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 방법, 날이 갈수록 다양화
병역기피 위해 유학생 자녀 美가정에 편법입양
60만 장정들이 이 추운 날에도 최전방에서 경계근무에 여념이 없는 마당인데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내 자식은 고생시키지 않겠다'며 병역을 기피하는 이기적 풍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병역기피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멀쩡한 몸을 수술해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낸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맨들의 이야기는 구식 방법이고, 지난 해에는 전직 고위공직자들과 정치·경제·학계의 유력인사들이 자식·손자들의 병역 면제를 위해 국적을 포기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종교를 빙자하고 양심을 내세워 군에 안 가겠다는 사람들이 줄줄이 구속되는가 하면 인권위원회라는 국가기관이 앞장서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를 권고하고 나섰다. 그러자 이에 화답하듯 국방장관은 '대체복무 검토 용의'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민첩(?)함을 보여줬다. 정부가 앞장서서 병역기피를 조장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국민들은 더욱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신형(?) 병역기피 방법이 등장했다. 자식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 후 미국인 가정에 편법으로 입양시키는 방법이다. 물론 학비 절감을 위해 그렇게 한다고 부모들이 변명한다지만 미국에 유학을 보내는 한국인들이 대부분 돈 많은 가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그것도 병역과는 상관 없는 여학생들만 입양시킨다면 또 모르겠는데 말이다.
16일 미주 한국일보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최근 노인만 사는 미국 가정에 2만~3만 달러의 계약금을 주고 자녀를 입양하고 있다. 하숙 편의를 제공하는 노인에게는 매달 수천 달러까지 더 준다고 한다. 편법입양은 지금까지 주로 친인척이나 브로커를 통해 이뤄졌지만 이제는 미국인사회까지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신문은 취업비자를 통해 간호사로 일하며 미국에 체류중인 한국인 여성 A씨가 지난해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두 자녀를 이웃에 있는 백인 노 부부에게 입양시킨 사례를 보도했다.
A씨는 아들이 대학에 진학할 나이가 되자 체류 신분을 확보하려고 부모 권리를 포기하고 편법 입양을 통한 자녀의 영주권 획득을 선택했다. 그는 노 부부에게 계약금 2만 달러를 제공하고 매달 3천500달러의 양육비를 지급한다. 이 노 부부는 다른 한국인 3명도 입양했다.
이처럼 편법 입양 열기가 성행하면서 입양 알선을 명목으로 거액을 챙겨 달아나는 입양 브로커가 등장하는 등 부작용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민법 전문 변호사는 "편법 입양을 통한 자녀 영주권 획득에 관한 문의와 함께 관련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한신 변호사는 "입양을 통한 합법체류 신분은 16세 이전에 양부모와 2년 이상 거주한 사실을 입증하는 서류를 갖추고 있어야만 획득할 수 있으며 거짓 정보가 적발되면 획득한 영주권 및 시민권이 박탈되는 것은 물론 추방재판에 회부된다"고 경고했다.
한인가정상담소 피터 장 소장은 "병역기피, 학비 절감을 위해 체류신분을 해결하려고 억지로 입양된 자녀는 정서상이나 도덕상으로 비뚤어질 수 있다"며 "부모가 바뀌는 사실에 대한 배신감이나 갈등이 탈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충고했다. 병역기피 시키려다 자식농사 망칠 수 있다는 경고다.
자식 하나 잘 키워보겠다고 큰 돈들여 미국유학까지 보낸 부모들이 이런 편법으로 병역의무를 회피하고 있는 사례가 세계적으로 한국인 말고 또 있을까 싶다. 설사 자식들이 미국시민이 되어 미국에 산다하더라도 그들이 미국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며 살아갈 지도 의문이다. 부모들의 과욕과 이기심, 그리고 비뚤어진 자식 사랑이 한국인들을 국제적으로 망신 시키는 게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konas)
김 철 기자 konas@kona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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