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위기의 실체를 벗긴다(2)
그러나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좌익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이 자칫하면 한반도에서 무력분쟁을 초래하여 엄청난 물적, 인적 피해의 발생을 우려하여 대북강경책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오히려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하고 냉전체제를 해체하기 위해서 김대중은 미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긴밀히 상의하지도 않고 햇볕정책을 통해 금강산관광을 통한 달러현금 지원, 식량, 차량 등 기타 대북사업에서 각종 지원을 계속해왔다. 그 덕분에 김대중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평화상의 수상을 누리는 개인적 영광을 얻기는 했지만, 국가적 차원의 문제는 이런 지원방식의 성격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美名하에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도 않고 국민여론의 수렴을 무시한 채 정권차원에서 진행되어왔던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유화정책이라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북한의 반민주적 체제의 문제나 처참한 북한 인권 이슈는 정계와 언론에서 소홀히 다루게 되었고, 한국 정부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불신감은 날로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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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간헐적으로 터지는 반미감정에 대해서 한국정부가 신속하게, 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마치 반미감정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듯한 오해를 산적도 있었다. 결국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강화를 통해서 중국을 견제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됨으로써, 자칫하면 한미동맹은 미일동맹의 하부동맹으로 전락되거나 아니면, 장기적으로는 해체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일부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① 한미동맹을 청산하고, ②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수, ③ 대북 군사적 옵션을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미 기업연구소(AEI)의 에버슈타트 선임연구원은 "노무현 정부의 핵심은 용서할 수 없는 反美라는 것이 입증되었고, 한국인 이제 도망간 동맹국"이라고까지 비난했다. 이런 워싱턴의 분위기를 간파한 미국 내의 친일세력들은 이에 뒤질세라 이미 2년전부터 미국 내에서 일본에 우호적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었다. 2003년 일본측은 막대한 자금이 동원되고 일본인들의 전폭적인 촬영협조가 이루어진 워너브라더스사의 작품, <라스트사무라이>가 미국청중들에게 선보이게 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친미, 반미가 아닌 실용주의적 입장 견지해야
탈냉전시대에 주한미군은 전세계에서 냉전이 종식되고 공산주의 실험이 실패로 막을 내리면서, 한반도에서 세력균형의 일각을 담당해 온 주한미군의 위상 변화는 불가피하게 보인다. 이제 주한미군의 위상변화는 '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원이 아니라, 이미 '어떻게 구조조정 하느냐?'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 같다. 향후 주한미군의 위상변화에 대한 논의나 SOFA 재개정의 대전제는 '친미냐, 반미냐'하는 단순이분법을 떠나 용미(用美)의 입장에서 실리는 무엇이고 명분은 무엇인지를 차분히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중국의 동북공정프로젝트가 노출되고, 일본의 개정교과서 채택 파동과 함께 독도 영유권 야심이 증폭되면서 한국인들은 새삼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래도 미국인들이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심이 가장 작구머!" 현재 많은 한국인들은 미군의 철수보다는 불공정한 SOFA의 개정에 있다는 점에 한국 정부와 미국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미 양국은 성숙한 동반자 관계를 위해서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우리의 전략적 이익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실용주의적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라크 파병만 하더라도 그렇다. 일본은 자위대를 300여 명 정도 밖에 파병하지 않았으나 고이즈미 총리는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부시의 이라크전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아시아에서 '부시의 푸들(?)'임을 자임하고 나섰다. 일본의 군수무기산업체들은 이라크전에서 미군이 사용하는 무기의 부품에서 많은 제품을 수주 받아서 경제적 실속을 단단히 챙겼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시민단체, 반전단체의 항의집회가 이어졌고,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던 노무현 정부는 결국 가장 안전한 지역에 3천명이상을 파병했으나 가장 늦게 파병함으로써 고맙다는 인사도 못 받고 제대로 실속을 챙기지 못하고 말았다.
'민족공조'와 '한미동맹'의 선택의 기로에 선 한국
한미동맹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미동맹관계는 기본적으로 비대칭 동맹관계(asymmetric alliance)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출발해야한다. 동맹관계는 필연적으로 국가정책 결정상에서 자율성의 제한을 가져온다. 이른 바 안보와 자율성의 상호교환성(trade-off)은 특히 한국과 미국처럼 국력에 현저한 차이가 있는 비대칭 동맹관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비대칭 동맹관계란 약소국이 동맹국으로부터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받지만 자국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자율성을 충분히 주장할 수 없는 관계를 말한다. 이제 한미동맹은 한국인의 자의식 성숙과 북한에 대한 객관적 우위의 확보를 통해서 보다 대칭적 동맹관계를 원하는 압력에 직면해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자주 외교, 자주 국방 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의 대미외교는 비현실적인 완전한 자주와 평등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비대칭 상황 하에서 자율성의 추구라는 현실적 목표로 요구의 수준을 적절하게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둘째로, 동맹 재정립의 목표는 주한미군의 철수가 아니라 SOFA 개정을 포함하여 보다 호혜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것에 목표를 두어야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야 국내의 반미감정을 잠재울 수가 있다. 반미감정의 확산은 필연적으로 부메랑이 되어서 미국 내의 반한감정으로 되돌아오고, 이는 곧 미국 내에서 미군철수 여론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셋째로, 실현가능성이 희박하고 동시에 주한미군사령부의 반발이 클 전시작전통제권의 완전한 회수보다는 한미연합사의 운영 개선을 통해서 우리의 자주적 입지를 강화하면서 단계적으로 전시통제권을 환수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국 측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정보능력과 준비도 갖추지 못한 채 작전 통제권을 환수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
한국에게 북한은 현실적으로 위협의 대상이요 통일의 동반자이다. 한미동맹은 그 현실적 위협에 대처하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다. 그러므로 한국에게 미국은 현재 가장 소중하고 북한은 미래에 귀중한 자산이 될 대상이다. 이제 정녕 한국인들에게 묻고 싶다. 북한의 김정일 공산 독재체제와 협력을 표방하는 소위 민족공조냐? 아니면 한미동맹이냐? 양자택일을 하라고 한다면, 어떤 노선을 택할 것인가? 우리는 그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끝)
이주천(원광대 사학과 교수, '김정일의 인질이 된 대한민국'의 저자)
**이 글은 북한인권과 민주화 실현을 위한 신문 'Justice' 8월호(www.nkgulag.org)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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