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편지, "사랑하는 아내 박승옥 동무에게"
자유북한방송은 라디오 방송의 개시와 함께 매일 밤,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황장엽, 저)를 연재하고 있다. 오늘(12월 23일) 방송에서는 1997년 베이징 한국 총영사관에서 자신의 안해 박승옥 여사에게 썼던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의 편지가 낭독됐다.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는 책을 읽어본 사람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내용이지만 청취자들의 편의를 위해 아래에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의 1997년 편지를 소개한다. 
사랑하는 박승옥 동무에게
내가 당신까지 속인 채 당신을 버리고 이곳에 와보니,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였고 나와 당신의 생명이 얼마나 뗄 수없이 결합되어 있는가를 새삼스레 느꼈소. 당신이 걱정하며 머리숙이고 있는 모습이 떠오를 때면 나처럼 인정 없는 사람도 막 미칠 것 같소. 할아버지에게 욕을 먹고 자기의 자주성을 지켜 항의해보려고 복도 구석에 누워있던 지연이, 호의를 표시하며 환심을 사려고 장난감을 가지고 막 달려오던 어린 지성이를 생각 할 때는 막 가슴이 미여지는 것 같소.
나 때문에 당신과 사랑하는 아들딸들이 모진박해 속에서 죽어 가리라고 생각하니 내 죄가 얼마나 큰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오. 나는 가장 사랑하는 당신과 아들, 딸들, 손주들의 사랑을 배반하였소. 나는 용서를 비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나를 가장 가혹하게 저주해주기를 바라오. 나는 나를 믿고 따르며 나에게 희망과 기대를 걸어온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모두 배반하였소. 그들이 나를 사람이 아니라고 욕하는 것은 응당하다고 생각 하오. 가슴만 아플 뿐 사죄 할 길이 없소.
나는 이것으로 살 자격이 없고 내 생에는 끝났다고 생각하오. 저세상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 저세상에 가서라도 다시 한 번 만나보고 싶소. 만일 조선로동당이 지금의 비정상적인 체제를 버리고 개혁, 개방을 하고 평화통일을 지향한다고 공개적으로 선포한다면, 비록 그것이 나를 속이기 위한 술책이라 하더라도 나는 평양으로 돌아가 가족들의 품속에서 숨을 거두고 싶소.
사랑하는 사람들과 생리별을 한 이 아픈 가슴을 이겨내며 내가 얼마나 더 목숨을 부지할지는 알 수 없으나, 여생은 오직 민족을 위하여 바칠 생각 이오. 나 개인의 생명보다는 가족의 생명이 더 귀중하고 가족의 생명보다는 민족의 생명이 더 귀중하며 한 민족의 생명보다는 전 인류의 생명이 더 귀중하다는 내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만 알려주기 바라오. 사랑하는 박승옥 동무! 당신이 이 편지를 받아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언제 목숨을 끊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유서 삼아 적어두는 것이오.
[1997년 2월 17일, 베이징 한국총영사관에서, 황장엽]
출처:자유북한방송
- 관련기사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