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北工程이 노리는 것
국제관계가 냉혹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최근 중국의 행보를 보면 그런 당연한 상식이 다시 한번 우리 뼈 속을 파고든다. 중국의 역사 왜곡, 혹은 찬탈은 그 집요함에 있어 혀를 내두르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안은 속성상 국제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냉혹한 국제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우선 그들이 전략적으로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2년이었다. 역사 왜곡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는데, 당시 그들의 주장은 우리의 자랑 고구려가 중국의 일부라는 것이었다. 지금도 광토대왕과 을지문덕 장군의 이야기가 나오면 ‘아! 고구려, 그 때는 우리가 대단했지!’라며 민족의 자존심을 되새기는 한민족의 입장에서 그것은 민족 혼 자체를 말살하는 술책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중국이 전략적으로 평양까지를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그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 터진 동북공정의 또 다른 버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자 및 위만조선, 고구려, 부여 그리고 발해의 역사도 중국의 것이라고 우기며, 영토적으로는 한강유역까지 그들의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 추세라면 한강 이남도 자신들의 역사이며 땅이라고 주장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언뜻 보아도 문제가 흥분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는 그들의 전략적 노림수를 알아야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여기서 발상을 역으로 한번 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중국이 무리한 주장을 내놓는다는 것은 중국과 한반도의 국경이 역사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만주에 대한 역사적인 열등감이 배어있는 것이다. 만주는 과거 수천년 동안 결코 중국의 영토인 적이 없었다. 나아가 간도문제가 여전히 상존함은 청나라 때 그들이 스스로 만든 지도를 통해서도 분명해진다. 국제법상으로도 간도협약에 문제가 있다니 중국의 입장에서는 사안이 간단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북한정권과 현재의 국경을 확정지었다고는 하나 대한민국은 법률적으로 북한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국 주도의 통일이 실현될 경우 통일한국이 현재의 국경을 부인할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중국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의 정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중국이 일차적으로 노리는 것은 만주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제2차세대전 이후의 역사를 살펴보면 논의가 만주에 그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정권이 성립한지 1년밖에 안된 공산 중국은 당시의 국력으로는 무리였던 한반도에 대한 대규모 무력개입을 단행했다. 한마디로 그들의 코 밑에 해당하는 지역을 미국이라는 적대 강국에 내어줄 수 없다는 것이 개입의 이유였다. 북한이라는 완충지역이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대치를 위해 전략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셈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당시의 전략적 이해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고 그런 연유로 북한을 끈질기게 감싸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략적 이해는 북한이 상존하는 한 변함없이 충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라는 변수에 변화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여기서 동북공정의 또 다른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적어도 중국은 북한의 변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암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변고가 닥칠 시에도 기존 중국의 이해는 북한 지역에 완충지대를 확보할 때만 충족될 수 있을 것이다. 목표가 그렇다면 낚시줄은 멀리 던질수록 좋다고 하듯이 아예 한강유역 나아가 한반도까지 자기의 영토라고 일단 주장해 놓고 양보하는 척 그들의 목표를 슬그머니 달성하겠다는 속셈이 감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동북공정이 우리 입장에서는 황당할지 몰라도 이를 계속 주장하는 경우 한반도 고대 역사에 무지한 서구인들은 양국 사이에 무언가 복잡한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기 십상이다. 중국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그렇게 보면 북한의 장래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는 사실 또한 감지된다. 말이 안 되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서도 일본이 노리는 바가 바로 같은 것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닌가. 그 다음 문제는 역시 힘의 논리에 따라 해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기의 전략적 계산에 기초하면 한국의 대응은 무엇이어야 할까? 사안이 우선은 논리 싸움이므로 일단 논리에 밀리면 안 된다. 동북공정의 맞불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고구려 역사재단이 해체되고 그것을 흡수한 동북아 역사재단이 아직 이사진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마디로 실망을 넘어 국혼을 내동댕이치는 행위로 밖에는 볼 수 없다. 논리 싸움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논의 초점은 결국 북한 문제이므로 북한에 변고가 있을 시 어떻게 우리의 지분을 확보하며 개입할 수 있는가를 다시 한번 꼼꼼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중국이 이미 읽고 있는 수를 우리가 놓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는 역으로 북한, 나아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의 이해와 우리의 이익이 언제든지 상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konas) (출처:세종연구소 세종논평)
김기수(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kskim@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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