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사법처리 논란, 국보법 존·폐론으로 확산
박근혜 "법대로 처리해야" vs 문희상 "사법처리 신중해야"
'6·25는 북한의 통일전쟁' 등 잇따른 이적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동국대 교수 강정구씨의 사법처리 문제가 국가보안법 존폐 문제로 번지며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번 문제가 국가보안법 존폐 문제의 상징적 사건으로 떠오른 만큼, 강씨의 처벌여부에 따라 국가보안법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에 힘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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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에 대해 언급을 자제해오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1일 국가보안법의 존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씨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박 대표는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면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며 "작년 연말 여당이 필사적으로 폐지하려 했던 국가보안법을 한나라당의 모든 의원들이 국가체제를 지키기 위해 농성하면서 힘들게 막아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만일 우리가 보안법을 지키지 못했다면 우리의 생명과 같은 자유민주체제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뒤흔드는 발언이 나와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우리를 지킬 최소한의 장치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도 "강 교수의 발언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헌신하는 모든 국민을 모독한 것이고 국민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와 위해를 준 것"이라며 "상습적인 발언 파문으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신기남 의원이 강 교수 처벌 반대를 주장하고 심지어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이상한 얘기를 하고 수사에 지침을 주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면서 "1차는 강 교수, 2차는 공안당국에 책임이 있고, 이를 비호하는 듯한 집권 여당은 더 큰 문제"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이 같은 언급은 강 교수의 사법처리를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천정배 법무부장관과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등 정부여당측 입장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
문희상 의장은 1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강 교수가 통일전쟁의 논리를 어떻게 생각하건 내 상식, 가치관, 역사관에는 반한다"면서도 "그러나 즉자적인 위해 사항이 발생했을 때는 사법처리의 대상이지만, 학자의 구상을 얘기한 것이라면 내 생각과 다르다고 사법처리 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도 강 교수의 처벌 반대입장과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천 장관의 한 측은은 10일 한 언론을 통해 "천 장관은 강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는 것과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 등 두 가지 사안 모두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천 장관은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지 않더라도 그 적용을 최소화해야 하며, 특히 국보법 7조(찬양·고무)의 적용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강 교수가 대학 교수의 신분으로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구속할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前 열린우리당 당의장인 신기남 의원도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강교수의 사법처리 반대입장을 개진했다. 신 의원은 글에서 "일반적 상식이나 논리와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억압하거나 배제하려는 모든 시도는 '앵톨레랑스(非관용)'"라며 "국보법의 존재 자체를 비롯해 강 교수의 주장과 행동에 국보법을 적용하려는 시도를 우리는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기(강 교수에 대한 사법처리 주장)에 동원된 국보법을 하루 속히 폐지할 것을 주장한다"며 "강 교수 문제는 법의 잣대로 처벌할 문제가 아니라 학문적으로 토론하고 검증하고 논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자유개척청년단(이하 자청단)은 11일 논평을 통해 "집권 여당의 전·현직 의장이란 자들이 새빨간 거짓말로 역사를 왜곡하는 반역자를 옹호하며 사실상 사법부를 협박하고 있다"며 "국가정체성이 심각한 타격을 입더라도 이적·용공적 발언을 더욱 소중히 보호해야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체제에 도전하는 역사상 유례 없는 심각한 반역적 망언"이라고 비난을 가했다.
논평은 이어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정의롭고 상식적이며 만인에게 유익할 때 그 가치가 있다"며 "특히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분단의 원인을 왜곡하거나 자유대한민국 역사와 정통성을 부인해서는 안되며 김일성과 김정일의 만행이 정당화돼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강 교수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7조 1항) 등을 적용해 구속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수사 자료를 검찰에 넘긴 상태. 허준영 경찰청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학문의 자유 등 사회적으로 다양하고 심오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경찰은 실정법 위반에 대해 판단했다"며 "검찰의 지휘를 받아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사 외압'으로부터 검찰이 자유로울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앞서 동국대 동문회도 7일 강 교수에 대한 징계를 동국대 총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문회는 동문회의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강 교수는 7월 한 인터넷 칼럼에서 "6.25전쟁은 후삼국 시대 견훤과 궁예, 왕건이 삼한 통일의 대의를 위해 서로 전쟁을 했듯이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해 자유개척청년단 등 보수우익 시민단체들에 의해 고발됐다.
이어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한.미 동맹은 반(反)민족적.반(反)통일적.예속적"이며 "1946년 조선 사람들은 공산주의를 자본주의보다 훨씬 더 좋아했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konas)
윤경원(코나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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