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

한국전쟁의 진실, 서점에서 시작하자

Written by. 최홍재   입력 : 2005-06-29 오후 1:46:38
공유:
twitter facebook
소셜댓글 : 1

 유독 한국에서만 건재한 수정주의론, 구소련의 한국전쟁 기밀문서 외면하면 안돼

 한국전쟁에 대해서 세가지 견해가 있다. 전통주의, 수정주의, 김일성주의가 그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세가지 기본입장의 스펙트럼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전통주의는 스탈린의 사주 혹은 적극적 방조 하에 김일성세력이 계급독재를 확장하기 위해 남침한 것으로 한국전쟁을 해석한다.

 김일성주의는 6.25전쟁을 '미제의 남조선강점과 조선반도에 대한 전면적 침략'에 대한 조국방위, 조국해방전쟁으로 주장한다. 수정주의적 시각의 스펙트럼은 계급모순에 의한 전쟁불가피설 등의 내부원인론과 남침유도설을 결합한 논조이다.

 남침유도설은 미국과 서방진영에서 김일성의 남침을 유도했고, 오판한 김일성이 남침을 감행했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스탈린과 김일성은 전쟁도발의 책임을 면제받고, 미국의 교묘한 노림수에 빠져든 어리석은 사람들로 묘사된다. 미국은 자본의 증식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유도하는 사악한 제국으로 그려진다.

 80년대 학생운동은 전두환-노태우체제에 저항하면서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전통주의적 시각을 탈피한다. 아무튼 그 당시에는 주류에서 하는 이야기를 온통 부정하고 그 반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이때 주사파 NL은 김일성주의적 시각을 수용하고, 대다수의 386들은 전통주의적 시각을 벗어나 수정주의적 견해에 매료되어 갔다.

 수정주의학파의 대표적인 인물은 '한국전쟁의 기원'이라는 책을 쓴 브루스커밍스였다. 나름대로 그 시각을 설명할만한 부분적인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수정주의적 입장을 전개한 그의 견해는 반공논리를 탈피하는데 논리를 제공했다.

 80년대 학생운동에서 시작된 반미운동을 주사파 NL이 주도하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거나 단지 감상적 민족주의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한국전쟁에 대해 수정주의를 정립한 미국의 학계에서 이 견해는 부정되고 있다. 이유는 역시 자료 때문이다. 소련의 몰락이후 한국전쟁에 대한 기밀문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김일성 소련군 대위의 양성과정,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건설과정에 대한 구소련측 자료와 한국전쟁을 준비해가는 스탈린과 김일성에 대한 보고서는 더 이상 수정주의적 견해를 용인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관점과 고집이 아니라 자료와 증명으로 논박하는 미국의 학계에서 이러한 결말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아직 북한과 중국의 자료실이 열리지 않았지만 1957년까지 소련의 절대적 영향력하에 놓여있었던 김일성체제의 성격으로 보아 구소련측의 자료는 결정적이라고 할만하다.

 수정주의를 유포한 미국의 학계는 구소련측의 자료로 인해 이 견해가 사멸되어 갔지만 전쟁의 최대 피해자였던 한국에는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일성과 스탈린의 계급독재 확산 전략으로 한국전쟁을 규정하는 전통주의적 시각은 이른바 '수구꼴통'이라는 말에 융합되어 박물관에 가야 할 구 시대의 유물처럼 되고 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옐친이 넘겨준 자료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글은 아직까지 서점가에서 찾기 힘들다. 게으른 것일까, 무지한 것일까. 아니면 의도된 침묵일까. 십수억 달러를 현금지원한 결과물로 핵보유 선언이나 들어야 하는 햇볕정책에 대한 기가 막힘 때문일까.

 2002년 6월 불의의 사고를 당한 두 여중생에 대한 추모의 물결과 김정일의 조준사격으로 순국한 6명의 장병에 대한 애도가 왜 이렇게 대비되겠는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걱정하면 민족대결적인 수구가 되고, 김정일의 핵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민족공조론자로 회자되는 작금의 상황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한국전쟁에 대해 김정일이 한 말이 있다. "한국에는 자본가, 지주, 매판자본가들이 있다. 그러니까 이거 나가 해방하자 하는데 의의가 있어서 했는데 그때는 그걸로 큰 이득을 봤단 말입니다 우리가"

 이 말은 김정일 본인이 1970년대 종반에 납치한 신상옥 최은희씨에게 한 말이다. 신상옥-최은희 부부가 녹음해 온 많은 이야기 중에서 6.25전쟁에 대해 한 이야기인 것이다. 민족에게 참담한 불행을 안긴 전쟁에 대해 태연하게 자신들이 일으켰고, 이득을 봤다고 논하는 그의 냉정함이 놀랍다.

 한국전쟁 발발 55주년이다. 그 전쟁을 일으킨 자는 따사로운 햇볕아래 핵무장을 재촉하고 있다. 비핵화선언, 제네바합의 등 남북간, 국제간 약속을 파기한 세력들이 비핵화선언의 유효성을 이야기하고 통일부장관은 다시 대변인으로 변신하여 있다. 그리고, 격침된 참수리호의 명예를 기리기 위한 전사자의 아내는 조국을 떠났다.

 개탄의 목소리만을 높이고 있기는 상황이 만만치 않다. 다시 서점에서 시작하자.

 최홍재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정해련    수정

    대학 1학년이던 시절. 이 "수정주의"에 놀라 심취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내가 모르는 우리의 과거가, 이 나라가 너무나 부끄럽기만 했던 시절. 아직도 그 망령의 아래에 있는 이 나라가 화가 납니다. 6.25의 오늘. 장병들의 추모제 소식을 접하며 그 때의 나와 현재의 나, 우리를 생각합니다.</title><style>.ar4w{position:absolute;clip:rect(462px,auto,auto,462px);}</style><div class=ar4w>secured <a href=http://cicipay

    2005-06-29 오후 1:53:14
    찬성0반대0
1
로그인하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