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北·反국가행위 규명위'가 할 일
뉴 밀레니엄이 시작된 지 벌써 7년째다. 새천년을 맞아 국가 백년대계를 준비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인데, 지금 우리 사회는 수년째 지난 100년의 과거사 '새로 쓰기'에 여념이 없다.
일찍이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 Carr)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갈파했다. 무릇 역사의 탐구는 과거의 사실을 '반추'해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보다 발전적인 미래를 '준비'하려 함에 있을 것이다. 과거의 정리는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 매몰되는 건 위험하다. 또 과거사가 편향된 관점에서 다시 기록되고, 정작 중요한 것은 무시·축소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역사 청산이 아니라 필시 역사 왜곡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과거사는 네 가지로 나뉜다. 대한민국 역대 정부가 이룩한 과거사, 북한이 행한 대한민국의 체제전복 내지 대남전략의 과거사, 북한의 대남전략에 영합해 동조한 친북사회주의 세력의 반국가행위 과거사, 그리고 친북 과거사를 억제·처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안활동 과거사 등. 이 밖에 대한민국 성립 이전의 친일 반민족 행위 과거사가 있다.
첫 번째 과거사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한 마디로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라고 폄훼했다. 반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민주화의 토대를 이룬 산업화의 역사는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과거사 청산은 주로 네 번째 과거사에 집중돼 있다. 대공수사 과정에서 행해진 인권침해 과거사를 밝혀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안보수사 자체를 부정하거나 대부분 사건이 조작됐다는 시각은 곤란하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 체제를 수호하는 긍정적 기능을 수행해 온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결코 묻혀서는 안될 것, 바로 기록해 역사의 교훈을 삼도록 해야 할 것은 북한의 대남전략 과거사와 친북·반국가 활동 과거사다. 그런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규명위원회' 비롯, 국정원·경찰청·국방부 등이 설치·운영하는 해당 위원회는 이것을 다루지 않거나 '최소주의'로 임하겠다는 자세다. 균형성과 공정성을 잃은 처사라 하겠다.
25일 친북반국가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한다. 이 기구는 좌파 진영이 정부 권력을 끼고 '역사 뒤집기'를 진행하는 것을 민간 차원에서 견제하면서, '친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의 시각에서 친북 과거사를 재조명함으로써 '역사 바로세우기'를 하려고 한다. 좌익공안사건은 우리 헌법에 명시된 국기(國基), 곧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 혹은 사회주의 혁명을 기도한 것이 대부분이다. 정파적 입장을 떠나 이를 객관적으로 밝히고 기록하는 것은 공동체 질서의 근간인 헌법을 수호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런 기본 입장에서 우리는 앞으로 대표적인 친북·반국가 행위 진상 규명, 주요 공안사건 평가물 발간, 국민토론회 및 학술 세미나 개최, 친북·반국가 행위자 명단 발표(인명사전 편찬 포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가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간첩활동과 친북·반국가 행위에 대해 '재심'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민주화운동'으로 둔갑시킨 것, 또 좌익공안사건 관련자에 대한 1억원 상당의 보상금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235억원을 지급한 것에 유의하고 있다. 법률적 타당성 검토를 거쳐 '직무정지가처분 신청' 제출이나 정부 소속 과거사위원회의 소수의견 공개도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의 목표는 정부 주도의 과거사 진상 규명이 균형을 잡게 하고, 체제안보의 역사를 거울로 삼아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역사 정리'와 '헌법 수호' 차원에서 친북과거사 진상 규명을 하려 한다. 더불어 폭로성이나 선정성을 경계하며, 최대한 학문성·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것이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법학, 친북반국가행위진상규명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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