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기 휘날리는 '농민주유소'
"어디 마음대로 써보라"며 취재거부
지난 25일 오전 11시경 코나스 사무실로 한 시민의 제보 전화가 왔다. "태극기도 아니고 만국기도 아닌 한반도기가 잔뜩 걸려있는 주유소가 있다. 남북한 공동행사도 없는데 왜 주유소에 한반도기가 늘상 걸려있어야 하느냐"며 취재해 보라는 것이였다. 지난달 9일자 코나스에 '한반도기 하이트맥주 광고'를 비난한 기사를 보고 제보를 하게되었다고 귀뜸해 줬다. 이에 기자는 26일 오후 제보자가 알려준 문제의 주유소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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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랑구 망우동 147-23번지, 금란교회에서 구리시 방면으로 약 200미터 떨어진 곳으로 주유소의 이름은 '농민 주유소'였다. 제보자의 말대로 한반도기가 건물 주변을 장식하고 있었다. 주유소에서는 철원 쌀 등 기타 농산품도 판매 중이었다. 주유소 건물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 오른편에는 ‘우리경제 말아먹는 한미 FTA 반대한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주유소에 들어서기 전 全景 사진을 찍자 붉은 색안경을 낀 직원이 다가왔다. 그 직원에게 인터넷 안보신문 코나스의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고 제보 때문에 취재를 왔다며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직원에 따르면 이 주유소는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 운영하는 전국 17개 주유소 중 하나라고 했다. 운영 주체가 누구냐고 묻자 당연하다는 듯 ‘농민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혹시 책임자와 인터뷰를 할 수 있느냐고 묻자 소장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일하는 직원 모두가 책임자라고 대답했다. 계속 소장과의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직원은 아무래도 인터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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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독립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했는데 거의 소설 수준의 기사를 썼다. 그 것 때문에 우리도 기분이 상했다. 이런 종류의 신문과는 인터뷰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디 마음대로 기사를 써보라”고 했다. 기자가 “기사는 사실대로 쓰는 것이다. 뭘 마음대로 쓰냐”고 하자 “모르겠으나 아무튼 마음대로 쓰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인터뷰에 실패한 뒤 이 주유소에 대한 자료를 찾았다. 이 주유소는 꽤 유명한 곳이었다. 이 주유소는 2002년 7월 26일 “미군장갑차 두 여중생 살해만행 미국 대통령 부시는 직접 공개 사과하라” “한중 마늘 협상 이면합의 대국민 사기극 강력 규탄한다” “WTO 쌀수입 개방 막아내고 민족농업 지켜내자”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가 플래카드가 불법설치물이라는 이유로 중랑구청에 의해 강제 철거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중랑구청이 플래카드를 무리하게 철거하다 결국 전농에 공개 사과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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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유소를 운영하는 주체는 ‘전국농민회총연맹 全農 경제협동사업위원회(jncc.or.kr)’로 2005년 여의도 불법폭력집회, 광화문 불법폭력집회, 부산 APEC반대 불법폭력집회를 주도했던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산하 단체다. 이 주유소 2층에 본부 사무실이 있다.
‘전농 경제협동사업위원회’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1992년 11월 경남 진주농민회 경제협동사업이 그 시작이다. 이 단체는 홈페이지에서 ‘외세와 정권에 의해 지배도구로 전락한 농촌의 경제기반을 그 주인인 농민의 자주적 경제권으로 변화시키고’ ‘농민의 정치, 사회, 경제적 이상을 실현하며’ ‘통일시대 농업상을 창출하는 기반을 조성하고’ ‘전농 및 시군농민회 경제협동사업의 기초를 마련하고 재정적 자립 자활력을 높여 조직사업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도, 교육, 훈련, 공조, 협동한다’는 것이 자신들의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전농 경제협동사업위원회’는 이를 위해 현재 회원들을 위한 유류공동구매, 비료공동구매, 농산물 공동유통, 생활잡화 등 일상품 공동 유통 사업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네 맘대로 쓰라"며 인터뷰를 거부 당한채 제대로 취재도 못하고 돌아선 기자의 마음은 무거웠다. 더우기 수입품인 기름을 팔아 이득을 보는 장사를 하면서도 농산물 수입만은 결사코 반대하는 농민단체가 왜 국적도 없는 한반도기를 내걸었는지에 대해 제보자와 독자여러분께 속 시원한 한 답을 주지못한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한가지 농민단체에 대해 꼭 해 주고 싶은 말은 있다. 글로벌 시대에 개방을 거부하고 농산물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는 소홀한 채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며 FTA 반대운동에 나서는 단체라면 차라리 한반도기 보다는 태극기를 거는 게 낫겠다고 말이다. 태극기가 바로 우리의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한 공동행사 때 마다 등장하는 한반도기에도 눈살을 찌푸리는 시민들이 많은 판인데, 특별한 이벤트도 없는 이 시기에 버젓이 한반도기가 걸려있는 주유소를 보면서 태극기가 있어야할 자리는 점차 좁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아마 당국이나 시민들이 무관심하게 보고 지나친다면 한반도 남쪽은 곧 정체불명의 한반도기로 도배되고 말 것이다. (Konas)
전경웅 코나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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