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 경시하는 위험천만 수구좌파
대한민국 안에서는 좌파든 우파든 모두 대한민국의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법질서를 존중하고 준수해야 한다. 설령 일부 법령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그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지켜야 한다. 이는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또한 민주시민에게 요구되는 제일의 덕목이자 규범적 명령이기도 하다.
그 동안 수구좌파는 이와는 상반되는 행태를 보여준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대한민국 헌법의 최고해석권자인 헌법재판소(헌재)가 관습헌법의 존재를 인정하고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결정을 내렸을 때 노무현 정부를 지지하는 좌파들은 한결 같이 헌재를 수구적인 집단으로 매도했다. 일부 열린 우리당 의원들은 1987년 민주화 투쟁의 산물이자 입헌주의의 보루인 헌법재판소를 ‘수구 헌재’로, 그 결정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사법 쿠데타’로 규정했다. 그들은 16대 국회가 의결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해 헌재가 인용 거부의 결정을 했을 때 쌍수로 환영한 것과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헌재는 행정부(필자는 현 정부의 핵심세력은 좌파성향을 띠고 있다고 본다)의 뜻에 부합하는 결정만 내리는 꼭두각시가 아닌데도 그러한 역할만을 요구한다면, 이는 수구적․편향적이며 반헌법적․반민주적인 자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 함성이 곧 헌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최고통치권자도 언젠가 나의 생각은 헌법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는 人治를 초래하거나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의 정치를 합리화할 수도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헌법이 인정하는 직접 민주정치적 요소(제도)를 제외하면, 정치는 의회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 16대 국회 시절 여소야대의 정국 하에서 현 정부의 집권세력은 국회를 배제하고 국민과 직거래하는 방식의 포퓰리즘적 정치를 하려 한 적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국가정체성의 일 내용인 대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17대 국회에 들어와서 여당이 수적 우세를 확보하자, 이제는 국회에서 4대 쟁점 법안의 입법과 관련해 날치기를 시도한 바 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좌파가 그토록 비판했던 날치기 통과를 지금은 눈 깜짝하지 않고 당당하게 강행하려는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은 국회에서 토론하고 여야간의 의견 수렴을 해보다가 안되면, 국민이 부여한 수적 우세에 힘입어 투표를 밀어부쳐야 한다고 말한다. 일견 그럴듯한 예기다.
하지만 이런 발상은 국회에서 소수의석을 가진 야당은 국회에서 필요 없다(그래서 아예 등원․출석하지 말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를 원칙으로 하지만, 소수파의 의견을 존중하며 다수의 횡포를 방지할 할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좌파의 헌법 경시 혹은 법치주의 경시태도(나아가 포퓰리즘 호소 경향)는 무엇보다도 국가보안법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헌재와 대법원은 그간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의 규범성을 긍정하면서, 북한은 대한민국의 영토 일부를 점거하는 반국가단체로 간주해 왔다. 이는 영토조항(남북한이 분단국임을 천명한 헌법규범이다)에 의거한 당연한 해석론이다.
그런데도 좌파는 이러한 해석론이 시대에 뒤떨어진 반통일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한편, 1991년 9월 유엔에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한 이후 우리는 북한을 국가로 보아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간주하는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를 보수적․수구적인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남북한이 ‘분단국’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이미 필자의 다른 글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국제사회에서 제3자가 (객관적으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더라도 분단국의 본질적 특성상 우리는 (주관적으로) 그럴 수 없다. 만일 우리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경우 남북한은 더 이상 ‘分斷’國(1국)이 아니게 되는 것이며, 마치 독일과 오스트리아처럼 2개의 국가로 완전히 分立 내지 分裂되게 된다.
이는 통일의 당위성을 우리 스스로 부정 내지 약화시키는 반통일적인 행위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2개의 국가가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할 이유(당위성)는 없기 때문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같은 게르만 민족이다. 이 두 나라가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하는가? 히틀러의 독일에 의해 강제병합(Anschluß) 당한 경험을 갖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지금 독일과의 통일을 전혀 원치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는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면서 (영토조항에 따라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국가보안법의 폐지 및 형법에 의한 보완론을 주장해 왔다. 또 국가보안법을 사상․양심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인권탄압의 반민주 악법이라고 치부해 왔다. 아마도 좌파 중 상당 수는 국가보안법의 처벌을 받았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좌파의 주장에서 드러나는 중대한 모순의 하나는, 북한의 국가성(특히 유엔회원국 지위)에 비추어 (반국가단체성을 상정한) 국가보안법은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북한과의 관계에서 형법상의 내란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북한을 내란단체로 의율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들의 논리를 따른다해도, 유엔회원국을 내란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더욱 더 대결적이며 반통일적인 대처가 아닐까 묻고 싶다.
반국가단체라는 개념은 남북관계의 이중성, 특히 북한의 대외적 지위와 별개로 대내적 또는 우리 헌법상 남북간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는 데 효용성이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법률적․제도적 장치이다. 북한의 대남전략, 즉 주체사상과 공산주의사상의 유포․확산을 통한 남한 사회의 친북․聯共化 기도를 무력화 내지 차단하기 위한 국가안보의 법률인 것이다.
그럼에도 좌파의 입장에서는 국가보안법이 인권탄압의 악법으로만 비쳐지는 것 같다. 국가보안법이 사상․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일부 제약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상․양심 및 표현은 대한민국의 국법질서 하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며, 특히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될 수 있다(물론 사상․양심의 자유 제한도 그것이 외부로 표출됐을 때 비로소 행해지는 것이며, 내심의 영역에 머물러 있을 때는 제한을 받지 아니한다.). 특히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행위가 현행법에 의해 금지되는 것이라면, 좌파들도 마땅히 이를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시민으로서 취해야 할 당연한 태도이다.
그런 점에서 국가보안법은 피해자의 입장에서만 보려 하는 소아적(小我的)인 자세는 곤란하다. 형법이나 경찰관직무집행법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인권을 심대하게 제한 내지 유린하는 법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형법이나 경찰관직무집행법을 폐지해ㅔ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는 없다. 그 법의 필요성을 누구나 인정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가보안법이 대한민국의 안전을 확보하고 공산세력․친북좌경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체제를 수호하는 안보법으로 기능하고 있는데도 반국가적 수구좌파들은 이 점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데 있다.
법은 피해자나 집행자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입법자의 입장, 그리고 수혜자(국민)의 입장을 헤아려야 한다. 대다수 국민은 국가보안법의 존치를 통해 안보를 걱정하지 않고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권리, 즉 평화적 생존권을 누리고 있다. 일부 김정일과 그의 북한에 대해 찬양고무하지 않으면도저히 심적으로 견디지 못하는 이상한(?) 사람들, 혹은 반국가적 수구좌파의 인권을 조금 더 보장해 주기 위해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최근 한총련 간부 등 일부 친북좌파들은 아직 폐지되지도 않고 엄연히 현존하는 국가보안법에 의한 재판을 거부하고 법원에 출두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태도는 左右를 떠나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대한민국은 무법과 무질서의 나라가 되고 말 것이다. 요컨대 지금 대한민국의 기본을 바로 세우려면 법치주의를 올바로 확립해야 한다. 또한 국가보안법은 이 법에 의해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좌파들의 한풀이(폐지 등에 의한 정당한 법의 난도질)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며, 모든 사람들에게 평동하고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www.freezone2005.com)
제성호(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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