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미사일 문제, 전략적 의미와 본질적 해법
"北을 압도하는 힘만이 핵·미사일 포기시킬 수 있다"
7월 5일 북한이 강행한 일련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동북아 안보정세를 뒤흔들고 있다. 북한당국은 이번 미사일 발사를 군사훈련의 일환이라 주장하고 앞으로도 자위적 억제력 강화를 위해 미사일 발사훈련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핵무기를 억제력이라고 주장한 것과 같은 논리이다.
오늘날 북한 핵문제는 장거리 미사일의 개발로 인해 위협 범위가 한국을 뛰어넘어 일본과 미국으로 확대되었다는 특이성이 있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미사일에 실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상황을 막지 못한다면, 동북아는 물론 지구촌 전체가 북한의 핵・미사일 협박에 시달리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북한에게 있어 핵·미사일의 전략적 의미는 무엇인가?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굶겨가며, 일본을 적으로 만들어 가며, 미국으로부터의 폭격위협을 감내해 가며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생산·보유하려는 이유는 북한에게 있어 사활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강력한 체제유지 수단이다. 북한 핵·미사일은 김정일 정권의 안정성 보장에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하며, 북한주민과 인민군 장병에게 ‘외세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군사대국’이라는 자신감을 부여하고 체제결속을 강화하며, 남북한 군비경쟁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중・대러 군사의존을 탈피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둘째, 대미·일 외교협상 수단이다. 북한은 핵·미사일이 미국과의 직접협상에 의한 대미관계개선, 대서방 경제지원 획득, 국제적 발언권 확대에 강력한 지렛대로 작용한다고 믿고 있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정치적 압박수단으로 이용하여 한미 양국에게 주한미군 철수, 한미군사동맹 파기, 미-북 평화협정 체결 등을 위협적으로 요구하고 나설 수 있게 된다.
셋째, 무력통일용 군사적 수단이다. 그동안 북한이 무력통일을 주저해 온 가장 중요한 요인은 주한미군과 개전초기의 미증원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주한미군이 철수되고 남북간의 문제는 오직 남북한이 해결해야 한다는 국제적인 동의가 이루어지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북한은 곧바로 대남군사작전을 감행할 것이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핵·미사일은 바로 북한이 무력통일 추구를 실행에 옮길 경우 북한이 당면해야 할 ‘미군증원’과 ‘일본의 한반도전쟁 지원’ 상황을 차단한다는 중요한 전략적 목표를 갖는 것이다. 즉, “한반도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과 일본은 남북간의 내전에 개입하지 말라”는 북한의 메시지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위협수단이 바로 핵·미사일인 것이다.
북한은 1993년 핵합의 위반으로 미국의 폭격위험을 초래했지만 결국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북한은 이제 또다시 합의를 위반해도 미국이 감히 폭격하지 못할 것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 북한의 이같은 인식의 배경에는 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의한 보복이 두려워 미국이 북한을 섣불리 공격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고, ② 미국이 이라크를 다룬 것처럼 군사력으로 북한을 공격할 경우 제2의 한국전쟁이 발생할 위험이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③ 미국・일본이 제재조치를 취하더라도 중국・러시아의 지원을 받을 경우 승산이 있다고 계산하고 있는 점 등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에게 ‘김일성’이 북한주민들을 내부적으로 결속시켜 주는 정신적 지주라 한다면, ‘핵・미사일’은 북한체제를 와해하려는 외부의 압력과 위협을 막아주는 물리적 수단인 셈이다. 오늘날 모든 것을 다 상실하고 오직 군사력만 남은 북한에게 있어서 핵무기와 미사일은 마지막 남은 생명줄이다. 북한지도부의 입장에서 핵·미사일의 포기는 곧 정권의 종말이요 죽음 그 자체를 의미한다. 이러한 관찰점은 북한을 탈출한 김일성대학 출신 교수가 “핵과 미사일만 제거하면 김정일 정권은 그날로 몰락하고 만다”고 증언한데서 입증된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현상적 문제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핵·미사일 문제를 야기한 북한정권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면 해법을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동안 대처방안의 초점을 북한정권에 맞추지 않고 핵·미사일에 맞춘 것이 문제의 해결을 그르친 주된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방법은 북한정권을 다루는 방법에 달려 있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핵·미사일의 포기는 무장해제를 의미하는 바, “핵·미사일 포기시 체제를 보장한다는 약속”을 북한은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평양지도부는 북한 사회주의체제의 안전은 외교적인 약속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핵과 미사일이 결합된 전략무기를 군사적 수단으로 가지고 있을 때 지탱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같은 북한의도에 대한 현실인식에 기초하여 새로운 접근이 취해지지 않을 경우 기존의 대처방안은 시행착오만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의 관점은 “권력은 군사력에서 나온다”는 것인데, 이는 김일성이 생전에 김정일에게 항상 군사문제부터 살피라고 교시한 데서 연유한다. 김정일이 가장 신뢰하는 것은 ‘군사력에서 나오는 힘’ 이것밖에 없다. 김정일 자신의 표현처럼 군력(軍力)에서 권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면, 군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일차적인 과제가 된다. 따라서 군사력에서 최고 전투력이라 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가지고 싶은 김정일의 욕망은 원천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일은 결코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인가? 김정일은 힘의 신봉자이다. 따라서 김정일을 압도하는 힘만이 그가 핵・미사일을 가지려는 욕구를 저지시킬 수 있다. 그는 “네 힘이 강한가, 내 힘이 강한가”에 대한 판단력이 매우 빠르다. 김정일은 도저히 내 힘으로 안 되겠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핵・미사일을 포기할 것이다. 말하자면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되더라도 김정일에게 핵・미사일을 개발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 줘야 비로소 북한이 그것을 포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 강행이 몰고 온 한반도・동북아 안보위기사태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요컨대, 북한은 어떠한 압력조치에도 불구하고 핵·사일을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핵·미사일을 외부의 체제위협에 대한 안전장치, 엄청난 달러를 벌어다 주는 협상카드, 한반도 무력통일을 가능케 하는 절대병기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 문제의 해결을 외교적 수단에 의존하려는 접근방법은 많은 난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는 ① 대처방안의 초점을 핵·미사일 문제에서 북한정권에 맞추도록 하고, ② 북한의 환경조건을 변화시켜 북한으로 하여금 생존을 위해 변화된 환경에 자신을 적응시키도록 유도하며, ③ 경제난에 처한 북한을 국제질서의 제도권으로 유인하여 경제지원을 ‘핵・미사일 등 군사 위협요소의 감소’를 조건부로 해서 제공하되, 약속을 위반할 경우 제재조치를 가하는 이른바 ‘채찍과 당근’ 정책을 엄격히 적용하는 방안을 심각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출처:KIDA)
남만권(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mknam@kid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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