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국군이 펼치는 한류(韓流)
지난 연말 돌아본 한국군의 파병 현장은 감동을 준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상처가 여전한 지역에서 한국군이 지역 주민의 마음을 다독이며 벌이는 평화.재건 활동은 '군이 펼치는 한류(韓流)'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격려해 주겠다"고 아르빌의 자이툰 사단을 찾은 많은 인사가 "오히려 격려를 받았다"고 하는 말이 실감났다.
아르빌에선 자이툰 장병이 가는 곳마다 주민들이 "쿠리(코리아), 쿠리"하면서 에워싼다. 사진을 찍자며, 악수하자며 몰리는 모습에서 한국군에 대한 신뢰를 느낀다. 장병들이 K-2 소총을 들고 삼엄한 모습을 연출해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주민의 환대를 받는 군대는 한국군이 유일하다고 한다.
그렇게 돋보이다 보니, 바그다드의 다국적군사령부(MNF-I)에선 "한국군을 본보기로 삼자"는 말까지 나온다. 자이툰 사단은 이라크와 쿠르드자치정부(KRG)의 신뢰도 받는다. 이라크 총리가 KRG 대통령을 만나러 아르빌로 올 때 자이툰부대에 경호를 부탁하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 바그람기지에 있는 다산.동의 부대에 대한 동맹국 군대 신뢰도 두텁다. 그런 때문일까. '왜 이런 신뢰가 더 큰 국익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한 예로 우리에게 절실한 원유가 아르빌 등 쿠르드자치구역엔 잔뜩 매장돼 있다. 그러나 이를 겨냥한 정부나 기업의 움직임은 없다.
자치구역의 많은 이들이 "한국 기업에 특혜를 주겠다"고 하는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2003년 '김선일 파동' 때 놀라서 만든 '한국인 이라크 출입 봉쇄' 방침을 아직 고수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렇게 소극적이어서야 실익 챙기기가 쉬울 리 없다.
아프가니스탄도 그렇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중앙아시아의 전략 요충지로 삼는 작업을 착착 진행 중이다. 30여 개 나라가 수도 카불로 장갑차를 끌고 들어온 것도 이를 눈치챘기 때문이다.
200명 남짓한 공병.의료 중심의 한국군이 그나마 선전하고 있어 다행이라 해야 하나. 파병된 한국군은 어디서나 잘하지만 아직은 '재주만 넘는 곰'에 머무르는 것 같다. 한국군이 '재주'도 부리고 이를 통해 더 큰 국익도 얻어내려면 우선 정부의 생각부터 변해야 할 것 같다.
출처: 중앙일보/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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