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폭력시위는 경찰의 강경진압을 부른다
현직 경감, 진압경찰 폭력배로 모는 현실 불만‥청와대에 모자 우송
시민단체의 과격 폭력시위가 도를 지나쳐 '경찰의 인내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우려와 각성의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 높아지고 있다. 자식들이 시위대에 폭행당하는 장면을 TV 화면으로 보다못한 전·의경 가족들이 '폭력시위 금지'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을 외치며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시위농민의 사망사건으로 경찰은 폭력배로 몰리고, 폭력시위 보다는 진압하는 공권력에 모든 잘못을 돌리고 있는 정치권과 폭력시민단체는 갈수록 기세가 등등해 진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로 경찰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가운데 현직 경찰 간부가 청와대를 향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항의와 불만을 표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시위농민 사망사건의 책임을 지고 허준영 경찰청장이 사퇴한 것에 항의하는 표시로 자신이 승진 시 받은 경찰 모자를 청와대로 보낸 것이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 소속 유모(37·경찰대 9기) 경감이 최근 경찰 정모(正帽)를 소포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내 명예를 돌려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유 경감은 이 글에서 "제복을 입은 사람에게 모자는 명예의 상징"이라며 "모자를 국민(대통령)에게 돌려드림으로써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던 명예도 돌려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행동은) 폭력배가 돼버린 나의 동료와 대원에게 사과하기 위함이며 경찰대학 동문과 총경들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경우 시위현장에서 새로운 죽음을 보게 될 수밖에 없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방패로 시위대를 찍는 행위를 공격으로 생각하느냐"고 반문한 뒤 "이는 두려움 때문에 시위대를 위협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처절한 몸짓"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또 "정치권은 허 청장의 사임이라는 형식으로 자신과 자신의 동료를 폭력배로 낙인찍었다"며 "모자와 명예를 돌려드림으로써 다시 이번과 같은 일을 당할 때 덜 아플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유 경감의 모자는 청와대의 수신거부로 반송됐다"며 "유 경감은 자신의 글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을 삭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맞은편에서는 아들을 전·의경으로 보낸 부모와 친지, 예비역 전우 등 500여 명이 모여 '폭력시위 반대' 평화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시위대는 사람이고 전의경은 짐승입니까?'라는 피켓을 들고 폭력시위에 반대하고 평화적 시위문화를 촉구하는 평화행진을 개최한 것이다. (관련기사)
선진국의 사례를 말하지 않아도 법치국가에서 폭력시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 받을 수 없다. 경찰의 폭력진압을 탓하기에 앞서 평화적 시위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시민단체들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농민단체가 홍콩까지 해외원정을 가서 WTO반대 시위를 벌인 것 자체를 크게 탓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시위방법이 폭력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 등이 홍콩에서의 폭력시위에 대해 잘못을 뉘우치는 듯 자성을 촉구하는 논평을 낸 것을 보면서 한가닥 희망을 읽었다. 그런데 불과 몇일 후 농민단체는 폭력 시위로 현장에서 구속된 회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또다시 시위대를 파견하겠다며 홍콩 경찰을 협박하고 있다. 농민단체의 이러한 태도를 보면서 한국의 폭력시위 근절은 요원한 문제로만 느껴진다. (konas)
김 철 기자 konas@kona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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