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추진 잠수함 논쟁
지난 1월 1일 개청한 방위사업청 홈페이지에 3000t급 잠수함 건조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어 세인의 관심을 잡아끌었다. 일부에서는 3000t급 잠수함은 핵추진으로 제작돼야 한다며 때 아닌 핵잠수함 논쟁을 일으켰다. 한국의 잠수함 사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은 과연 핵잠수함을 가질 수 있는 나라인가.
잠수함은 영어로 Submarine이기에 약호로 적을 땐 SS가 된다. 왜 S로 적지 않고 SS로 적느냐고 묻는다면, 영어로 Destroyer인 구축함의 약호가 DD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미국 해군에서 잠수함을 가리키는 약호를 SS로 적었기에 서방진영 국가들은 대부분 잠수함을 SS로 표기하고 있다.
SS는 재래식 공격 잠수함을 뜻한다. 잠수함은 기본적으로 공격무기이기 때문에 방어용으로 불리는 경우가 없다. 그런데 잠수함 중에는 특수한 목적에 사용하기 위해 아주 작게 만든 것이다. 통상 500t 이상의 군함을 '함(艦)'으로 적고 그 이하는 '정(艇)'으로 적는데, 500t 이하의 잠수함이 이에 해당한다.
영어로 '난쟁이' '꼬마' '작은 것' 등을 뜻하는 단어에 'midget(미지트)'가 있다. 미국 해군은 500t 이하의 잠수함을 '미지트'로 부르고 약호로 표기할 때는 SSM 즉 잠수정은, 디젤 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충전한 다음 배터리의 전기로 스크루를 움직여 잠항한다. 잠항 방법은 재래식 잠수함인 SS와 똑같은 것이다.
잠수함이 개발된 후 오랫동안 잠수함은 SS와 SSM 두 종류만 존재했다. SS와 SSM으로 인류는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치렀는데, 이 두 전쟁에서 이름을 떨친 것이 바로 독일 해군의 'U 보트'였다. U 보트는 독일 해군이 그들이 사용하는 잠수함정에 U를 쓰고 다음에 번호를 붙이는 식으로 이름을 붙였기에 생겨난 이름이다. 보트라고 해서 물 위를 운항하는 보트를 생각하면 안된다.
제2차 세계대전은 미국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리틀보이(Little Boy, 꼬마)'와 '팻맨(Fat Man, 뚱뚱보)'이라는 별명의 원자폭탄을 떨어뜨림으로써 끝이 났다. 그리하여 세계는 원자력 시대로 접어들게 됐는데, 이후 원자력은 군사용으로 폭탄을 제조하는 쪽과 비군사용으로는 동력을 내는 쪽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해 갔다.
디젤 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충전한 다음 그 전기로 스크루를 돌리는 재래식 잠수함과 잠수정은 보통 2,3일에 한번씩 물 위로 떠올라야 한다. 디젤엔진을 돌리면 잠수함정 안에 있는 산소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또 승조원들도 끊임없이 숨을 쉬므로 시간이 흐르면 잠수함정에서는 자연 산소가 희박해진다.
대기 중에는 질소가 78%, 산소가 21% 정도 있는데, 산소의 농도가 19% 정도로만 떨어져도 사람들은 산소 부족으로 질식사 하게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재래식 잠수함정은 2,3일 단위로 부상해 함내 공기를 갈아줘야만 했다. 이때가 잠수함정으로는 가장 취약할 때이다. 적군의 함정이 벼락 같이 덤벼든다면 잠수함은 고스란히 고깃밥이 되고 만다.
디젤엔진을 돌리지 않고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리하여 나온 대안이 원자력을 이용하자는 것이었다. 원자력발전소에 가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 중의 하나는, '핵연료는 산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탄다'는 점이다. 휘발유든 디젤이든 하다못해 나무가 타도 산소가 필요한데 핵연료는 산소 없이 탄다. 때문에 원자력발전소에서는 핵연료를 완전 밀폐된 용기 안에 넣어 태우고 있다.
물의 화학식은 H2O이다. 수소분자 두 개에 산소 분자 한 개만 만나 물을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물에 전기 에너지를 가해 분해를 하면(전기분해), 두 개의 수소 분자(2H2O)와 한 개의 산소 분자(O2)가 발생하는 것을 중·고등학교 시절 물상이나 화학시간에 배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바다는 무궁무진한 '물 천지'이다. 따라서 전기만 있으면 이를 전기분해해 필요한 산소를 얻을 수 있다. 산소 없이 타면서 산소를 얻을 수 있는 전기까지 낼 수 있는 것은 원자력밖에 없다. 때마침 미국에서는 원자력 발전을 위한 원자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으므로, 이 원자로를 잠수함에 탑재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잠수함을 탑재할 수 있는 소형 원자로가 개발되었고, 1954년에는 이 원자로를 탑재한 잠수함 '노틸러스(Nautilus) 함'을 건조하게 되었다. 노틸러스는 1870년 프랑스 작가 줄 베른이 쓴 <해저 2만리>라는 제목의 소설에 나오는 잠수함의 이름이었다.
노틸러스 잠수함은 4040t급이었는데 미 해군은 이 잠수함이 얼마나 오래 잠항할 수 있는 지 알아보기 위해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해 통과를 시도했다. 노틸러스 잠수함은 무사히 얼음장으로 뒤덮여 있는 북극해를 관통해 냈다. (1958년)
그리하여 디젤엔진 대신 소형 원자로를 단 잠수함 개발과 건조가 본격화됐다. 그러자 이러한 잠수함을 뜻하는 약호를 SSN으로 부르게 되었다. 여기서 N은 핵 또는 원자력을 뜻하는 Nuclear의 약자인데, 우리말로는 핵추진 잠수함 또는 핵잠수함 정도로 번역할 수가 있다.
원자로는 덩치가 크기 때문에500t 미만의 잠수정에는 탑재할 수가 없다. 따라서 핵잠수정 제작은 불가능하므로, 자연 잠수함 서열은 SSM-SS-SSN으로 나눠지게 되었다.
미국 해군이 노틸러스 핵잠수함을 건조해 운용할 때쯤인 1955년 소련 해군도 희한한 개념의 잠수함을 만들어 냈다. 디젤엔진을 가동하는 재래식 줄루(Zulu) 잠수함에서 SS-1a 스커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자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초강대국은 일제히 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는 잠수함 개발에 전력하게 되었다. 소련이 쏜 SS-la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다. 이왕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쏜다면 장거리 미사일을 쏘는 것이 유리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잠수함은 적군에게 전혀 탐지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렇다면 유사시 적국을 초토화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잠수함에 핵미사일을 탑재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본격화했다.
미사일이나 로켓은 수직으로 발사된다. 소총이나 대포는 지상과 수평이거나 또는 사각으로 발사되지만 로켓이나 미사일은 직각에 가까운 각도로 발사된다.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핵미사일도 수직으로 발사돼야 하는데, 잠수함은 높이보다는 앞뒤 간의 길이가 훨씬 더 긴 모양을 하고 있다.
수천 ㎞를 날아가야 하는 핵미사일의 높이는 20∼30여m에 이르니, 이 미사일을 탑재할 잠수함의 높이는 이것보다 더 높아야 한다. 높이가 높다 보니 자연 앞뒤도 긴 초대형 잠수함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1만t급 잠수함 건조가 시작된 것인데, 이렇게 큰 잠수함은 디젤보다는 원자로로 에너지를 얻는 것이 효과적이다.
핵잠수함은 승조원 생존에 꼭 필요한 산소를 만들 수 있으니 몇 개월 심지어는 1년까지 물 속에서 지낼 수 있다. 이러한 잠수함은 승조원들이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거나, 식량이 떨어졌거나 아니면 핵연료가 다 타서 새로 교체해야만 핵연료가 다 타서 새로 교체해야만 할 때 떠오른다. 이러니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은 전부 핵추진 잠수함이 되었다.
그리하여 핵미사일을 찹재한 핵잠수함 건조가 시작됐는데, 이 잠수함은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을 뜻하는 B를 더 붙여 SSBN이란 약호를 갖게 되었다. 이로써 잠수함은 SSM-SS-SSN-SSBN으로 나눠지게 되었다.
SSBN은 세계 최장의 잠수함이 되었다. 그런데 한편으론 천하에 쓸모 없는 잠수함이 되었다. 이유는 히로시마 등에 원폭을 떨어뜨린 후 인류는 전혀 핵전쟁을 벌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핵미사일을 쏘면 적국도 핵미사일로 대응할 것이다. 핵전쟁이 치열해지면 결국 인류는 종말을 맞게 되므로 미국과 소련 등 초강대국은 SSBN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자 미 해군은 SSN의 기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SSN에 초정밀 재래식 미사일을 탑재하기 시작한 것인데, 이 미사일이 바로 '토마호크(Tomahawk, 전투용 도끼라는 뜻)'이다. 토마호크는 핵미사일이 아니므로 미 해군은 위급할 때마다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로써 재래식 미사일을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확인되자 세계 각국은 SSN 개발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세계 잠수함 전력 발전사이다. 자! 이 정도로 세계 잠수함 변천사를 살펴봤으면 다음으론 우리의 잠수함 전력 발달사를 들여다보기로 하자.
한국 해군이 가진 최초의 잠수함정은 SSM에 해당하는 '돌고래 잠수정'이었다. 175t급인 이 잠수정은 1983년 코리아타코마 조선소에서 처음 진수됐는데 현재는 세 척이 운용되고 있다.
그리고 1992년 독일 HDW(하데베) 조선소로부터 기술을 들여와 1200t급의 잠수함을 진수하게 되었다. SS 중에서도 소형인 이 잠수함에 대해 한국 해군은 '장보고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러나 독일에서 붙인 원래 이름이 209이기 때문에 이 잠수함은 209급으로 불리기도 했다. 현재 한국 해군은 장보고급, 즉 209급 잠수함을 총9척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주변국의 잠수함 전력이다. 중국 해군은 SSBN과 SSN을 비롯한 60여 척의 대소 잠수함정을 갖고 있다. 러시아의 극동 해군도 태평양 해역에 20여척의 잠수함을 배치해놓고 있다. 북한 해군도 전부 재래식이긴 하지만 60여척이 대소 잠수함정을 갖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16척, 미국 해군도 그와 비슷한 잠수함을 한반도 해역에 배치해 놓고 있다.
주변국들의 잠수함 세력이 이러하다면 한국은 생존을 위해서 최소 20여척의 잠수함을 가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한국 해군의 잠수함은 주변국들에 비해 작다는 약점이 있다. 따라서 보다 큰 잠수함을 보다 많이 가져야 한다는 방향성이 나오게 된다.
1992년부터 추진된 209급 잠수함 도입 사업을 KSSⅠ이라고 한다. SS는 재래식 잠수함이고 K는 Korea를 뜻한다. 그리고 현재 독일의 HDW 조선소로부터 1800t급의 잠수함 세척을 도입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이 사업은 KSSⅡ로 불리고 있다. KSSⅡ 사업은, 일차로 세 척을 도입하고 추가로 세척, 세 척씩 더 도입해, 모두 아홉척을 갖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 해군은 KSSⅠ 9척에 KSSⅡ9척을 보유하게 된다. 이때쯤 구식인 돌고래 잠수정은 퇴역한다고 해도 한국 해군의 잠수함 세력은 여섯 개 전대-두개 전단 규모가 된다. 해군에서는 두 개 전단이 있으면 한 개 함대를 만들고 있으므로 KSSⅡ 사업이 끝날 때쯤 해군은 잠수함대 사령부를 창설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KSSⅡ 사업이 끝나면 3000t급의 재래식 잠수함 세척을 건조하는 사업을 펼친다. 이 사업은 KSSⅢ로 명명돼 있는데, 이 잠수함은 토마호크 또는 토마호크와 유사한 성능을 가진 미사일을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미사일은 핵이 아닌 재래식 탄두를 탑재하므로 한국은 비핵화선언을 전혀 위반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개념 하에 조용히 추진된 것이 KSSⅢ 사업인데, 여기 '애국적 감성'이 작용하면서 몇 가지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앞에서 설명했듯 미국이 최초로 개발한 핵추진 잠수함인 노틸러스 함은 4040t급이다. 프랑스 해군은 1983년부터 1988년 사이 '루비(Rubis)'라는 이름을 가진 2670t급의 핵추진 잠수함 네 척을 건조했다.
그러니까 3000t급부터는 원자로를 단 핵추진 잠수함으로 건조해볼 수 있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했듯 핵추진 잠수함은 수개월 혹은 1년 가까이 물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잠항할 수가 있다. 그리고 토마호크와 유사한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면 그 위력이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애국심이 강한 전략가들이 3000t급인 KSSⅢ는 핵추진으로 건조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게 되었다. 이것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은 3000t급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을 것일까.
한국은 세계 6위의 원자력 대국이고 이미 KSNP라고 하는 독자 모델의 원자로를 개발해 놓았다. 따라서 20202년쯤이면 3000t급 잠수함에 탑재할 수 있는 작은 원자로를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이 이를 묵인해 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들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유사시 그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무기를 한국이 개발하겠다는데 대해 선뜻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이러한 무기를 개발해 나간다면 이들은 경제제제 등의 다양한 수단을 통해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한국이 진정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고자 한다면 이는 정말로 조용조용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 등 보다 가까운 우방국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해 지지를 받도록 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해서도 오해가 없도록 사전설명을 할 수 있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고로 '빈 수레가 요라한 법'이다. 애국심이 있는 자 진중하라. 그리고 잠수함의 발전사에 대해 깊은 공부를 하고 잠수함 전략에 대한 비전을 세워야 한다. (konas)
이정훈(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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