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작전통제권 조기환수 유보해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를 둘러싸고 한·미 간에 갈등이 노정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서울에서 열린 제9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실무그룹회의에서 “2010년 이전에 작통권을 한국에 반환하면 좋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는데, 우리측은 2012년까지 연기해 주도록 요청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태도는 한국의 무리한 조기환수 방침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새겨진다. 본질상 작통권 환수는 ‘시기’가 아니라 ‘여건’의 문제다. 다수 전문가들은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대북 정보감시 수단, 정밀폭격 등 전략 목표물 타격 능력 및 작전기획 능력의 독자성이 확보돼야 안보 공백 없이 작통권을 환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입장에서 2011~2012년도 이르다고 본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사태는 작통권 조기 환수가 시기상조임을 말해준다. 서두를 경우 대북 군사정보 수집능력 저하는 물론, 한미연합사(CFC) 해체로 연결돼 한국의 안보태세를 현저히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작통권 문제를 ‘안보 자주권’이란 감성적 잣대로 접근해선 안된다. 일각에선 미군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군대의 10분의 1 정도만 작전통제하는데, 우리의 경우 68만 병력 전부를 통제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흥분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럽과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너무 달라 단순비교는 곤란하다.
작전통제와 관련, ‘우리는 아무 권한이 없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1978년 11월7일 연합사 창설로 유엔군사령관에서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위임된 작통권은 종전의 유엔사(UNC)와는 달리 한국군과 미군이 ‘공동’ 행사하게 돼 있다. 연합사는 양자간 합의로 창설된 안보협력기구로 현재 한·미 연합방위 체제의 근간을 이룬다. 더욱이 1994년 12월1일 ‘평시’ 작통권은 한국에 전면 반환됐다. 남은 건 ‘전시’ 작통권인데, 연합사 체제 아래서 작통권의 공유, 공동행사 및 군사적 방어 책임 분담은 ‘주권 침해’나 불평등 동맹의 전형이란 비판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단계에서 절반의 전시 작통권 환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이 권한은 ‘전시’에 작동되는데, 이때 국군과 미군이 별개 사령부를 구성해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극도의 비효율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한쪽이 주도가 돼 연합작전을 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구조적으로 한국군이 미군을 지휘할 수 없게 돼 있다.
한·미 연합작전 체제는 ‘전시’에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증원 병력과 무기체계 및 장비의 추가 투입을 예상하고 있다. ‘작전계획(작계) 5027’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시 미국은 90일 이내에 5개의 항공모함 전단, 160여척의 해군 함정, 1600대의 항공기 및 공중조기경보기(AWACS) 등 최첨단 병기들을 한반도에 투입하게 돼 있다. 이 전시증원 시스템은 지금 핵심적인 대북 전쟁억지 기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군 장성들에겐 기존의 주한 미군은 물론이고, 추가 투입되는 미군이 보유·운용하는 이들 첨단무기와 장비에 대한 지휘·관리·통제 능력이 없다. 이 때문에 한미연합사의 사령관직을 미군 장성이 맡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30년 동안 연합사 체제 아래서 주요 ‘작전계획’과 세부 전술작전을 발전시켜 왔다. 작통권 조기 환수로 이 같은 경험 축적과 한·미 간의 군사적 신뢰를 무위로 돌린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게다가 전시 작통권 환수 과정에서 유엔사 해체 및 한미동맹의 이완을 가속화시킬 위험마저 있다. 따라서 충분한 대북 억지전력이 확보되기 전까지 작통권 환수는 유보하는 게 옳다. 작금의 안보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konas)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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