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탈북자 문제 뜨거운 잇슈로 부각
미국내 북한관련단체들이 지난 22일부터 30일까지를 '북한자유주간'으로 선포하고 워싱턴 일대에서 탈북자 및 납북자 문제, 북한내 인권문제 등을 부각시키기 위한 갖가지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북한에 의해 저질러진 납북자 문제가 국내외에서 핫 잇슈로 부각하고 있다.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이 27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1977년~78년 납북된 고교생 5명이 현재 북한에 생존해 있다고 밝힌데 이어, 일본인 납치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씨의 어머니 사키에(早紀江, 70)씨도 이날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합동청문회에서 납치문제에 대해 증언했다. 일본 납북자 단체도 이날 북한이 6·25이후 지금까지 한국, 일본 등 전세계 12개국가에서 최소한 523명을 납치해 갔다고 주장했다. 또 부시 미국 대통령은 납북자 가족과 탈북자들을 백악관 집무실로 초청, 북한의 인권 실상을 청취할 예정이다.
金 국정원장 "납북고교생 5명 북에 생존" 국회 증언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은 27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 요코타씨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씨의 남편일 가능성이 큰 납북자 김영남씨 등 지난 77~78년 납북된 고교생 5명이 현재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김영남(당시 16세), 이민교(당시 18세), 최승민(당시 16세), 이명우(당시 17세), 홍건표(당시 17세)씨 등 고교생 5명은 지난 77~78년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과 신안 홍도 해수욕장에서 납북된 뒤 최근까지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김 원장의 증언을 청취한 국회 정보위원들은 "당시 서해안 해수욕장에서 납북된 김씨 등 고교생 5명이 북한에 생존해 있다고 국정원측이 보고했다"면서 "이들은 북한에서 이남화(以南化) 공작 교관으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3명만이 그대로 교관직을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2명은 홍보관 판매원과 영업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일부 정보위원들은 21∼24일 평양에서 열린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이 문제를 정부가 공식 언급하지 않은 점을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문제에 대한 향후 정부 대응과 관련, "명분을 내세워 시끄럽게 함으로써 북한측을 자극하지 않고, 조용하게 (송환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국정원이 밝혔다"고 전했다.
납치피해자 메구미 씨 어머니 美 공청회 증언
한편 일본인 납치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실종당시 13세)의 어머니 사키에 씨가 27일 오전(현지 시각)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합동청문회에서 납치문제에 대해 증언했다.
사키에 씨는 "세계 각국의 피해자를 구해 앞으로의 인생을 자유의 땅에서 살 수 있도록 해달라"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간절히 호소했다.
그는 손수 작성한 A4 용지 4매 짜리의 원고를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내려 가면서 딸에 대해 언급할 때는 "북한에 있는 것이 알려진지 9년 이상 지났는데 아직 구출되지 못했다"며 "왜 도와주지 않는지, 분하고 슬퍼서 견딜 수 없다"며 목청을 높이는 등 북받치는 듯 격한 심정을 드러냈다.
사키에 씨는 "메구미는 아직 건강하게 그곳(북한)에 있다"며 "정말 이제는 지쳐버렸지만 아이가 도움을 필요로하는 이상 어떤 일이 있어도 쓰러질 수 없다"고 다짐하며 눈물을 머금었다.
또 일본 정부의 DNA 검사결과 메구미의 남편이 한국인 납북자인 김영남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사실도 증언했다.
증언 도중 사키에씨의 남동생(37)이 메구미의 초등학교 시절 가족사진과 북한측이 넘겨준 교복차림의 사진을 높게 들어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공청회에는 국제관계위원회의 '동아시아태평양'과 '인권' 등 2개 소위가 함께 열었다. 사키에씨의 증언은 '북한인권법'에 의한 미국의 대북정책 관련 예산 등에 반영될 전망이다.
"北, 12개국에서 523명 이상 납치"
일본 납북자구조연합의 요이치 시마다 부의장(후쿠이대학 교수)은 이날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 아프리카·인권·국제활동 소위의 납북자·탈북자 문제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한국전쟁 이후 세계 각국에서 납치해 간 숫자가 523명이라고 증언했다. 미국 의회에서 납북자 관련 청문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별로는 한국인이 485명으로 가장 많은 것을 비롯해 일본인 16명, 레바논인 및 말레이시아인 각 4명, 프랑스인 및 이탈리아인 각 3명, 마카오 출신 중국인 및 네덜란드인 각 2명, 태국인, 루마니아인, 싱가포르인, 요르단인 각 1명 등이다.
이 단체는 일본 정부는 일본인 납북자가 16명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자체조사 결과 1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요이치 부의장은 "탈북자들에 따르면 1976년 김정일이 북한 스파이 활동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외국인들을 더 조직적으로 활용하라는 이른바 '스파이 교육의 현지화'를 비밀리에 지시했다"면서 "이 지시 이후 북한 납치공작이 활성화됐다"고 주장했다.
요이치 부의장은 특히 "납치 당시 13살이었던 메구미 요코다를 비롯해 최소한 11명의 일본인과 5명의 한국인 고등학생, 4명의 레바논 여성, 2명의 마카오 출신 중국인 여성과 태국 여성 등이 (이 지시 직후인) 1977~1978년 납치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외국인을 납치하는 이유로 ▲북한 요원의 불법활동을 목격한 증인을 없애기 위해 ▲북한 비밀요원이 외국 침투시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북한 요원들에 대한 언어 및 관습 교육을 위해 ▲세뇌를 통해 비밀요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납치된 사람의 전문성이나 특별한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 ▲기존 납북 외국인의 배우자로 삼기 위해 등으로 분석했다.
부시, 탈북 김한미 양 가족 등 백악관 초대
한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인권주간 마지막 날인 28일(현지시간) 지난 2002년 탈북한 김한미양(7) 가족과 뮤지컬 요덕스토리 감독 정성산씨,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등을 탈북자와 요코타 메구미씨 가족 등 납북피해자 등을 백악관에서 함께 만날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면담에서 탈북자들로부터 북한의 인권실상 등을 듣고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는 한편 북한인권 개선의 중요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날 면담에는 제이 레프코위츠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프리덤 하우스, 디펜스 포럼 등 미 단체 관계자들, 가토 료조(加藤良三) 주미 일본대사, '납치피해자 가족회' 회원, 일본 재외공관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 등이 배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 가족은 탈북 후 2002년 5월 중국 선양(瀋陽)의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을 시도하다가 중국 공안에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양은 세 살이었다.
김양의 아버지 김광철씨는 "레프코위츠 특사의 초청으로 갑자기 연락을 받고 미국에 오게 됐다"며 "부시 대통령을 만나면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지만 우리 가족이 북한과 탈북 과정에서 겪은 일들을 설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민 국장은 "기회가 된다면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민주화위원회의 활동을 설명하고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납치문제는 용서할 수 없는 인권침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편 레프코위츠 특사는 27일자 요미우리 신문과의 회견에서 납치문제의 해결에는 "(일본과 미국, 한국에 의한) 국제적 연대를 통한 압력이 중요하다"며 "납치문제는 용서할 수 없는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또 전쟁포로로 북한에 억류돼 있다가 지난 94년 탈출.귀환한 조창호 예비역 중위는 "현재 북한에 540명의 한국군 전쟁포로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한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송환을 위해 한국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지난 75년 납북됐다가 지난 2005년 7월 탈북한 고명섭씨는 "나는 정부가 아니라 납북자 가족 단체의 도움으로 북한을 탈출했다"면서 "정부가 북한에 생존해 있는 납북어부들과 다른 납북자들이 송환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미일 한국전쟁 납북자가족 연합 대표는 "한국전쟁 중에 북한이 납치해간 한국인은 지난 1952년 한국 정부 자료에 의하면 8만2천959명"이라면서 "가족들은 지난 56년간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도 모른 채 지내왔으며 죽기전에 다시 한번 그들을 만나는 것이 소원"이라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konas)
정미란 기자 sori@kona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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