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북핵, 남북관계 교착의 1차적 책임은 모두 미국"
6·15공동선언 5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서 기조연설
9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통일연구원 주최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서 정세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전 통일부 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는 우여곡절은 겪으면서도 많은 변화와 발전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그 동안 남북관계의 '굴곡'에 대한 원인으로 '미국의 대북강경정책'과 '북한의 대남전략의 양면성' '남남갈등'을 지적했다. 정 회장은 또 북핵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이 난관에 봉착해 있는 데 대한 책임을 "북한"과 "미국"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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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적 원인제공은 모두 미국?
1998년 11대 통일부 차관, 2003년 30대 통일부 장관 등을 역임해 '햇볕정책'의 실무의 중심에 있었던 정세현 의장은 수치상의 대북교류 증가를 제시하며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 이후 5년 동안 남북대화가 활성화되고 교역량과 민간차원의 왕래가 증가하는 등 남북관계가 많은 발전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남북관계는 <북한, 미국, 국내 남남갈등>의 '3면 애로'를 겪어야 했다고 밝힌 정 의장은 "그 중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로 인한 애로가 가장 컸으며, 나머지 두 가지 방면에서의 애로도 사실은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가 몰고 온 파장의 일환으로 조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며 남북관계 교착의 1차적 책임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
"미국의 문제점은 '대북강경정책'"
정 의장은 구체적인 예로 ▶2001년 3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한·미간 대북관의 차이가 시작됐으며 ▶2002년 1월 부시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과 언론에 보도된 '선제공격설'로 한반도 위기지수가 급상승했고 ▶2002년 8월부터 미국당국자들에 의해 거론된 북핵문제는 남북관계에 다시 그림자를 드리우게 됐으며 ▶부시대통령의 '폭군' 발언 후 북한이 반발하면서 4차 6자회담 개최문제가 혼선을 빚기 시작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간 대북관의 차이로 인해 "남북관계가 사실상 속도조절을 당하게 됐다"며 그 동안 남북관계의 '굴곡'에 대한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문제점은 '편의주의적 민족공조론'"
한편 정 의장은 북한의 대남외교전략에서의 문제점으로 '편의주의적 민족공조론'을 지적하기도 했다. 6.15남북공동선언의 의미를 북한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더니 북핵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는 한·미공조 파기를 요구하는 명분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 정 의장은 북한이 "6.15남북공동선언의 제1항 내용 중 '우리민족끼리'라는 구절만을 별도로 떼어내 유난히 강조하면서 한·미공조와 민족공조 중 양자택일을 강요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국내 보수층에게 설명이 잘 안되는 적용사례가 이와 같은 북한의 '편의주의적 민족공조론'때문이었다고 인정하면서, 이는 남한 당국에게 어려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원인에 대해서도 "일차적으로는 핵문제를 야기해서 우리 입장을 매우 어렵게 만들어 놓은 북한에 있다"면서도 동시에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6자회담 이외의 방법을 거론하는가 하면, 험한 언사로 북한을 자극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주저하게 만드는 미국에도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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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아무 문제없나?
그러나 정 의장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기조에 대해 "IMF관리체제를 막 벗어난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와 개선을 추구했던 것"이며, 이어 "노무현 정부가 '햇볕정책'과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병행'정책을 계승·발전시키기로 한 것은 친북·반미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의 국가이익과 민족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한편 그는 "남북관계가 대북비료지원을 계기로 지난달부터 회복되었다"고 평가하고, "6.15남북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가 평양에서 무난하게 치러지면 남북간에 다시 화해협력 분위기가 되살아 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는 등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비료지원'과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대해 낙관적인 평가를 내렸다.
10일 한·미정상회담, '한·미동맹의 미래' 달려있어
한편 <한반도 평화·번영과 미·일·중·러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제3회의에서 잭 프리쳐드 美 부르킹스 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한국의 현 평화·번영 정책이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을 계승한 것처럼 미국의 현 정책 또한 전 행정부의 북한정책의 연속 또는 그에 대한 대응책"이라며 "즉 부시 행정부 1기의 집권정책은 클린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대응책"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달 10일에 있을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이번 회담의 성과가 한·미동맹의 미래와 관련되어 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솔직하고 투명하게 서로의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onas)
김수연 (코나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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