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손수건을 단 지 한달이 지났습니다"
지난달 23일 아버지의 환갑을 앞두고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공원내 소나무에 노란손수건 400장을 다는 퍼포먼스로 납북자 가족들의 이산의 한(恨)을 대변했던 최우영 납북자가족협의회(www.rehome.or.kr) 회장이 퍼포먼스 한달 여가 경과한 28일 그간의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최 회장은 글에서 지난달 자신의 노란손수건 퍼포먼스가 "아버지를 찾고 싶은 딸의 마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이였다면서 자신의 행보가 "꼬이기도 하고, 오해도 사고, 과대평가되기도 했다"고 그동안의 경과를 밝혔다.
그동안 아버지 송환을 위해 납북자가족 모임을 결성하고 모 일간지에 광고를 냈는가 하면, 노란손수건 이벤트, 수백번의 인터뷰, 수많은 탄원서 등으로 뉴스 메이커로 부각된 최 회장은 '납북자 송환'이라는 본질적 문제보다는 자신의 행동에만 쏠리는 사회적 관심에 부담을 느끼는 듯 했다.
그는 글에서 "관심이 많아질수록 생각지도 않았던 문제들도 생깁니다"라며 "이쪽을 만나면 저쪽 눈치가 보이고, 또 저쪽을 만나면 이쪽 눈치가 보입니다. 사람 만나는 것조차 마음대로 하기 힘듭니다"라고 말해 정부나 북한인권단체, 친북단체 사이에서 자신의 행동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한편 최 회장의 지난달 '노란손수건 사부곡(思父曲)'은 '한국기독교개혁운동'(대표 한성진)이 주도하는 '노란리본달기운동'으로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교회 중의 하나인 새문안교회(담임 이수영 목사)는 지난 13일 전 교인이 참석한 가운데 교회 앞마당에서 '희망의노란리본달기' 행사를 개최하고 북한인권 단체 대표 및 회원들과 함께 교회 내 나무에 납북자들의 송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
이와함께 서울 예손교회, 화평교회 등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한국기독교개혁운동은 내년 3월 벨기에 브뤼셀 '국제인권대회'가 개최될 때까지 500개 교회가 참여토록 하고 각계각층의 인사들도 결집시킬 계획이다.
한편 남측이 북측에 생사여부를 확인해 지금까지 생존확인이 파악된 납북자와 국군포로가 21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숫자는 대한적십자가 파악하고 있는 전체 국군포로, 납북자 수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대한적십자사는 파악하고 있는 현재까지 국군포로는 546명, 납북자 수는 485명에 이르고 있다.
남측과 북측의 주장에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북측이 국군포로나 납북자를 '의거월북자'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식의 차이 때문에 현재 남과 북은 납북자나 국군포로 문제를 정식 의제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의 한 부분으로 다루고 있다. 이에따라 우리정부는 현재 납북자 문제를 특수 이산가족문제로 분류해 통일부 이산가족과에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적 제한 때문에 정부가 북측에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요구를 강력히 제기하지 못하고 있어 군군포로 및 납북자가족 시민단체에서는 이들을 이산가족 상봉이 아닌 송환 대상자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우영 회장은 지난해 모 인터넷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납북자를 이산가족으로 분류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이것은 납북자 문제를 회피하려는 술책으로 북한 김정일 정권에게 아부하는 정책일 뿐 납북자 가족을 위한 정책은 아니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최 회장은 "무엇보다 정부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납북자 문제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것"이라며 "남북고위급 회담이나 정상회담 때 납북자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최우영 회장이 28일 납북자가족협의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이다.
노란 손수건을 단 지 한달이 훨씬 넘었습니다.
아버지의 생사 확인이라도 하고 싶었던 저의 바람은 이번에도 지나친 욕심이었나 봅니다.
동진호 납북 후 18년 세월, 납북자 가족모임 결성 5년, 수백번의 인터뷰, 수많은 탄원서,
그럼에도 지금까지 아버지를 위해 한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살아계신지, 아닌지, 건강하신지, 어떤지, 그 사실조차 알 수 없는 저는 참으로 깊은 절망과 무력감에 빠지곤 합니다.
아버지의 환갑날도 그저 손놓고 지내야만 했습니다.
그날, 고마운 분들과 함께 마음의 정을 나누었지만, 제가 기다리던 분, 생일상을 받아야 할 주인공인 분, 아버지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있습니다.
늦가을 스산한 계절 풍경 속에 노란 손수건이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힘들고, 두렵습니다.
관심이 많아질수록 생각지도 않았던 문제들도 생깁니다.
이쪽을 만나면 저쪽 눈치가 보이고, 또 저쪽을 만나면 이쪽 눈치가 보입니다.
사람 만나는 것조차 마음대로 하기 힘듭니다.
아버지를 찾고 싶은 딸의 마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저의 행보가 꼬이기도 하고, 오해도 사고, 과대평가되기도 합니다.
저 혼자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날까지 힘을 낼 겁니다.
그 야윈 어깨에 기대어 “왜 이제야 돌아오셨어요?”라고 투정하며, 목놓아 우는 날까지는 절대 쓰러지지 않을 겁니다.
제가 요즘 많이 지쳤었나 봅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일어서야지요.
저와 함께 고생해온 많은 납북자 가족들, 제 곁을 지키며 지원해준 분들을 생각해야지요.
노란손수건은 저 최우영 뿐 아니라 납북자 가족을 둔 이 땅의 많은 가정, 그리고 분단 현실을 사는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하는 납북자 송환문제의 상징입니다.
이념을 초월해서 마음을 열고 이 시대적인 과제를 끌어안았으면 하는 바람을 다시 한번 가져봅니다.
이제 올 한해도 불과 한달 하고 며칠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저는 겨울이 참 아픕니다.
아버지가 납북되셨던 때도 겨울, 북쪽의 그 살을 에이는 추위 속에 떨고 계실 아버지 생각에서입니다.
부디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서 아버지가 건강하게 겨울을 나셨으면 좋겠습니다.
2005년11월 28일
최 우 영 올 림
(konas)
정미란 기자 konasn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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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8 오후 3:5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