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북한의 핵·상용무력 병진노선이 우리 안보에 미치는 영향
2025년 9월 김정은이 국방과학원 장갑방어무기연구소 및 전자무기연구소 방문 시 언급한 ‘핵무력과 상용무력의 병진 정책’과 동년 10월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보인 첨단무기체계, 특수작전군의 분열 모습은 북한이 ‘재래식‧핵 통합’(CNI) 작전을 구사하기 위한 준비에 매진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특히, 10월의 열병식은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공개한 첨단무기들과 이 무기를 운용하는 부대를 동기화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군사력을 종합 현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해석하면 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 중점을 두었던 핵무력 발전 정책에서 상용무력, 즉 재래식 전력의 현대화를 동일시 함으로써 북한판 CNI 전략을 실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본 고에서는 지난 해 10월의 열병식을 기준으로 지금까지의 핵무력과 상용무력의 발전상을 살펴보고, 북한이 이 전력들을 발전시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분석하면서 아울러 이런 ‘핵‧상용무력 발전 병진 정책’이 우리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10월 열병식으로 본 북한의 핵무력 및 상용무력의 발전상
2013년부터 추진해 온 ‘핵‧경제 병진 노선’의 추진 결과로 북한의 핵무력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달성되었다. 핵물질 확보, 핵탄두의 설계, 핵실험을 통해 핵분열탄과 융합탄을 제조할 수 있고, 다양한 핵미사일을 개발하여 지상, 수상 및 수중에서의 핵전력 운용이 가능하다. 이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게 이번 열병식에서 첫선을 보인 ‘화성포-20’형과 ‘화성-11마’형 미사일이다. 이외에도 북한은 북한판 에이태큼스, 600mm 초대형 방사포, 북극성 계열의 탄도미사일과 화살-1, 2형 등의 지상 및 수중 발사 순항미사일 개발을 완료하여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
다만, 상대국의 선제 핵 공격에 생존하여 제 2격을 가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인 ‘원자력추진잠수함’(SSBN)의 건조는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러시아의 퇴역함에서 적출한 ‘원자로 모듈’을 제공받아 건조에 활용한다면 북한 독자 개발 대비 단축된 기간 안에 건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북한의 핵 교리와 핵무기 운용체계를 살펴보면 핵 교리는 「핵무력정책법」(2022. 9. 제정), 사회주의 헌법(2023. 개정)에 명시되어 있고, 핵 운용체계는 ‘국가핵무기종합관리체계’(일명 ‘핵방아쇠’)와 ‘국가핵무력 지휘통제체계’로 정립되어 핵무기 운용의 지휘‧통제‧발사와 평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는 이를 토대로 2023년, 2024년에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을 실시하면서 핵공격 명령 접수, 준비, 발사까지의 전 과정을 숙달했으며, 이로써 핵무기를 운용할 수 있는 준비태세는 완비되어 있다고 자신했다. 이를 종합 평가한다면 북한의 전략핵은 MIRV와 잠수함 운반체계가 미완이나, 비전략핵(전술핵)은 완성 단계에 이르러 한반도를 대상으로 언제든지 공격이 가능하다.
북한은 지난 10월의 열병식에서 다양한 첨단 재래식 무기를 운용부대와 함께 공개했다. 그중에서도 신형 전차 ‘천마-20’형, 155mm 자행형 곡사포, 자폭드론 및 발사대가 가장 큰 관심을 모았다. 북한 군대의 핵심 전력도 분열에 참가했다. 특히 러시아에 파병되어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였던 11군단과 ‘제41상륙돌격대대종대’, ‘적후산악활동부대종대’(산악경보병부대) 등 북한군 특수작전군 부대와 길리슈트를 입은 저격병 부대가 눈길을 끌었다.
북한은 최근 들어 공군력과 방공력 보강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 공군은 ‘북한판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공대공미사일 및 활공유도폭탄, 러시아 수송기 IL-76을 개조한 ‘신형 조기경보통제기’와 ‘샛별-4’형 등의 무인정찰기를 공개했고, 2024년 이후에는 북창비행장, 의주비행장 등의 활주로 연장, 계류장 추가, 노후 격납고의 철거 및 재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방공력 보강을 위해 기존 SA-3와 SA-5 등의 노후 체계를 대체하고 드론‧정찰기 대응 성능을 보강할 수 있는 개량 KN-06 지대공미사일을 평양과 주요 군사시설에 배치했고, 북창, 황주 등의 주요 방공레이더 기지에 능동형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신규로 설치했다. 또 한‧미의 레이더 교란 및 위성통신 기능을 저해할 목적으로 이동식 전자전(EW) 차량을 러시아로부터 획득해 방공사단에 배치하였다. 이렇듯 북한은 핵 기술의 완성과 핵무기의 양적 확충을 지속하면서,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상용무력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핵‧상용무력 병진 발전 의도
최근 북한의 핵전략은 크게 미국을 대상으로 한 ‘확증보복’ 태세와 한국을 대상으로 한 ‘비대칭확전’ 태세로 나뉘어 발전되어 왔다. 확증보복 태세는 2017년 6차 핵실험과 ‘화성포-15’형의 시험발사 성공을 계기로 향상된 ICBM의 기술이 ‘화성포-20’형으로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일정 수량 이상의 ICBM 재고량과 확증 보복의 필수 요건인 전략핵잠수함(SSBN)의 확보는 미완 상태이다. 한편 비대칭확전 태세는 전술핵과 상용무력을 통합 운용하는 형태로 북한의 전술핵이 완성 단계에 이른 반면 상용무력은 한국과의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북한은 현대화 사업을 빠르게 진척시키고 있으며, 핵무기 공격과 재래식 전력의 사용을 모호하게 할 수 있는 ‘이중용도’의 전력 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킬체인’을 비롯한 한‧미의 거부적 억제 전략 수행을 충분히 곤란케 할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한다.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에게 핵무력에 더해 상용무력의 현대화를 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북한은 인민군 파병으로 얻은 군사 지식과 기술을 각종 무기체계의 현대화와 부대 훈련에 십분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한반도의 재래식 전력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호기로 활용할 것이다. 특히 UN 제재를 우회한 중-러의 경제 지원은 2015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2023년 +3.1%, 2024년 +3.7%로 전환시키면서 상용무력의 현대화를 가능케 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MAGA)’와 ‘거래적 동맹관계’,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핵심으로 한 ‘돈로주의’가 국제관계를 다시 원초적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무정부 상태로 전환시키면서 북-중-러의 연대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고, 북한은 이 기회를 ‘자위적 군사로선’ 정책에 활용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이익은 결국 북한 정권의 목표인 ‘확고한 체제 수호’와 ‘전 영토의 사회주의화’(한반도 무력통일)이며, 더 나아가 중국-대만 분쟁과 같은 동북아 위기에서 일명 ‘사회주의 연대’의 한 축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으려 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상용무력의 현대화는 북한의 ‘방산 세일즈’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과거 이란, 파키스탄, 하마스 및 헤즈볼라 등과의 거래를 통해 첨단 기술의 상호 보완적 교환과 완성품의 금전적 거래를 성사시켰던 것처럼 북한에서 모방 개발한 상용무력은 제 3세계 국가와 국제테러조직에 제공되어 미래 북한 경제와 체제 유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
북한은 향후 ‘핵‧상용무력 발전 병진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내‧외적으로 한‧미의 ‘핵-재래식 통합’(CNI) 정책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것이다. 기존 핵무력 건설 정책이 미국의 핵 위협 또는 핵 공격으로부터 체제 수호를 명분화한 것과 같이 북한은 상용무력의 현대화를 통해 자력방위의 기틀을 다진다는 주장을 펼칠 것이다. 더불어 북한은 자신들의 핵무력이 한‧미의 첨단전력에 의해 좌절될 경우 정권 멸망의 위험을 가져올 수 있음을 감안, 상용무력의 획기적 보강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이런 북한의 상용무력 현대화는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과 동북아 및 아‧태 지역의 안보 지형을 크게 흔들 수 있다. 인도-파키스탄의 갈등과 분쟁 사례에서 파키스탄은 재래식 전력의 약세를 극복하고자 공세적 핵전략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분쟁 상황에서는 핵 사용을 암시하는 발언을 의도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북한 또한 확증보복 전략으로 미국을 억제한 상태에서 전술핵과 상용무력이 통합된 ‘북한판 CNI’ 전략으로 평시 위협과 도발 또는 전쟁을 기도할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보여준 ‘비확전을 위한 확전’ 전략과도 일맥상통하며, 여기에 북한의 강점인 사이버‧전자전 능력을 결부시켜 압도적 우세를 달성하려 할 것이다. 또한 북한은 러시아, 중국과 연대를 강화하면서 국제사회의 통제를 벗어난 행보를 일상화할 것이다. 특히, 중국-대만의 갈등과 북-중-러의 권위주의 대 자유민주주의의 분쟁 상황에서 북한은 자신이 연대한 세력의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자임할 것이다.
이는 결국 한국의 핵심 가치와 이익인 ‘존립’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치명적 위기를 가져올 것이며, 국제 안보에 큰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의 ‘핵‧상용무력 발전 정책’의 추진 방향을 정확히 읽고, 비대칭 확전 태세가 확립되었을 때 북한이 구사할 수 있는 도발과 전쟁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면서 북한의 비대칭 확전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과 국방력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여기에는 권위주의 연대 국가들의 특정 국가에 대한 위협이 단일 위협에서 ‘연합된 복합 위협’으로 변화되었음을 인지하고 국제적 연대 및 자강의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 특히, 자체의 핵 능력 구비를 위한 장기적, 단계적 노력을 지속하면서, 아울러 핵 방호 태세를 갖추어 군대, 정부, 국민의 생존을 보장함으로써 북한의 선제 핵 공격에도 살아남아 반격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보존해야 한다. (konas)
류동관 : 선문대학교 교수, 예)국군화생방방호사령관,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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