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동포 여러분! 4월15일이 어김없이 돌아왔습니다"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의 대북방송
북한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금년에도 4월 15일이라는 날짜가 어김없이 돌아왔습니다.
북한에서 말하는 태양절, 김일성 주석의 생일입니다. 영원히 북한 동포들의 장래를 밝혀준다, 아니 지구촌 인류의 태양으로 영생불멸할 것이라 하여 이날을 태양절이라고 부친 모양이지만 이제 북한동포 여러분 이외 김일성 주석의 이른바 영생불멸의 업적에 대해 말하는 사람도, 기억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악명 높던 독재자가 북한에 있을 때 그의 이름이 김일성이었다는 정도입니다. 하기야 남한 동포들은 6.25전쟁, 동족상잔을 일으킨 반민족적 범죄자라는 인식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북한동포 여러분! 4.15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김일성 주석이 생존해 있던 시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김정일 위원장에게 대권을 넘겨주기 이전의 시기와 김정일 위원장을 후계자로 선택하여 정권을 내 맡겼던 시기 즉 1980년대 이전과 이후의 시기를 비교해 보면서 과거를 되살려 볼까 합니다.
지금 남한에는 김정일 정권시대에 북한 땅을 등지고 나온 많은 북한 동포들이 자리 잡고 살고 있습니다. 이들의 말을 빌리면 한 마디로 김정일이 집권한 이후의 북한동포의 정치, 경제, 사회적 생활이 김일성 생존 시보다 훨씬 나빠졌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김일성 주석이 생존해 있던 시기는 굶어 죽지는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런 증언은 여러분의 경험한 그대로입니다. 굶어죽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습니다. 이처럼 경제적 생활도 어려워졌지만 이에 못지않게 김정일 위원장의 정치사회적 압박 정책이 김일성 시대보다 훨씬 심해졌습니다. 비록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을 형편이라고 하더라도 내일의 희망이 있다면 그 희망을 가지고 견디어 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절망감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던지 아니면 사선을 넘어 북한 땅을 탈북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1997년에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에 망명해온 조선노동당 국제담당비서 황장엽 선생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기 전 10년간의 생활, 즉 1985년부터 1994년까지의 생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85년부터 94년에 김일성이 사망할 때까지는 김일성, 김정일, 공동정권 이었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김정일의 최고고문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것입니다.
김정일은 경제문제에는 전혀 관심을 안 돌리고 그저 돈을 쓰기나 하고 또 외국손님들이 오는 것은 자기 아버지 김일성에게 만나라고 해서 김일성 주석은 외국손님들을 만났을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김일성 주석의 사진이 신문에 자주 나왔지, 실제로 모든 권력은 김정일이 움켜쥐고 김일성 주석은 아무 권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자 김정일은 무슨 유훈통치를 한다고 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기 10여 년 전에 이미 모든 권리를 빼앗아 가졌던 김정일이 무슨 유훈정치를 한단 말입니까? 황장엽 비서의 말대로 김정일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이 살아있던 시기에 벌써 이미 그를 허수아비로 만들어 정권을 행사했습니다. 1994년 7월 8일 갑자기 심장경색으로 쓰러진 이유를 알만 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보면 권력을 아들에게 빼앗긴 노인이 자식으로부터 받은 멸시, 천대에 분통이 터져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는 비운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한 동포여러분! 역사는 그 어떤 영웅도, 그 어떤 독재자도 그 누구에 대해서는 어김없이 엄중한 심판을 내립니다.
레닌, 스탈린, 모택동 아니 그 이전의 마르크스, 엥겔스 등 공산주의 역사, 공산주의 독재국가의 역사에서 위대한 사상과 노동계급의 영도자, 위대한 수령, 영생불멸의 태양으로 최고의 우상숭배의 대상으로 되어있던 사람에 대해서 예외 없이 준엄한 심판을 내렸습니다. 김일성 주석도 예외가 아닙니다. 어떻게 기록되어 있습니까?
유감스럽고 안 된 일이지만 자식에게 천대받다 죽은 독재자로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그가 스탈린의 명령을 받아 동족상잔을 자행하고 300여 만 명의 무고한 인민을 죽음에로 내몬 씻을 수 없는 범죄행위를 잊지 못합니다. 전후 수만 명의 무고한 노동당의 간부와 일꾼을 반당분자로 몰아 숙청한 그 죄과를 잊지 못합니다. 1950년대 말 농업의 집단화 정책으로 북한농촌을 폐허로 만든 잘못과 1960년대 10년간 4대 군사노선을 내오고 중공업 우선 정책을 표방하며 국방과 경제의 병진을 추진함으로 그 귀중한 자원과 자금과 인력을 소진시킴으로써 북한 경제발전의 기초를 완전히 무너뜨린 경제정책의 실패를 규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잘못은 바로 김정일을 믿고 정권을 세습시킴으로서 북한동포 300여 만을 굶어죽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 잘못은 영원히 역사에 남아 자손 대대로 규탄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황장엽 중앙당비서의 증언처럼 비록 사망 전 10년간 김정일에게 억눌려 아무런 권력행사도 할 수 없어 비탄의 세월을 보냈다 하더라도 그 책임을 모면할 길이 없습니다.
북한동포 여러분!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김정일 위원장은 선대를 영원한 수령으로 추앙하는 듯이 행동하고 있습니다. 이야말로 선량한 북한 동포들을 속이는 가증스러운 행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시적으로 인민을 속일 수 있을지 모르나 영원한 역사는 결코 속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해 둡니다. (출처: 자유북한방송)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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