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기지, 더 큰것을 얻으려는 지혜
오는 2008년 말까지 미군 기지 이전이 예정된 경기도 평택 지역에서 일부 농민과 범민련 남측 본부 반미청년회, 한총련 소속 통일선봉대 등이 가세해 주한 미군 철수와 미군 기지 확장 반대를 외치면서 기지 건설 공사 시작부터 방해하고 있다.
미군 기지를 이전하려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서울·부산 등 도심에 기지가 있어 도시 발전은 물론 경제 발전도 저해한다는 국가적 판단에 따라 추진되었고, 주한 미군 입장에서는 산재한 기지를 통합, 조정하여 기지 관리 비용도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주둔 여건을 개선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따라서 상호 이해와 협조를 바탕으로 주한 미군 재배치 계획에 합의하였으며 우리 정부에서는 평택 지역을 미국 측에 공여키로 약속하고 2004년 10월 26일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하였다.
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북한의 6·25 불법 남침으로 3년 간의 전쟁을 치른 후 우리 요구에 의해 맺어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 일부에서 북한 위협도 없고, 국제적으로 상호 의존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간 군사 동맹은 구시대적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부류들도 있지만 우리 입장은 절대로 그럴 처지가 못된다.
지금 북한은 여느 보통 국가처럼 행정부 수반이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국방위원장이 통치하는 비정상적 국가라는 점이며, 우리의 평화·번영정책에 따른 교류 협력에도 불구, 군사적 위협은 물론 대남 적화 통일 노선을 포기한 바 없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의 핵심적 적인 것이다.
우리와 상황은 다르지만 필리핀 정부와 국민들이 주권 회복이라는 명분 하에 미군 철수를 요구하자 미군이 1992년 공군 기지(클라크)와 해군 기지(수빅)에서 완전 철수했다. 이로 인해 미군의 지원이 중단됨으로써 군 현대화 계획은 막대한 차질을 빚었으며, 눈덩이처럼 불어난 외채와 실업률, 지하 공산 반군과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 세력의 준동, 설상가상으로 힘의 공백까지 초래하게 되었다. 이를 틈타 중국이 남사 군도를 침범해 중국과 영유권 분쟁에 휘말리게 됐다.
결국 필리핀은 국가 생존을 위해 1999년 5월 미국과 상호 방문군 협정에 서명하고 미국이 원할 때 기지를 공여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이를 실천하는 조치로 ‘2002-1 발리카탄(Balikatan)’이라는 대규모 합동 군사 훈련을 통해 확고한 군사 동맹을 재구축하고 있다.
우리와 인접한 일본은 주일 미군 기지 역할 재조정 협정을 맺고 오키나와에서 일부 병력의 철수와 훈련 장소를 변경하는 대신 워싱턴 주 포트 루이스의 미1군단 사령부를 도쿄 가나가와현 자마 기지로 이전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일본은 동북아에서 패권국가 지위 획득과 국제 사회에서 역할을 증대하고 국제 지도국으로 성장하는 데 미국이 필수적이라 인식하고 미국과 군사적 관계를 전략적으로 이용해 주일 미군을 그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구한말 주변 정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청·일·러시아 사이에서 우왕좌왕할 때 일본은 당시 가장 강력한 영국과 군사 동맹을 맺은 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일으켜, 승리를 거두고 우리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던 역사적 사실이 있다. 우리가 필리핀과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려 하는 것은 작은 것을 탐하려다 큰 것을 잃는(小貪大失) 우를 다시는 범하지 않기 위함이다. (국방일보, http://kookbang.dema.mil.kr/)
전원근 (육군행정학교 교수·政博 j9651383@mnd.m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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