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北核)위기·북핵 감싸기·북핵 해법(解法)
부시 미 대통령은 수일 전 '국가가 아닌 정권'을 목표로 삼는 군사공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이제 "폭군들(tyrants)은 더 이상 무고한 시민들 뒤에 숨어있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김정일'이 그 범주에서 제외됐을 리는 만무하다.
미국이 최근 북한 내 미군 유해발굴작업 중단 발표에 이어 스텔스 전폭기 15대를 한국에 배치한 것도 전례 없던 일이다. 북한의 고립을 겨냥한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압박정책이 이처럼 하나하나 현실화되고 있다.
북한은 고농축우라늄(HEU) 문제 검증을 이유로 자국 전역에 대해 사찰이 실시될 경우 모든 군사시설이 노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음은 물론, 이를 사실상의 무장해제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음이 자명하다.
미국이 정책변경 의지는 보이지 않고 북한의 핵 계획을 먼저 포기하라는 일방적인 강요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 6자회담 거부사유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부시 정부가 북한에 대해 '정권교체'(regime change)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히는 등 대북(對北) 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데 있다. 체제보장 차원의 저항인 것이다.
그런 이유로 북한은 미국의 '유화적인 제스처'와 우리 정부의 '올인 작전'에도 요지부동이다. 6자회담은 갈수록 '탄력성'이 떨어져 이제는 무용론(無用論)'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시 집정 2기 이후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는 '뭔가'가 마련되기를 바랐건만 북한은 시계를 역(逆)방향으로 돌려놓았다.
초조한 것은 우리 정부이다. 북한에 핵 프로그램을 전면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촉구해왔지만 되돌아온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간 메아리 없는 '야호'를 외쳐온 것이나 다르지 않다.
북한이 미국의 '전략적 선택(Strategic Choice)' 요구를 외면한다면 부시행정부는 각종 압력수단의 본격 가동에 나설 것이다. 달리 말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인 핵 폐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CVID) 요구에 북한이 계속 '동결 대 보상'의 원칙을 고집할 수 있을 것인가의 게임이다.
미국은 북핵문제의 UN 상정(안보리 회부)→ 대북 경제제제→ 북한 인권법을 이용한 대량탈북 유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의 시행과 봉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을 압박할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이 강경 대응으로 맞설 경우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정부가 취하고있는 일련의 조치가 그런 징후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 전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없지 않다. 북핵문제가 부시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 대선 선거전에서 케리 후보는 북핵 문제를 이라크 문제에 우선하는 '미국안보에 가장 중요한 위협'이라고 주장하며 부시대통령을 압박했지만, 부시는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북핵문제에 관해서는 기존의 6자회담을 통한 다자적 접근의 효용성을 역설했었다.
그것은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 초점이 당분간 이라크 사태의 안정화에 맞추어져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선거직후 회견에서도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사태 해결을 통한 중동지역의 민주질서 확산에 강한 의지를 나타낸 반면 북핵문제는 언급하지 않아 이라크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는 이를 전면에 내세우고 싶지 않은 속내를 드러냈었다.
이 같은 정책결정이 우선이라면 비록 한반도에서 북핵문제로 인한 긴장이 고조되더라도 북한이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일으키거나 핵무기를 테러리스트에게 이전하는 등의 무모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 한, 미국의 압박정책이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으로 바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이 되고 만다. 부시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 역시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이 동반하게 될 위험부담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 등은 그간 자주 북한에 대한 침공 의사가 없음을 천명했었다. 따라서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의 의미보다는 압박과 경고 및 '마지막 달래기'에 더 큰 의미가 실려있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이 가져올 엄청난 희생과 비용' '중국과 한국의 반발'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라크 사태' 등을 감안할 때 부시행정부는 당장 군사행동에 나서기보다는 북한체제의 중장기적 변환을 겨냥하여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클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부시가 집권1기때와 마찬가지로 북핵문제의 해결 없이 집권2기를 마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우리 정부는 그간 북한에 북핵의 포기를 촉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실 접근방법에 있어서는 채찍보다는 당근 위주의 전략에 경도(傾倒)되어 왔었다. 미국의 이맛살을 찌프리게 만든 경제지원을 통한 '북한 감싸기'가 그 전형이다.
북핵문제 당사자로서의 주도적인 자세가 아닌, 제3자 또는 중재자 입장에서 북한과 대화채널이 열리기만을 고대하는 우유부단함으로는 북핵문제의 해결에 접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가 '지향하는 모습'이 국제적으로 '북한 대변자'의 위상 일 수는 없다. 북핵문제가 더 위급한 상황으로 치닫기 이전에 우리의 자세교정부터 뒤따라야 한다.
북한에 대해 당근과 채찍- 두 가지가 동시에 마련되어있어야 정답이다. 과감한 경제지원은 북핵 포기시 주어져야 할 포상일 뿐, 이에 불응시에는 철저한 한미공조 아래 채찍을 내밀어야 한다. 당근과 채찍- 이 두 가지 가운데 양자택일(兩者擇一)을 종용하는 '강력한 메시지'로 북한당국을 압박하는 것이어야 하는데도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 세계 모든 국가의 지도자는 지금 당장 전화기를 들고 김정일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 IAEA 사무총장이 최근에 내놓은 메시지이다. 이 위기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숙고(熟考)할 것을 요구하는 가르침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konas)
정 준(코나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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