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오판, 브레이크 없는 질주
父傳子傳 유전적 영향 클듯...김일성도 60세가 넘으면서 급격히 판단력 저하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함북 길주에서 핵실험 준비로 보이는 행동들이 위성사진을 통해 파악되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그 가능성이 점쳐지던 북한의 핵실험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아직은 일종의 시위로 끝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핵실험은 통상 두 가지 목적을 추구한다. 하나는 말 그대로 실전에서 쓸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기술적인 테스트이다. 둘째는 핵보유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수단이다.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후자에 무게를 둔 핵보유 시위에 해당된다. 북한이 여러 차례 핵이 있다고 주장해도 미국은 대체로 무시해버렸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지난 2월 핵보유와 6자회담 불참선언을 하면서 고립의 길을 걷고 있는 북한이 핵실험까지 하게 되면 중국과 남한정부까지도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은 왜 이렇게 무모한 짓을 하려고 할까? 여기에 무슨 심오한 뜻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93-94년 대미핵협상이나 DJ를 다루던 김정일의 솜씨(?)를 보면서 적어도 협상기술 하나는 인정하고 보자는 것이다. 일국의 집권자인데 최소한의 자기의 이해관계쯤은 알고 행동할 것이라는 막연한 상식(?)도 주장된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어디까지나 현실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 90년대의 NPT(핵비확산)체제의 보호라는 차원과는 달리 지금 미국은 對테러전쟁 차원에서 북핵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그만큼 양보의 여지가 대폭 줄었다는 것이다. 중국도 과거와는 다른 심각성을 갖고 ‘북핵보유 불가’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식의 강경질주는 오히려 자기무덤을 파는 것이라는 판단이 상식적이다. 그렇다면 왜 김정일은 자꾸 자해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데 그 단서가 있다. 1)세계의 비웃음거리가 된 신의주 특구 2)완전히 실패로 끝난 경제관리 개선 조치 3)납치인정으로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 북일정상회담 4)북한의 국제적 입지를 매우 좁힌 핵개발 인정 등 최근 3년여 사이에 김정일은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김정일의 핵문제에 대한 강경질주는 세 가지 정도의 오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군사제재를 할 수 없는 미국은 별다른 대북 압력수단이 없는 만큼 결국 지난 제네바회담과 같이 양보로 나올 것이다. 2)남한정부는 미국을 견제해줄 것이며, 끝까지 북한을 이해해줄 것이다. 3)중국 또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미국을 견제해줄 것이며, 북한을 보호해줄 것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판단 모두가 일방적 기대일 뿐, 90년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은 바보가 아닌 이상 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여하튼 김정일은 제네바회담에서 기대이상의 성공을 거둔 빛나는 과거를 잊지 못하는 것 같다. 한번 대박을 터트리면 그걸 반복해보고 싶은 인간의 경험주의적 속성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 비해 김정일의 상황파악 능력이나 판단력이 왜 갑자기 흐려지고 약화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김일성도 60세가 넘으면서 과대망상증이 심해진 만큼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는 주장도 있다)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유리하게 오판하는 심각한 망상증에 빠진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정부는 김정일의 핵정책에 대해 눈물겹도록 이해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왔다. 김정일이 핵포기를 해야 살길이 열린다는 자기 이해관계 정도는 최소한 알고 있을 거라는 상식적 판단을 전제로 깔면서. 6자회담에 나오니 안나오니 하거나, 먼저 대가를 달라거나 하는 것은 더 크게 먹으려는 협상기술정도로 좋게 봐주려고 해왔다. 지난 2월의 6자회담 불참선언도 대수롭지 않게 보려고 애를 썼다.
이제 핵실험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는 김정일이 자기 이해관계를 잘 판단할 것이라는 전제부터 의심해보아야 한다. 물론 김정일의 오판 가능성은 그가 폭군이라는 사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이다. 선한 군주도 오판을 할 수 있고, 폭군도 자기이해관계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여하튼 세상에는 자기의 이해관계와 다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숱한 사람들이 있다. 김정일이 여기에 속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전혀 없다. (new-right.com)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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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0 오후 3:26: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