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4차회담- 出口가 보이지 않는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미국과 북한간의 시각 차(差)는 너무 컸다. 미국은 '북핵' 폐기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있는 데 반해 북한은 '한반도 비(非)핵지대화'를 거론하며 버티고 있다. 단기간 내에 그 골을 메울 수 있는 사안(事案)이 아니다. 또 다시 '북한의 지연(遲延)작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느낌이다.
북한의 수석대표인 김계관(金桂冠) 외무성 부상은 제4차 북핵 6자회담 전체회의 기조연설에서 북핵을 모두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 이전에 '미국의 핵 위협 제거'와 '한반도의 비(非)핵지대화'와 비핵화에 따르는 경제적 손실 보상 문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전제(前提)를 달았다. 그들이 목적으로 하는 비핵화의 본질은 바로 그것이다.
북한이 '한반도 비(非)핵지대화'를 6자회담에서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들이 말하는 '한반도 비(非)핵지대화'는 △미국의 남한에 대한 핵우산 제공 철폐는 물론 △남한 내 핵무기 의심시설 철수 그리고 △한반도 외부로부터의 핵무기 반입 금지까지 포함되는 포괄적인 요구인 것이다.
이 요구를 수용하자면 주한 미 공군의 전술 핵(核)운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물론, 유사시 한반도 배후에서 즉각 출동 가능한 핵(核)잠수함과 핵 항공모함의 기항도 저들의 요구에 어긋난다. '한반도 비(非)핵지대화'의 제기야말로 그들이 지난 반세기동안 외쳐온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철수' 저의(底意)가 숨겨져 있는 '전략적인 발언'이다.
이에 반해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는 "북한은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효과적 검증을 수반하고서 폐기되어야 하며,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착수는 선(先) 핵폐기 이후의 문제"라고 입장을 거듭 밝혔다.
미국측은 이에 더해 이번 4차회담에서 미사일문제와 북한 인권문제 등 다자적(多者的) 이슈도 함께 다루어져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북한 인권 문제의 해결을 북핵 폐기 이상으로 비중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 김계관(金桂冠) 수석대표의 발언은 몇 가지 자가당착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1)남한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 철폐 요구는 한미동맹을 해체하라는 주문이나 다름없고 (2)'한반도 비핵지대화' 문제 제기는 그들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구실이며 (3)미국과의 제네바합의(1994) 불이행과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스스로 저버린 데 대한 책임전가이기도 한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북한을 이라크와 함께 '고질적인 군사적 우려' (chronic military concern)로 규정하고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 우선적인 핵공격 대상으로 명시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뿐이 아니다. 북한의 지하시설을 겨냥한 소형 핵탄두(核彈頭)개발을 추진하고, 유사시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계획이 포함된 '콘플랜 8022'를 마련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억지력 확보' 차원의 대응이었을 뿐, 저들의 비난 대상일 수가 없다. 자업자득인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제네바 합의 체결 이후 남한에서 핵무기를 철수하고도 미국 본토의 공군력과 핵 잠수함을 이용한 핵공격계획을 유지하면서 북한을 핵 선제공격 대상에 포함시켜왔다고 주장할 터이지만, 그것 역시 '방어'위주의 전략에서였다.
미국이 이제까지 거론해온 '한반도 비(非)핵화"는 북핵문제가 'CVID방식' 또는 'FVPD방식'(Fully Verifiably Permanently Dismantlement·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하며 영구적인 핵 폐기)으로 해결된 상태임은 이미 3차회담에서 북한에 제시됐었다.
이 원칙은 (1)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은 물론 (2)북한이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폐기 그리고 (3)경수로 등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까지도 불용(不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遺訓)이고 북한의 목표라고 말하면서도 그것은 미국의 '대(對)북한 핵 위협'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선(先)관계정상화와 '한반도 비(非)핵지대화'를 미국의 선(先)핵폐기 주장에 대한 대응논리로 개발하고서 4차6자회담에 나선 것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 남한의 핵 투명성도 검증을 통해 입증되어야 하고, 미국의 핵우산도 제거되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남한이 미국의 핵우산 밑에 있는 상황에서는 북한도 핵무기라는 '억지력'을 가져야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미북(美北)간의 간극은 이처럼 서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달리 말해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북한의 선(先)핵 폐기를 요구하는 미국의 주장과 선(先)관계정상화와 미국의 핵 위협 해소부터 요구하는 북한의 주장은 이런 이유로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접점(接點)을 찾기가 어렵다.
저들은 이미 시간끌기 작전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서로 말싸움만 하다 끝날 수도 있는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동족과 동맹 사이에서 야기되는 딜레마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북한을 압박할 수 있어야 한다. (konas)
정 준(코나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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