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씨의 열차편 평양행은 아직 무산된 것이 아니다
남북 쌍방의 합의에 따라 5월25일로 예정되었던 남북 철도연결 시험운행을 하루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한 북측의 의도가 무엇인가를 놓고 언론은 언론대로, ‘전문가’들은 ‘전문가’들대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남측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일반적 관심이 높은 것은 이 문제와 6월말로 예정된 金大中 전 대통령의 재방북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重症의 신장질환으로 시달리고 있는 金大中 씨는 의료진의 동행과 함께 신장투석 장비 휴대의 필요를 이유로 열차에 의한 방북을 집요하게 희망하고 있고 그 때문에 열차 이용이 불가능해 지면 경우에 따라서는 그의 재방북 자체가 유동적으로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일반적으로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측의 철도연결 시험운행 거부 조치를 “북한 군부의 사보타지”로 보는 李鍾奭 통일부장관의 ‘해석’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에는 무리가 있다. 그 동안의 경험률에 의하면 북측의 경우 남북관계의 모든 주요 결정은 金正日에 의하여 독점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따라서 북측이 당초 5월25일 시험운행에 동의한 것은 당연히 金正日의 사전승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한 사항을 북한의 군부가 金正日의 승인 없이 뒤집었다면 그것은 북한 군부가 金正日이 직접 결정한 사항을 번복시켰다는 의미가 된다. 이것은 북한의 ‘수령독재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이번 철도연결 시험운행 문제는 이를 시행하기로 했던 당초의 결정은 물론 마지막 순간에 이를 취소하기로 한 결정도 다른 사람이 아닌 金正日이 직접 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그것이 북한 독재권력 구조의 속성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金正日이 무슨 의도로 그 같은 전후 모순되는 결정을 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의문에 대하여 엉뚱한 해답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것은 6월말로 예정된 金大中 씨의 재방북이 임박한 시점에서 북의 金正日이 이 문제를 가지고 또 한 차례 그의 長技인 깜짝 쇼를 연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그 때 가서 金正日은 “나와 함께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 金大中 전 대통령에 대한 禮遇와 건강에 대한 배려”라는 이유를 내세워 전격적으로 金大中 씨의 열차편 방북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金正日은 一石多鳥의 선전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金大中 씨의 열차편 평양행 허용으로 우선 그가 노릴 수 있는 효과는 그 자신의 이미지를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그의 이른바 ‘통 크고 대담한’ 성품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과시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이를 통해 그가 “군부의 강경론을 잠재웠다”는 외부의 평가를 유도하여 외부세계에 대한 그의 ‘협상력’을 제고시키려 할 가능성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전격적 결정을 통해 남측의 金大中 씨의 위상을 크게 제고시키겠다는 것이 金正日의 노림수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민족공조’를 앞세운 위장된 대남 평화공세를 전개함에 있어서 金大中 씨의 이용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철도연결 시험운행의 취소에도 불구하고 金大中 씨의 열차를 이용한 평양방문이 무산되었다고 보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보여 진다. 5월29일 북측 지역인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열린 金大中 씨 방북절차 마련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남북 쌍방은 金大中 씨의 방북기간은 6월27일부터 30일까지 3박4일간으로 하고 왕래 경로는 “육로로 한다”는데 의견의 접근을 이룩함으로써 열차 이용 가능성의 불씨를 살려 놓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측의 丁世鉉 수석대표는 철도 이용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협의하겠다”고 여운을 남겨 두었다.
이처럼 金正日의 북한은 열차 시험운행을 일단 무산시켜 놓은 상황 하에서 이로 인하여 증폭되어 있는 盧武鉉 정권의 초조감을 역이용하여 金大中 씨의 재방북과 盧 정권이 이를 통하여 실현시키려 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反對給付’의 차원에서 남으로부터의 ‘양보’를 최대한 앞당겨 챙기는 협상에 전력을 경주할 태세이다. 북측은 지금 NLL 문제와 최근 남쪽에서 있었던 ‘인공기’ 소각 문제를 거론하여 남측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6월3일부터 6일 사이에는 제주도에서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개최된다. 결국 金大中 씨의 열차를 이용한 평양방문이 실현되느냐의 여부는 앞으로 남북간에 여러 가지 경로로 진행될 ‘흥정’을 통해 결정되는 ‘반대급부’의 내용과 규모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또한 金正日은 5월31일 남쪽에서 실시되는 지방선거 이후 남한 정국에 대한 새로운 정세 평가를 하고 이를 토대로 대남정책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金正日의 북한과 남의 盧武鉉 정권 사이에는 지금 공통의 이해관계의 영역이 형성되고 있다. 그것은 내년 12월에 있을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 바람을 잠재움으로써 남한이 ‘친북ㆍ연공ㆍ반미’ 정권의 手中에 계속 잔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金正日의 북한은 남의 盧武鉉 정권과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상대로 ‘반한나라당 연합전선’ 구축을 공공연하게 공언ㆍ선동하고 있다. 金正日의 입장에서는 金大中 씨의 재방북도 2007년 남에서의 大選에서 ‘친북ㆍ연공ㆍ반미’ 정권의 재창출에 도움이 되는 내용과 방향으로 실현시키려 하고 있다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남에서의 5.31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金大中 씨 재방북의 시기적 적절성에 대한 金正日의 판단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金正日의 남한 정세관에 변동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金大中 씨의 열차편 평양행 여부뿐 아니라 金 씨의 재방북 자체에 대한 그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자칫하면 金大中 씨의 재방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지는 것이다. 지난 28일 발표된 남북 군사회담 북측 대변인 담화에 “열차를 통한 그 누구의 평양방문 등은 예외 없이 협력과 교류의 외피를 쓴 정략적 기도에서 출발된 것이라는 걸 우리 군대는 간파한 지 오래”라고 金大中 씨의 방북 그 자체를 비난하는 표현이 등장했다는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 음미가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끝]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전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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