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사법개혁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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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경 전군의 주요 지휘관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의 간부들이 대통령 직속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사개추위는 대통령 소속의 정부자문위원회인데 1993년부터 1994년말까지 대법원 산하의 사법개혁위원회, 일명 사개위가 논의한 결과를 보고받고 현재 이를 중심으로 사법개혁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법개혁안에는 로스쿨 제도, 검찰과 경찰간의 수사권 조정문제, 군사법제도 개혁, 배심제 도입 등을 포함해 사법개혁 전반을 다루고 있다)가 추진중인 군 사법개혁에 대해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사개추위가 군 사법제도 개혁을 일방적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하는 데 대한 군 수뇌부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늘의 민주화시대에 있어서 군도 개혁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안 그래도 군 내부에서 발생하는 비리 및 사고가 은폐되고 비법률적으로 처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비판이 있어온 터였다. 군인 등 공무원에게 적용되어 온 소위 ‘특별권력관계’ 이론이라는 것도 금일에는 무제한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군대가 일반사회와 같을 수는 없다. 군은 평시에 전쟁에 대비해 훈련하는 집단이며,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무장력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군은 軍紀를 생명으로 하며, 또 士氣를 먹고 사는 유기체적 존재이다.
이것이 군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구성하는 핵심적 요소이며, 군인의 군인다움을 만드는 질료가 된다. 따라서 군 사법제도 개혁은 장병의 기본권은 그것대로 신장해 나가면서 군의 지휘명령 체계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방향에서 추진해야 한다.
현재까지 군 사법제도 개혁을 둘러싼 논란은 대략 서너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지금과 같이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계속 존치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독일처럼 평시에 군사법원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나라도 있지만, 우리의 안보상황(휴전)과 군이 처한 특수한 현실을 고려할 때 군사법원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상고심(3심)만 대법원, 즉 민간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되어 있었는데, 상당 수 학자들은 앞으로는 항소심(2심) 이상을 민간법원에서 담당케 하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가 대체로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강화함으로써 인권보호 강화를 기하자는 취지이다. 일견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시 또는 비상계엄 하에서는 일정한 예외(가령 전시의 경우 단심제 혹은 비상계엄하에서는 상고심만 대법원에서 맡게 하는 방법 등)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둘째, 군지휘체계로부터 독립된 군검찰청을 신설해 국방부 소속으로 할 것인가 하는 이른바 군검찰제도의 개혁 문제이다. 사개추위가 검토하고 있는 방안에 의하면, 국방부 소속의 군검찰관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민간인(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자)도 선임할 수 있도록 하자고 한다. 여기에다 군검찰이 사건수사와 관련해 헌병과 기무부대를 지휘할 수 있게 하며, 인권담당 법무관이 지휘관의 징계를 심사·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사개추위에서 함께 논의되고 있다.
이 같은 사개추위의 개혁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지휘권이 사실상 무력화돼 지휘관은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는 사람이 된다는 비판이 있다. 징계권 행사의 적부심사가 최종적으로 법무장교의 몫이 됨으로써 지휘관이 인사·상벌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휘관(이 때 지휘관은 중대장 이상, 즉 어깨에 견장을 차고 지휘권을 갖는 장교를 말한다)의 사기 저하는 물론, 부대 운영에 심대한 장애를 초래할 게 분명하다. 더욱이 검찰관이 헌병과 기무부대를 지휘할 경우 사실상 군의 최고 권력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됨으로써 빈번한 하극상마저 우려된다. 수사를 명목으로 군검찰이 수시로 지휘관을 오라가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군은 검찰관이 지휘관(관할관, 이 때 지휘관은 사단장, 군단장, 군사령관 등 장성급장교를 말한다)의 참모조직으로 편성돼 있는 현행 제도의 존속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이게 어렵다면 차라리 군검찰을 폐지하고 전적으로 일반 검찰의 문민통제를 받자고 하는 볼멘 목소리도 최근 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것이 군의 정서이다.
현재 사단의 검찰관(중위)이 앞으로 국방부 직할부대(군검찰청)에 소속돼 대대장(중령), 연대장(대령)을 마음대로 수사하고, 국방부 소속의 대위 또는 소령 계급의 검찰관(현재 군단의 검찰관은 대위 또는 중위, 군사령부의 검찰관은 소령)이 자신보다 훨씬 계급이 높은 지휘관(사단장, 군단장, 군사령관 등)을 아무 제약없이 수사한다면, 수사를 받는 지휘관들의 사기는 말이 아니게 될 것이다. 그럴라 치면 차라리 군대 내에 군검찰을 두지 말자는 것이다. 충분히 일리 있는 이야기다. 군대 내에서 인권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인권보호가 군이 수행하는 제1의 임무는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심판관제도와 관할관의 확인조치권(감경권)의 개혁 문제이다. 현재 군판사가 아닌 일반 장교들이 군사재판에 참여하는 심판관 제도와 형이 과중하다고 판단되면 지휘관이 형을 감경해주는 관할관 확인 제도를 ‘평시’에는 폐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평시 완전 폐지’보다는 피고인의 계급이나 범죄의 성질(순정 군사범)을 고려한 예외나 제한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니 관할관 확인제도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재량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견제장치를 두는 것이 더욱 나을 것이다.
이 밖에 장병의 기본권 개선 차원에서 국선변호인제 도입, 구금시설의 개선이 논의되고 있으나, 크게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는 않다.
요컨대, 군 사법개혁은 전쟁대비 조직으로서의 특수성, 실효적인 지휘권 행사 및 전투력 증강을 보장하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공청회, 지휘관들과의 대화 등을 통해 군의 입장을 충분하게 듣고 수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군 사법제도 개혁과 관련해 공청회를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군 사법제도 개혁과 같이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에 소수 엘리트주의와 밀실주의는 곤란하다. 장교생활도 해 보지 못하여 지휘관의 고충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강군(전투력 증강) 육성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설익은 발상을 가지고 군 사법제도에 칼을 대려고 할 때 필시 개악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인권도 전투력도 사기도 모두 잃을 가능성)이 높다.
부디 군의 사기와 통합성 및 전투력를 저하시키는 일이 무리하게 추진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군은 우리 모두가 지켜주어야 할 국민의 군대요, 군사안보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질서를 허무는 것만이 개혁은 아니다. 기존 제도의 장점을 계속 살려나가면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개혁의 정도라고 하겠다.
아무쪼록 이 정부가 개혁만능주의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무리하게 밀어붙일 경우에는 공수처 설립기도의 실패 경험을 되풀이할, 그래서 레임덕 현상을 더욱 부추길 공산이 크다고 하겠다.(www.freezone2005.com)
제성호(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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