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의 허실
1989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기본지침’이 제정돼 남북경협이 실현된 지 어언 16년이 지났다. 그간 많은 기업들이 북한으로 달려갔다. 마치 노다지를 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혹은 대북 투자에 대한 선점 차원에서 등등. 경협에 뛰어든 동기는 다소 다를지라도 대부분 북한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꿈은 대부분 수포로 돌아갔다. 쪽박차고 나온 기업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전문 통일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300여개의 남북경협(특히 남북교역) 업체를 조사해 본 결과 6년 안에 60%의 기업들이 나가 떨어진다. 수익을 내지 못하고 계속 손해보는 장사를 할 수 없는 까닭이다.
현재 남북경협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들은 2년 밖에 되지 않은 경우가 40% 가량 차지한다. 이 같은 사실은 남북경협이 신생기업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안정성과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들 기업은 남북경협에 대한 경험이 적기 때문에 예측불허의 사태가 발생하면 당황하기 일쑤일 것이고, 사업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질 것임을 시사한다. 북한에서 물건을 반입해 오는 기업들의 경우 납기가 맞지 않거나 물품이 불량해서 손해를 보는 일도 왕왕 있다. 그러나 북한측에 클레임을 걸어 손해를 보전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그간 남북교역은 절반 가량이 인도적 지원의 성격을 갖거나 신뢰조성용의 일방적 지원이었다. 이것은 남북교역의 전선에 나서려면, 북한측에 적당한 선물을 제공해야 함을 가리킨다. 과거 한 이산가족 기업인은 남북교역을 위해, 또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의 재회를 위해 한 번에 1백만 달러의 뒷돈을 건네준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일들이 되풀이되니까, 북한 친구들이 돈 귀중한 줄 모르고 간이 커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제대로 본 것 같다. 최근 문제가 됐던 김윤규씨의 남북협력기금 유용의혹의 건에서도 일부 지적됐었듯이 사업외적 비용이 너무나 많이 들어가는 것이 남북경협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대북투자에 해당하는 남북경제협력사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대략 40여개의 기업들이 남북경제협력사업자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수익을 낸 기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가 어렵다. 중국 변경지역(신의주 건너편에 있는 丹東市)에서 IT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하나비즈닷컴이라는 회사 하나뿐이라고 한다.
필자는 이 회사를 지난 6월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인 사장, 기술교육을 담당하는 2-3명의 외국인을 제외하면, 모두가 북한 노동력으로 이루어진 회사였다. 북한 인력은 30여명이었으며, 이들은 한국의 대기업이 의뢰한 IT프로그램을 공정에 따라 만들고 있었다. 들어가는 비용이 적으니까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사장은 앞으로 개성공단에 들어가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봐야 할 일로 생각되었다. 개성공단의 이점이 있는가 하면, 불필요한 비용도 많이 소요될 공산이 커 보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북 사업에 뜻이 있는 기업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남북경협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나서면 낭패를 보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그동안 우리 남북교역업체들은 예를 들어 1) 남북한 경제협력사업에 기여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2) 북한산 무공해 원료를 이용한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3) 무관세 혜택과 북한의 우수한 봉제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4) 중국 현지공장 운영이 어려워져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다고 하는 북한으로 옮기려고, 심지어는 5) 대북 사업이 향후 큰 전망과 장래성이 있다고 생각되어, 6) 고향돕기 사업의 일환으로, 7) 관련업계의 대북 사업권을 선점하기 위해, 8) 적정투자와 선진경영을 근간으로 남북양측이 신뢰하는 시범사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등의 동기에서 남북경협을 시작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투자하려는 사업의 경제적 타산성이 있을지를 정확하게 계산해 보고 북한진출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남북경협의 허실을 제대로 홍보하고, 묻지마식 교역이나 대북투자를 하는 일이 없도록 지도를 잘 해나가야 한다. 북한이 경제개방의 시늉을 하면서 남쪽으로부터 공짜의 물품과 현금을 가져가려 가는 한, 남북경협은 장미빛으로 접근해선 안된다고 할 것이다. 물론 북한이 아직까지도 시장경제 마인드가 부족한 것이 가장 근본문제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고 하겠다.
남북경협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또 남북이 모두 상생하는 구조를 갖게 되려면, 아직도 갈길은 멀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경제부문에서부터 남북관계를 차분하고도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민족경제공동체 형성구상은 낭만적으로 생각해선 공염불이 될 것이다.(출처:프리존)
제성호(중앙대 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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