월 15일은 한반도가 일제의 강압적 무단 통치에서 벗어난 이후 79번째 맞는 광복절이다. 당시 일본군을 창시한 야마가타 아리토모는 조선(한반도)을 ‘이익선’으로, 만주를 ‘생명선’으로 인식했다. 1940년 마쓰오카 요스케 외무장관은 자신들이 중심이 되어야 서양세력을 몰아낼 수 있다며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일제의 영토 확장정책)’을 주창했다.
일본은 지역 안정을 명분으로 하여 지속적인 영토 확장을 시도했으나, 결국, 1945년 8월 14일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을 통보했다. 이로써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었고, 한반도는 일제의 35년 식민통치에서 벗어났다. 대한민국(이하 한국)은 일본의 압제를 겪는 동안 국가에 주권이 없다면 어떠한 처지가 되는지를 깊이 체득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독립한 국가 가운데 경제발전과 기술혁신, 문화적으로 성공한 국가가 드물었지만, 한국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중견 국가로 성장하였다.
현 시점에서 아쉬운 점을 짚는다면, 주권을 되찾은 이후 국력 배양과 국민 결속에 노력하기보다 진영 간 이념 분쟁·기득권 계층의 일탈 등을 비롯하여 계층·정파(政派)·집단 간 이익 추구에 머물렀고, ‘맹인모상(盲人摸象-장님 코끼리 만지기)’ 즉, 각자의 주의·주장만 내세우는 편 가르기가 일상이 되었다. 다양한 계층이 살아가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은 당연하다. 그러나 간과하지 않아야 할 사실은 갈등엔 ‘분열과 결속’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분열의 다른 한편엔 ‘협력·결속’이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갈등이 너무 커지면, 협력이 어려우며, 갈등이 줄면, 노력 낭비도 줄어들고 한마음으로 국가 발전과 국익을 도모할 수 있다.
글로벌 여론조사기관(IPSOS)이 2021년 6월 28개국 국민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정치·세대·지역·이념에 대한 부정적 응답률은 한국이 제일 높았다. 정치적 갈등이 91%(1위), 사회적 계급 갈등에선 87%(2위), 진보-보수 갈등도 87%(1위)에 달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23년 9월 국내 거주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사회통합 실태 조사>에 의하면, 갈등의 원인에서 개인·집단 간 상호이해 부족이 24.7%(1위), 빈부격차가 23.3%(2위), 개인의 이익 추구가 21.8%(3위)였다.
한국인들은 일제의 식민 지배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가치, 주권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했고, 공산 침략에 용감히 맞선 선배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작금의 포퓰리즘과 양극단으로 갈라선 진영논리, 조삼모사(朝三暮四)를 당연시하는 사회적 인식 구조는 시급하게 청산돼야 할 적폐다. 적과 우방을 구분하기 어려운 국제 관계 속에서 존립과 국익을 도모하려면, 내부적으로는 ‘자유와 절제된 질서는 동반자’임을, 외부적으로는 ‘강한 국력의 과시와 함께 국제적 신뢰’가 필요하다. 또한, 진정한 광복(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시민의식이 살아 움직여야 한다.
동북아 정세를 살펴보자. 러·중은 흑백지대라는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난 지 오래이며, 회색지대(Gray Zone) 전략과 하이브리드戰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달성하고자 온갖 책략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국제 환경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지저분한 도발 책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군사정찰 위성 2호기는 발사에 실패했다. 반면에 한국의 군사 정찰위성 2호기가 성공하자 곧바로 오물풍선 살포-GPS 교란 공격-미사일 발사를 반복하며 위기를 고조시켰다. 정부도 지체하지 않고 <9·19 군사합의> 효력 전체를 정지하였다. 그러나 한반도의 지정학적 측면을 고려할 때 위기 해소는 먼 장래의 희망일 뿐이다. 최근 북-중 관계가 다소 멀어졌지만,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봉합될 수 있으며, 러시아와의 밀착은 더 심화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통합작전사령부’ 설치를 지지하면서 미-일 간 군사협력 수준은 더 높아졌다. 이들은 독립기념일이면, 민간단체(시민)들이 모여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며 그날의 감격을 되새긴다. 우리도 5천여 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자랑만 할 게 아니라 ‘대한민국인이자 자유민주주의 시민’으로서 어떻게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할지?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극단적인 주의·주장 대결은 상대를 생채기 내고, 기적이라고 자랑스러워하던 그간의 발전상 및 성취를 훼손하게 할 뿐만 아니라 퇴행적 나락으로 빠질 수 있기에 염려스럽다. 이 염려는 남-북 간 군사적 대립과 첨예한 대치에 따른 긴장·불안감 때문이 아니다. 경제·안보가 융·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국제사회의 지정학·지경학적 관계 때문도 아니다. 책임과 의무는 내팽개친 정치·사회,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갖춰야 할 정체성·시민 정신이 없어져서다. 북·중·러 대(對) 한·미·일 진영으로 나뉘었지만, 각국도생(各國圖生)의 온갖 책동이 난무한다. 유연하고 지혜로운 절제와 결기가 있어야 한다.
남북 간 갈등(분쟁)은 항시 평행선이기에 위기 국면이 쉽게 해소되기는 난망하다. 지난해 광복절에 정부가 제안한 ‘담대한 구상’을 북한당국이 무시하면서 국민적 관심도 식어버렸다. 수해와 관련한 대북지원 제안에 김정은은 “인명 피해를 날조하는 악랄한 모략 선전이며, 적은 변할 수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혼돈의 카오스인 국제 안보정세에 끝날 기미가 없는 러-우·이-하-헤 사태의 복합적 구도, 미-중-러 간 회색지대 분쟁 격화의 불똥, 우리 사회 내부의 극단적 갈등을 풀어줄 정치·정책적 역량이 필요한 때다. (konas)
김성진 : 향군 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정치학박사), (사)통일협력연합 자문위원, 경제포커스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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